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합지졸 세 청춘의 코믹 추적 활극. 추리의 민족, 범인은 여기요!
저는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가볍게 생각하면 큰 기술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런 일을 관두지 않고 성실하게 해 나가는 것에서 그들의 삶에 의미와 힘이 생긴다고 생각하거든요.
주인공이 사랑하는 이가 실종됐고, 범인은 잡을 수 없으며,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광경이 펼쳐지는데도 이 작품은 읽는 내내 피식피식 웃게 된다. 미스터리와 추적 활극, 스릴러와 코미디가 환상적으로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반된 장르가 완벽히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종일, 정석, 순경이라는 개성 있는 캐릭터가 있기 때문이다. ‘배달 라이더’와 ‘편의점 사장’ 그리고 ‘만년 공시생’. 직업부터 심상치 않은 이들은,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환장의 대사 티키타카를 보여 준다. 덕분에 유쾌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사건이 전개된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는 독자평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네 편의 장편 소설과 열세 편의 뮤지컬을 집필하며 쌓은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한 박희종 작가에게 『추리의 민족 : 범인은 여기요』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일상 미스터리물을 주로 쓰시는데요. 이번에는 배달 기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미스터리물을 쓰셨습니다. 어떻게 기획하게 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데, 업무적으로 배달 기사님들을 만날 기회가 좀 있었습니다. 그분들과 소통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많은 기사님들이 우리의 선입견과는 다르게 아주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분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득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큰 사건을 겪게 된 배달 기사님이 동료 기사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들은 의리 있게 자신들의 능력을 활용해서 최대한 도와주지 않을까?’ 여기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실제 모델이 되신 분들이 계신 건 아니지만, 하나하나 캐릭터를 만들어 가면서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배달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 실제로 하는 고민을 많이 넣고 싶었어요. 성실하고 의리 있는 모습도 넣고 싶었고요. 그런 그들을 통해 사건이 해결되는 이야기를 만든다면, 재미있으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응원이 되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배달 기사이자 이 책의 주인공인 온종일에게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두 명의 친구가 있습니다. 편의점 사장 정정석과 만년 공시생 진순경인데요. 두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제가 만약 온종일과 같은 일을 당했다면 가장 먼저 누구한테 전화할 것인지 생각해 봤어요. 그러니까 떠오르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종일에게도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 일처럼 앞뒤 안 가리고 도와줄 친구들이 두 명 정도 있다면 이야기가 훨씬 풍성해질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들 안에서 역할이 분담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똑똑한데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는 인물로 정석을 만들고 편의점 사장이라는 직업을 부여했어요. 또 감초 역할로, 조금 모자라는데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열쇠를 찾아내는 만년 공시생, 순경을 만들게 됐습니다.
그렇게 친구들을 만들고 나니, 많은 장면에서 제가 어릴 적에 친구들과 보냈던 시간이나 나누던 대화들이 생각나더라고요. 그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쓰다 보니까. 재미있는 장면들이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기획 배경 덕분에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집니다. 기대가 독서와 이어질 수 있도록 작가님께서 직접 이 책의 매력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이 책의 매력이 야식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주제가 익숙하고 친근합니다. 그래서 쉽게 읽기 좋다고 생각해요.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어색하거나 어렵지도 않고요.
다음은 속도예요. 야식은 속도가 생명이죠. 이 책은 사라진 여자 친구를 찾는 배달 기사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여정은 배달 오토바이처럼 빠르게 진행됩니다. 배달 기사의 여자 친구가 사라지고, 그가 친구들과 의기투합해서 여자 친구를 뒤쫓고, 동료 기사들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풀어 가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펼쳐집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야기가 너무 짧다고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야식 시간처럼 유쾌해요. 캐릭터들이 유쾌하고, 사건의 전개가 통쾌합니다. 세 친구는 각자 확실한 개성을 가지면서도 모였을 때 맛깔난 케미를 만들어 냅니다. 거기에 다른 배달 기사들의 역할이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하죠.
이 책은 출출한 밤에 아주 맛있는 야식을 먹는 것 같은 편안하고 유쾌하고 짜릿한 경험을 하게 해 드릴 겁니다.
