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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제비? 비버? 모두 땡! 세상에 없던 캐릭터 바베테의 탄생

『바베테, 넌 누구니?』 타냐 에쉬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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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을 키우고 자신감을 기르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루함은 무언가를 발명하고, 창의력을 발휘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는 데 매우 귀중한 자원이에요. (2024.03.28)

©Stephan Vavra


『바베테, 넌 누구니?』는 ‘남과 다른 나’에 대한 고민을 코믹하게 담아낸 어린이 그래픽노블로,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 ‘바베테’의 자아 발견 여정을 그리고 있다.

바베테는 어떤 동물로도 정의할 수 없다. 온몸이 노란색에 두 발로 걷고, 발음은 엉성하지만 말을 할 수 있다. 또 TV 퀴즈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과자와 오싹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원래 보호자이던 리네테가 외국으로 떠나게 되자 이웃인 보리스가 바베테를 돌보기로 한다. 보리스는 부모님에게 바베테의 존재를 비밀로 하는 동시에, 바베테에게 안락한 집을 만들어 주려 노력하지만 고된 돌봄 노동으로 지쳐 간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보리스는 바베테에게 묘한 유대감을 느끼고, 자기가 어떤 동물인지 알 수 없어 외로워하던 바베테 역시 보리스에게 정을 느낀다.

이 작품은 독창적인 이야기 속에 세밀하고 일관된 캐릭터 묘사가 재미와 감동을 준다는 평을 받으며 2023년 독일 청소년문학상 아동 도서 부문을 수상했고, 작가 타냐 에쉬는 함부르크에 거주하면서 창작 활동과 동시에 어린이 만화 축제의 공동 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독일 청소년문학상'은 매우 권위 있는 문학상인데 『바베테, 넌 누구니?』로 수상하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원서를 먼저 본 독자로서 제 일처럼 기뻤어요. 작가님의 소감이 궁금해요.

다정한 말씀 정말 감사해요! 이 상을 받은 것은 큰 영광이고, 아직도 저에게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기쁜 일이었어요! 저와 함께해 준 독일 출판사에 정말 감사드리고, 그들이 없었다면 이런 책을 만들 수 없었을 거예요.

『바베테, 넌 누구니?』 속 인물들은 입체적이고 생생해서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어요. 어떻게 이런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창조하게 되었나요?

저에게 영감을 준 것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모든 캐릭터는 제가 아는 사람들은 물론 제 장단점이 어느 정도 섞여 있어요.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게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된 거예요. 나중에 책이 완성되고 나서야 어떤 캐릭터가 제 삶에서 함께한 누구를 가리키는지 깨닫게 돼요.

바베테는 약한 자폐 스펙트럼이 있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많은 문제를 겪는 제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이런 특성은 반드시 어떤 형태의 우울증으로 이어져요. 누구나 소속감을 갈망한다고 생각하는데, 항상 자신이 어디에도 어울리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마음이 정말 힘들 거예요.

저는 어렸을 때 좋아한 이야기와 캐릭터가 또렷이 기억나요. 이런 것들이 제 창작에 영향을 미쳐요. 예를 들어 우주선과 함께 어떤 집 차고에 추락한 외계인 이야기를 다룬 시트콤 <외계인 알프(ALF)>가 있어요. 이 외계인은 아주 재미있는 캐릭터였고 저는 그 쇼를 보는 걸 좋아했어요. 또 막스 크루제의 동화 <우르멜(Urmel) 시리즈>도 있어요. 등장인물 중 ‘핑’이라는 작은 펭귄은 ‘슈’를 발음하지 못하고 항상 ‘프’라고 말하죠. 저는 이 점이 정말 귀엽고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제 캐릭터 바베테에게도 약간의 발음 문제가 있었으면 했어요.

