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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게임만큼 흥미로운 시작.

글쓴이: 분홍쟁이의 wonderland!! | 201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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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흥미로운 판타지SF를 만난 듯 합니다. <헝거게임> 시리즈 이후로 미래 세계를 그린 판타지SF를 잘 읽지 않았는데 워낙 평도 좋고 아마존과 퍼블리셔스 위클리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고 하고 또 어쩐지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책을 만나고 싶어서 읽었더랬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습니다. 가족이나 혈연을 중요시하지 않고 열 여섯 성인이 되는 날에 개인의 성향에 맞춰 남은 생을 살아갈 분파를 결정하게 한다는 소재도 흥미로웠고요. 비슷한 사람들끼리 살아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성향이 비슷하기 때문에 갈등이나 다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과연 그것이 어떤 삶일지, 올바른 삶일지에 대한 대답과는 또다른 차원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언제인지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은 가까운 미래, 다섯 개의 분파로 나뉜 사회가 있습니다. 이타심의 애브니게이션, 용기의 돈트리스, 지식의 에러다이트, 평화의 애머티, 정직의 캔더. 하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다이버전트도 존재하죠. 체제를 위협하고 흔들고 뒤엎는 자로서 금기시되는 존재로 여겨지는 다이버전트. 애브니게이션 소녀였던 비어트리스는 적성검사의 날에 이 다이버전트라고 판명됩니다. 위험하니 아무에게도 평생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검사자 토리. 예전부터 정체성에 혼란을 느꼈던 비어트리스는 결국 가족들이 있는 애브니게이션이 아닌 용기의 돈트리스를 선택해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입문자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 와중에 지식의 에러다이트는 애브니게이션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여가고 비어트리스와 그녀의 입문지도자인 포는 그들 사회에 모종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눈치챘습니다.


 


애브니게이션이자 돈트리스인 비어트리스는 작은 불꽃이 되어 혁명의 기운을 일으켰던 <헝거게임>의 캣니츠를 연상시킵니다. 소녀의 몸으로 어떤 위험도 과감히 헤쳐나갈 뿐 아니라 활쏘기의 명수였던 캣니스처럼 그녀 또한 그들 사회에서는 금기시되는 성향인 '다이버전트'라는 특성이 있죠. 다른 누구도 아닌 작은 소녀가 그 사회를 뒤흔들 존재로 성장한다는 점,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최초의 목표를 뛰어넘어 사회 전체를 전복시킬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습니다. 거기에 입문지도자이자 작은 비밀을 가진 포와의 둑흔둑흔 애정전선은 시리즈 전체에 걸쳐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우리가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해. 우리 모두가 자기 분파의 가치를 보강하면서 다른 분파의 가치를 무시하기 시작했지.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 나는 용감하고, 이타적이고, 영리하고, 친절하며, 솔직하고 싶어.  -p408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헝거게임> 시리즈처럼 첫 권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채 그 뒤부터 내용이 산으로 가지나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혁명의 불길이었던 캣니스도 2편에서부터는 두 남자 사이를 오가는 평범한 여주인공이 되고 말았으니까요. 다행히 [다이버전트]에는 포의 자리를 넘볼만한 사람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뒤에 등장할 [인서전트]와 [알러전트] 도 [다이버전트]만큼이나 인상적이기를 기대해봅니다. 이 시리즈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는 2편과 3편으로 결정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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