이번 작업이 작가님께 특별했다고 들었는데요. 이것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는 집필을 시작하면 끊지 않고 쭉 쓰는 편이에요. 굵직한 스토리를 어느 정도 정리해서 구체적인 사건을 하나씩 풀어 가는데, 이 작품은 계획대로 쭉 써 나가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딱 막히더라고요. 처음에는 ‘곧 풀리겠지’라는 생각으로 옆에 던져뒀어요. 그리고 다른 책을 썼는데, 그 책을 탈고할 때까지 이 이야기가 안 풀렸어요. 결국, 그 책을 다 쓰고 6개월이 지나서야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막혔던 부분의 아이디어가 생각났거든요. 그 부분이 풀리고 나니 뒷부분은 쭉 쓸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게도 가장 애먹은 부분이 편집 과정에서 제일 재미있다고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다 쓰고 났을 때 선물을 받았다고 느꼈어요. 처음에는 제 의지로 시작했지만, 중간부터 다시 쓸 수 있던 것은 문득 찾아온 아이디어 덕분이니까요.
그리고 출판사 텍스티와 함께 더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도 참 좋았습니다. 소설가는 보통 혼자 작업을 하다 보니, 지금 쓰는 이야기가 어떻게 읽힐지 늘 고민하고 걱정하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초고를 완성한 후에 출간 과정까지 많은 분들과 소통하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했어요. 그 과정이 저에게는 아주 특별했고, 너무 행복했습니다.
이 작품을 먼저 읽은 독자의 한 줄 평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세 친구의 케미에 피식피식 웃으며 읽다 보면 어느새 가슴이 먹먹해진다.” 마냥 가볍기만 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책에 담고자 하셨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가볍게 생각하면 큰 기술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런 일을 관두지 않고 성실하게 해 나가는 것에서 그들의 삶에 의미와 힘이 생긴다고 생각하거든요. 꽤 많은 사람들이 직업 자체에 대한 선입견이나 이미지로 한 개인의 인생을 평가하곤 하는데, 그걸 꼬집고 싶었어요. 저는 결국 성실함이 가장 무섭다고 생각하거든요. 주인공이 배달하는 것도, 그의 친구가 편의점을 운영하는 것도, 또 다른 친구가 오랫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각자의 성실함 안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쌓아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싶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남들을 속여가며 쉽게 돈을 버는 사람들의 행태도 비판하고 싶었고요.
그러고 보면 이번 책뿐 아니라 작가님의 다른 책에서도 사회 문제들이 참 많이 다뤄집니다. 여기에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뉴스에서 나오는 모든 사건을 우리가 직접적으로 다 공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어떤 뉴스를 보는 순간 여러 가지 감정이 찾아오지만, 다음 뉴스에 쓸려 가 버리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우리가 꼭 생각해 봐야 할 문제들은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고나 서민의 삶을 무너트리는 전세 사기 같은 것들이요. 비록 한낱 소설에 불과하지만,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이 매체를 통해 잊지 말아야 할 사건들을 기억하게 하고, 그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되도록 우리가 잊지 않았으면 하는 사건들을 많이 다루려고 합니다.
첫 장편 소설 『타운하우스』를 출간하신 이후로 약 3년 동안 무려 다섯 편의 장편 소설을 집필하셨습니다.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만들고 계시는데요. 끝으로, 첫 책의 출간 10주년이 되는 2031년에 어떤 작가가 되어 있었으면 하는지 궁금합니다.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예스24에서 박희종 특별전을 마련해 주실 만한 작가가 되고 싶어요.
실은 작가가 되고 나서 누군가 내 글을 읽어 준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제 책을 구매하고 시간을 내어 읽어 주시는 독자분들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고요. 제가 그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선택이 후회되지 않는 작품’을 내놓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좋은 작품들을 내놓아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제 입장에서 좋은 작품의 기준은 ‘재미’입니다. “박희종 작가의 작품은 진짜 재미있어.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는다니까.” 이런 소리를 계속 듣고 싶어요. 10주년이 될 즈음이면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 내서, 예스24 같은 곳에서 특별전을 해 주셔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작가가 되었으면 합니다.
* 필자|박희종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어서 현실과 아주 맞닿아 있는 글을 쓰는 소설가. 주로 일상에 밀접해 있는 소재들을 통해 몰입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든다. 어느 동네에나 있는 타운 하우스. 누구나 쓰는 지역 기반 중고 거래 앱. 회사 직원들만 들어오는 커뮤니티. 연말, 연초면 찾는 토정비결. 그리고 이번에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이나 마주치는 배달 기사님들을 보고 이야기를 떠올렸다.
“잘 안되면 배달이나 하지 뭐.” 많은 배달 기사님들이 가장 속상해하시는 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데……. 그들의 삶과 마음을 모아,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위안과 응원이 되길 바라며. 『타운하우스』, 『감귤마켓 셜록』, 『더 비하인드』, 『#라이프_스포일러』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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