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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사진과 함께 보는 건축물 안팎에 숨겨진 역사 이야기

『50개 건축물로 읽는 세계사』 정태종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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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통해 세계사를 이해하는 것은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기 때문에 모험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모험을 하지 않으면 얻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2024.02.27)


세상 곳곳과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연결되는 요즘이지만 세계사 전반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까다롭기만 하다. 각 시대와 지역, 사회 구조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소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실에 근거해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관점의 자료들을 선별해 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사를 건축물로 알아보는 건 어떨까? 건축은 도시의 상징물이자 랜드마크인 경우가 많다. 프랑스 하면 파리의 에펠탑, 이탈리아 하면 로마의 콜로세움이나 피사의 사탑, 대한민국 하면 서울의 숭례문처럼 국가나 도시의 이미지를 가장 명확하게 하는 아이콘이 건축이다. 즉, 직접 가 보지 않아도 그 도시의 역사를 알 수 있게 해준다. 

『50개 건축물로 읽는 세계사』는 고대 서양과 동양, 근대와 현대사회까지 50개 건축 사례를 선정해 당대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한다. 특히 현대사회 부분에서는 직접 가서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건축물을 다수 포함했다. 작가와 함께 ‘방구석 건축 세계 여행’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작가님을 처음 만나는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단국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건축설계와 건축계획을 담당하고 있는 정태종입니다. 직업으로는 대학교수이자 건축가이며 많은 분이 저를 ‘공간탐구자’라고 불러주기도 합니다. 전문가나 직업인으로 불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개인적으로 도시와 건축 등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간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호칭으로서 공간탐구자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대학교 학부 전공은 치의학이었고 졸업 후 치과교정과에서 수련하고 치과의사로 일했습니다. 대학교 입학에서부터 치과의사로 개원까지 저에게 주어지는 과정을 마쳤을 때 제 인생에 무언가를 선택할 기회가 생겼는데, 여행을 통해 평소 관심을 두던 건축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조금 늦게 시작한 건축 공부가 좋아서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건축설계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한국에 와서 건축 실무를 하면서 건축 박사과정을 마치고, 단국대학교에서 지금까지 학생들과 함께 건축에 대해 강의와 연구, 건축설계 등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 관심 분야는 치의학이라는 배경이 있어 ‘의학과 건축의 관계와 융합’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고 도시와 건축 공간분석, 현대건축의 이론과 설계 방법론, 현대사회의 철학과 사회학적 이해 등 다양합니다.

신간 『50개 건축물로 읽는 세계사』는 어떤 책인가요? 

이 책의 기획은 스테이블 출판사가 먼저 제안해왔습니다. 처음에는 건축과 세계사라는 연결이라는 기획이 흥미로웠지만, 내용의 이해와 방대한 작업량에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건축이 전공이지만 세계사는 그렇지 않아서 많은 고민과 준비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알기 힘든 세계사를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면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책 제목에 드러나 있듯이 건축을 통해 세계사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주고자 하는 책입니다.

다들 한 번씩 경험했겠지만, 세계사나 한국사 등 역사는 너무 광범위하고 알아야 할 양이 많다는 것에 제일 먼저 질리게 됩니다. 해야 할 것이 많으면 회피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럴 때 전체를 파악할 수 있으면 조금 수월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세계사 전체를 파악하기 위한 개론서로 줄 치고 외우는 공부가 아니라 편하게 보고 알 수 있는, 그래서 조금 더 쉽게 세계사에 관심을 가지게 해주는 책입니다. 사진도 다수 수록해 더 흥미롭게 세계사를 ‘구경’할 수 있게 했습니다.

독자들이 '건축'으로 '세계사'를 읽을 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세계사는 보통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연대기 순으로 기술됩니다. 그래서인지 재미가 크지 않습니다. 이런 역사의 이해 방식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요? 역사에서 정사보다 야사가 흥미를 유발하듯이 건축이라는 관점으로 세계사를 보면 조금 새롭고 다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건축은 각 시대나 사회의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공간이나 양식의 특징들이 명확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건축물은 우리 주변에 항상 있어서 국내외 여행을 통해 만날 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를 알아보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건축으로 세계사를 읽는 장점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우선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알 수 있다, 인류의 기술 발전 과정이 보인다, 세계 정치와 경제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를 전방위로 이해할 수 있다 등입니다.

