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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보물의 실체는?

글쓴이: 서쪽 숲나라에 놀러오세요 | 201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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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시절, 그러니까 80년대 후반쯤에 한창 유행한 것이 탐정 시리즈다. 일본산 애니의 상당수는(물론 당시엔 일본 거인지 몰랐음..) 추리물이었고, '모여라 꿈동산'에는 검은별과 어리바리 탐정 바베크가 자주 등장했다. 소년탐정의 모험은 여자아이인 나에게도 흥미진진했고 왜 한국은 사립탐정이 없는건지 의아했다. 그 이유를 안건 훨씬 후의 일임...(딱딱한 얘기 나올테니 여기서 그만...)


 


아무튼 추억돋는 전집을 선물받고 제일 먼저 읽어본 게 '네 개의 서명'. 이 이야기는 셜록홈즈라는 인물을 처음 알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무료하던 홈즈와 왓슨 앞에 메리 모스턴이라는 한 가정교사 처녀가 나타난다.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인도에서 살던 그녀는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영국으로 돌아왔고, 아버지는 현재 실종 상태라는 것. 그러던 중 정체불명의 인물이 매년 진주 하나씩을 보내오자 불안한 마음에 홈즈를 찾는다.


 


이야기는 더 쓰면 스포가 되니 여기서 줄이고... 암튼 이 시절에 나온 탐정 소설들 보면 '저주받은 보물' 을 소재로 한게 꽤 많다. 대체로 인도나 아프리카에서 가져와 온갖 사람의 손을 거치다가 영국의 어느 귀족이 보유하던 보물...이라는 게 대표적인 클리셰. 이 작품 말고도 악마의 다이아몬드라는 단편이 있었고 피라미드와 보물과 저주 이야기.. 등등등.... 그런데 이건 순전히 허구로 상상해 낸게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한게 많다.


 


손에 넣은 사람에게 불행을 안겨준다는 호프 다이아몬드 이야기는 유명하고, 오늘 서프라이즈 보니 알라의 진주라는 저주받은 진주 이야기가 나오더라구...투탕카멘 왕의 저주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어릴땐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막연하게 무섭다는 생각밖에는 안했는데 이제는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버릇이 생겼다. 저주받은 보물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누군가의 피가 묻어 있다는 것. 가난한 농부를 살해하고 얻은 다이아몬드가 바로 호프 다이아몬드 이야기의 시작이다. 투탕카멘의 보물도 이름 없던 소년의 안식을 방해하고 얻은 것이다.


 


조금 더 넓은 카테고리에서 생각해 보면 이런 보물들이 발견된 시기는 유럽인들이 제3세계를 마구잡이로 약탈하던 제국주의 시대였다. 제 아무리 보물에 눈이 멀어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지른 제국주의자들에게도 '두려움'이란 게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물욕과 잘못을 인정하기는 싫다. 이런 경우 이 보물 자체가 저주받은 물건이라고 투사한다면 훌륭한 자기방어가 된다. 여기에는 유럽인이 알지 못하는 타 문명의 미스테리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반영됐을 것이다.


 


결국 셜록홈즈 속 살해된 인간들이나 호프 다이아몬드의 저주를 받은 이들은 힘 없는 타민족을 약탈한 죄값을 치른 것이라고 할 수밖에.. 영국 애들도 대영박물관 물건들 제 주인한테 돌려주면 금융위기 좀 나아지든지 뭔가 지들한테 돌아오는게 있을텐데...쩝...


 


코난 도일의 손에 의해 태어난 셜록홈즈는 영국을 넘어 아시아에까지 그 명성이 알려졌고, 그걸 가장 좋아라 수용한 사람들이 바로 일본인들. 김전일 시리즈부터 시작해 명탐정 코난 등 수많은 탐정 애니가 탄생했고 에도가와 란포, 현대에는 히가시노 게이고까지 걸출한 추리작가들이 명성을 떨치고 있다. 탐정 소설이란 패전 후 상처입은 일본인들의 영웅심리를 달래기 위한 그나마 안전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뱀발: 이걸 읽고 뜬금없이, 사랑과 영혼이란 영화에서 패트릭 스웨이지가 자길 죽게 한 돈을 우피 골드버그로 하여금 기부하게 만든 장면이 떠올랐다. 이거슨 진정한 돈세탁??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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