이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고심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가장 많이 고민하고 다른 사람들과 가장 많이 대화한 부분은 이민자인 보리스의 할아버지가 인종 차별에 대해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는 장면이에요. 비슷한 경험을 한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저는 인종 차별에 대해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피부색이 다르다고 모욕을 당하거나 자신이 이 사회에 소속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은 그들에게 큰 상처를 준다는 걸 아이들이 알았으면 해요.

이 책을 읽으면서 보리스가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은 분명 서로를 사랑하고, 보리스를 사랑하지만 누구도 차분히 보리스의 의견을 들어주려거나 대화하려고 노력하지 않거든요. 작가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 보리스가 외로움을 느낄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그럴 수 있겠네요! 보리스는 외동이고 부모님이 보리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으니까요. 저는 보리스가 저처럼 혼자 시간을 보내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고 생각했어요(저도 외동이랍니다).

가족은 저에게 안전하고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해요. 물론 부모가 자녀의 고민에 귀 기울이는 것은 중요해요! 하지만 요즘은 부모들이 아이를 너무 과잉보호하고, 지나치게 많은 활동을 계획해서 아이들이 바쁘게 지내도록 만들지 않나 싶어요. 창의력을 키우고 자신감을 기르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루함은 무언가를 발명하고, 창의력을 발휘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는 데 매우 귀중한 자원이에요. 제 생각은 그래요.

바베테를 보리스에게 맡긴 원래 보호자, 리네테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베테를 보리스에게 보낼 때는 눈물을 글썽이더니, 보리스가 전화로 도움을 청하니까 영 귀찮은 표정이더라고요.

리네테는 ‘메탈 음악을 좋아하고, 멋지고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은, 변덕스러운 십 대 소녀’와 ‘어릴 때부터 키우던 반려동물을 더 이상 키울 곳이 없고, 바베테처럼 특별한 존재와 사는 데 익숙해진 사람’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리네테는 바베테를 떠나보내는 것이 힘들어요. 어쩌면 그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놓아 주고 어른이 되는 일과 비슷할지도 몰라요. 물론 바베테를 사랑하지만, 런던에 있을 때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처럼 바베테를 잊게 된 거지요.

책을 보다 보니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었어요. 작가님은 왜 만화라는 표현 형식을 선택해 창작하게 되었나요? 그림책을 만들 수도, 동화를 쓸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저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지만 글을 창작하는 법은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요. 그래서 그림이 없는 소설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지요.

그림책들을 만들려고는 했어요! 첫 책은 처음에 그림책으로 구상했는데, 한 쪽이나 두 쪽에 걸쳐서 완성도 높은 큰 이미지를 만드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시도하고 또 시도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흠, 작은 박스 안에 작은 이미지를 넣는 게 더 낫겠는데? 그리고 실제로 그랬어요! 불현듯, 큰 이미지 대신 만화 컷을 그리는 쪽이 훨씬 더 좋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요. 그전까지는 그림책도 만들었고 실력이 늘긴 했지만… 만화는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책이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소감 부탁합니다.

정말 기대돼요! 한국 어린이들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어요!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자필 메시지



*타냐 에쉬

1988년 독일 하나우에서 태어난 타냐 에쉬는 함부르크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2017년에 첫 어린이 만화 『슈퍼쿨』로 상을 받았고, 두 번째로 낸 만화 『울프와 새로운 것을 둘러싼 수수께끼』는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등에서도 출간됐어요. 『바베테, 넌 누구니?』는 2022년 베르톨트 라이빙거 만화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23년 독일 청소년문학상 아동 도서 부문을 수상했어요. 타냐는 함부르크의 집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요. 이웃이 희한한 반려동물을 맡길 때를 대비해 종일 집에서 작업하는 거예요. 단, 반려동물은 얌전히 있어야 하고, 밤에는 자기가 보던 TV를 꺼야 해요!


바베테, 넌 누구니?
바베테, 넌 누구니?
타냐 에쉬 글 | 이기숙 역
씨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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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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