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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간단 감상

글쓴이: KRADLE의 뒷마당 생활 | 201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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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한 달이 지났구나.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거 같은데 금세 제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박민규 작가의 작품을 선정했지요. 헠핰 난 이 인간 완전 좋음. 박민규 작품을 언제더라……. 아마 초등학교 때 집에서 보던 동아일보에 광고가 실려있었을 거에요.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잘 모르겠네. 아직도 기억해요. 신문 밑에 커다랗게 광고가 실려있더라고요. 카스테라라고. 광고를 보면서 책이 끌린 건 그 때가 처음이었을 거에요. 저는 예전부터 그랬지만 광고를 그리 신뢰하지 않거든요. 좋아하지도 않고. 그런데 얼마전에 티져 영상 보고 산 프라하의 묘지(움베르트 에코)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더라고요. 광고 보고 산 핸드폰인 베컴폰(V9M)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음. 물론 홈쇼핑 보고 샀다가 버린 운동기구며 조기같은 것들도 있지만, 뭐 넘어가도록 합시다.


   여튼 박민규 짱이에요. 그 광고 보고서 몇 년 뒤에야 책을 샀거든요. 왜인지는 모르겠네요. 그 사이에 다른 책은 잘만 샀는데 뭔가 돈이 아까워서……. 으으. 그런 책들 살 돈 아껴서 이 책이나 살 걸. 카스테라는 지금도 남아있는 제 마음 속 베스트 중 하나입니다. 특히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편과 '몰라몰라, 개복치' 편은 저엉말 좋아해요. 매번 볼 때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박민규의 글에는 그런 감동이 있어요. 매력이라고 해야하나. 알게모르게 블랙코메디처럼 씁쓸하게 울어 넘기는 그런 감동이 있습니다. 목젖 아래에서부터 슬그머니 차올라 울리는 아픔이 있어요. 본인은 무심한듯 시크하게 말하지만.


   재밌는 건 둘째 치고라도요. 뭐 일단 박민규 소설은 재밌습니다. 최근작 중 하나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지하철에서 읽고 버스에서 읽고. 어머니에게도 추천해서 함께 읽었지요. 결말에 대한 의견이 나뉠 거 같지만……. 아 생각해보니 박민규는 결말을 잘 맺는 작가는 아닙니다. 결말을 잘 맺는 작가가 있을까요? 그 전에, 제가 원하는 결말을 그리는 작가가 있기나 한 걸까요?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만 좌우간 박민규는 그 중에서 어느 정도냐고 묻는다면 한 중간, 아니면 중간 이상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결말이 좀 거시기 했어요.


   맹맹탕이라고 해야하나. 너무 해피엔딩, 되려 너무 뻔하고 흔해서 예측할 수 없었던 그런 결말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처녀작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초기작이라 그런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 생각해보면 박민규 작가의 책에서는 완성되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항상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지요. 그래서 그렇게 상을 많이 휩쓸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생각엔 작가라면, 아니 이만큼 경력을 쌓은 '프로'라면 좀 더 중후한 작품을 남겨야하는 것은 아닌지. 그게 아니라 완성되었다는 그런 느낌을 주어야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아. 그런가요. 항상 아마추어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양입니다. 그의 작품 속 결말처럼요. 그렇죠. 삼미 슈퍼스타즈는 어쩌면 갈수록 지쳐만 가는 '프로'의 세계에서 아마추어들을 지켜내기 위한 자애로운 수호신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현실에서 그렇게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직장을 그만두면 당장 내일 지구가 멸망할 것 같아도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작가의 자전적인 말에도 일리는 있습니다만, 에, 말 그대로 부양할 가족이 있고 또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든 상황에서 과연 실존은 본질에 앞서는 것일까요? 실존은 언제 어디서나 본질에 앞설 수 있는 것일까요?


   전쟁터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 자존심, 그리고 실존을 생존 뒤에 숨기고 살아야하는 바로 여기가 전쟁터입니다. 이런 전쟁터 속에서 낭만을 잡으며 살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워낙 치열하게 살아오신 어머니가 계신 이상, 물론 누군들 그렇지 않겠습니까만, 믿지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이런 꿈 같은 이야기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이 책이 좋습니다. 그럼요. 누가 썼는데요. 그렇다고 단순한 빠심은 아니고요. 저번에 봤던 책이 개밥바라기별인데 그 책을 보면서 이건 무슨 당나라 이야기냐고 했거든요. 공감이 가지 않아서인데 이건 그렇지 않았어요. 


   공감 300% 입니다. 비록 주인공은 저와는 다른 삶을 살아왔고 저와 같은 시대를 살아오지도 않았지만 거기에 담겨있는 이야기만큼은 무릎을 탁 치고 아, 소리를 지를 만큼 이것은 더이상 남의 이갸기가 아닙니다. 저의 이야기입니다. 성장소설은 모름지기 이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자라온 이야기 속에서 내가 느낀 감정들을 이야기할 때, 그것을 아, 하고 무릎 치며 이따금 눈물을 흘릴 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어린시절 응원했던 '삼미 슈퍼스타즈'를 보며 소속이 사람이 만든다는 말을 믿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어른이 되고 외환위기 때 직장에서 잘리며 그 생각을 바꾸게 되죠. 그러나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에 대한 자격지심도 있고요. 얼마전 장학금 연수교육에 갔을 때도 그랬습니다. 저만 빼고 다 소위 말하는 '일류대'에 다니고 있더군요. 그 기분을 아십니까? 말로 할 수 없습니다. 주인공은 비록 '일류대' 소속에서 저를 바라보았겠지만 제가 바라보는 그들의 세계는 너무나도 멀고 이질적이어서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소속이란 것은 이런 것이더군요.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소속의 연대, 그리고 그와의 갭은 함부로 좁힐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웃고 떠들어도 뭐랄까, 소속에 따라 결정되는 운명이라고 해야할까요.


   물론 제가 살아온 인생 보다는 앞으로 남아있는 인생이 더 길고, 제가 살아온 날들이 전부가 아닌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느껴지는 이 이질감. 여기서부터 운명이 달라지는구나. 하면서 떠오르는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대학을 잘 가야한다는 말 까지. 정말 소속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요? 이러나 저러나 '프로'의 세계에 살고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 공감가는 성장소설이지만 결말이 이런 점에서 너무 꿈같지 않나 싶었어요. 그 점이 아쉽습니다. 단순히 취향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요. 내가 원하는 건 희망이 아닌데…….


   그리고 사족이지만 이거 보면서 우리 풍느님 많이 생각났습니다. 빨리 2013 프로야구가 개막했으면 좋겠네요 빨리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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