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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사는 남자

글쓴이: 투현마미님의 블로그 | 201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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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면서도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한다. 이렇게 써도 되는 건지 몇 번을 쓰다가 지우곤 한다. 겨우(?) 리뷰를 쓰는 것도 이렇게 머리를 싸매게 되는데 창작을 하는 작가들은 얼마나 더 고통스럽고 고민을 할까? 나는 창작의 고통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리뷰의 첫 문장은 늘 조심스럽고 머리가 복잡하다. 첫 문장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금방 리뷰를 작성할 수도 있고, 이상하게 산만해지기도 하니까... 나도 이런 진대 작가들은 더 심하겠지?


 



작가의 길을 가고 있지만 늘 창작에 대한 고통과 절망이 함께 하는 남자(에도가와 란포). 절벽에서 뛰어내리려던 그는 그곳에서 만난 한 청년으로부터 구원 받는다. 다음 날 그 청년은 하기와라 사쿠타로의 시 내용을 모방한 이상한 행동으로 자살을 한다. 다른 이의 자살을 막은 청년이 왜 본인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일까? 란포는 그 죽음에 의문을 품고 하기와라와 함께 청년의 죽음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죽음을 추적하던 란포는 한 가족의 추악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나는 일본 추리 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가와 란포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 추리 소설에 종종 등장하는 란포의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일본 추리 작가들이 그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것은 알 수 있다. 이 책의 화자 즉 나를 란포로 설정한 것 자체가 재미있다.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 같은 캐릭터의 일본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 암튼 란포와 하기와라는 호형호제 하는 사이였다고 하니 실제 인물과 창작을 교묘하게 섞어 놓은 것이 흥미를 끈다.


 



두 명의 콤비 란포와 하기와라는 자살한 청년이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렇다면 과연 누가 죽은 것인지 추리를 시작한다. 매사 꼼꼼하고 모범적인 형 다다시, 괴팍하고 즉흥적인 동생 히토시. 장남인 형 다다시에게 모든 것을 주고 싶었던 아버지 다이조. 그 삼부자의 관계는 어떤 것이고, 결론은 어떻게 날지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끝까지 읽지 않는다면 진실은 알 수 없는 것이 된다.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실수를 눈 감으려는 아들은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버지의 진실, 연인의 진실을 알게 된다. 누군가와 비교된다는 것은 상처가 남는다는 것을 알지만 쌍둥이의 모습을 한 그가 진짜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나라는 존재로 태어나 살고 있지만, 진정 “나”라는 존재로 살지 못했던 청년은 마지막에 모든 분노를 아버지에게 쏟게 된다. 결국 자신의 정체성이 뭔지 몰랐기 때문에 이런 비극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타노 쇼고 책은 그 만의 색이 있어서 좋다. 또한 인간 본연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다. 착하고 선한 인상을 하고 있지만 내면의 모습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 꺼내 볼 수도 없고, 꺼내기조차 두려운 내면과 만난 것 같아 나를 돌아보게 된다. 또 죽음의 그림자가 내 곁에 왔을 때 인간은 모든 잘못을 용서받고 싶은 것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죽음이란 삶에 대한 욕심이나, 명예, 돈 그리고 화려한 명성. 그 모든 걸 내려놓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눈을 감을 때 만큼은 용서받고 싶은걸 보면...


 



다만 내가 일본어를 알면 재미있을 것 같은 이름 트릭이 있다. 하지만 일본어를 잘 모르는 나는 그냥 그렇구나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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