『50개 건축물로 읽는 세계사』에서 각 건축물을 선정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이 책을 구성하는 세계사는 기본적으로는 기존 세계사의 공간·시대적 분류를 따랐고 건축의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을 조정했습니다. 그 결과 서양과 동양을 두 축으로 나누고, 현대사회는 동서양 구분 없이 전체적인 특성을 중심으로 각 시대와 지역을 나누고 그에 따라 대표할 만한 건축물을 선정했습니다. 서양은 지역적인 특성보다는 시대적 특성이 강해서 고대 문명기, 그리스 로마 시대, 중세 시대, 바로크와 로코코, 근대 시대로 나눠서 시대별 대표 건축물로 각 시대를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동양 사회는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 우리나라 전통사회 등 지역을 중심으로 했습니다. 현대사회는 급변했던 시기의 철학·사회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현상학, 구조주의, 디지털로 나눠서 각 건축물을 정했습니다.



『50개 건축물로 읽는 세계사』 속 건축물 중에서 직접 보러 가셨다가 좋은 의미로 '충격'을 받으신 건축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처음 여행했을 때 직접 대면하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들은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독일 쾰른의 고딕 성당들, 미국 뉴욕의 맨해튼 초고층 건축물입니다. 모두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각 시대를 대표하는 최첨단 건축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보고 알던 건축물을 직접 대면하게 되면 이전에 예상하던 규모나 스케일과 달라 압도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칸트의 ‘숭고함’이 건축물에서 느껴진다고 할까요?(칸트는 화산, 대양, 홍수 같은 무섭고 거대한 자연현상과 관련한 인간의 정서를 ‘숭고’라고 해석하며 ‘단적으로 큰 것’이라고 정의한다-편집자 주.) 그래서 이런 건축물은 직접 가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의미로 큰 인상을 받은 경우는 현상학적인 분위기의 건축물입니다.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성가족성당과 같은 유럽 고딕 성당은 그 규모도 놀랍지만, 내부 공간의 ‘빛과 색’으로 구현되는 분위기가 압권입니다. 현대건축에서는 프랑크 게리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이 모든 것을 다 포함한 곳으로 직접 대면하면 신선한 충격을 받으실 겁니다. 규모가 크거나 유명한 건축물은 아니지만, 다양하고 새로운 건축적 개념으로 실현한 최신 현대건축을 답사할 때면 그 독특함 때문에 많이 놀라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멋진 건축물 앞에 가면 사진을 찍으며 그 순간을 기억하려고 하잖아요. 우리의 생활과 건축은 실용적인 면을 제외하고도 크게 이어져 있는 듯한데, 막상 건축물 자체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은 것 같아요. 마음에 드는 건축물을 만나면 어떤 방식으로 관찰하며 공부하는 게 좋을까요?

많은 이들이 멋진 랜드마크 건축물을 처음 대하게 되면, 기록의 측면에서 사진을 찍어 그 순간을 보존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사진을 찍고 나면 급격히 관심과 흥미가 떨어질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벤트는 일상과는 조금 다르게 작동하는 듯합니다. 일상은 매일 익숙한 공간과 분위기의 ‘생활공간’ 중심이므로 ‘놀라운 건축물’을 대하는 것과는 별개의 감각이 아닐까요.

그리고 건축물도 미술 작품처럼 ‘아는 만큼 보이는’ 분야라 배경이나 내용을 잘 모르면 그냥 바라만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축물을 이해하는 데는 이 책처럼 세계사와 함께하거나 건축물 자체의 특성으로 이해하는 등 각자의 방식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마음에 드는 건축물에 가면 건축물 외부 전체를 한 바퀴 돌면서 파악하고, 그 후에 내부도 전체 한 바퀴를 돌면서 특히 관심 가는 곳을 찾습니다. 전체 다 살펴본 후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곳에 다시 가서 머물러봅니다. 나올 때는 들어올 때와 반대로 다시 한 번 전체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찍은 사진을 살펴보면서 내가 느끼고 경험했던 것을 확인합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으면 나오고 아니면 다시 돌아가 사진을 찍으며 건축물을 살펴봅니다. 어떻게 보면 빠른 예습과 복습이라는 공부 방법을 건축물에 적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50개 건축물로 읽는 세계사』에는 우리나라의 건축물도 많이 나오는데요, 책 속에 소개된 곳 외에도 가 보면 좋을 국내 건축물을 소개해주세요.

국내 건축물은 오래된 전통건축에서 최신 현대건축까지 다양해서 가 볼 만한 곳이 많습니다. 물론 규모나 시대적 특성은 외국과 다르기에 비교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으니 우리나라만의 건축적 특성을 찾아보기를 권합니다.

책에서 소개 못 한 곳 중 전통건축에서는 경상북도 안동의 ‘도산서원’ 등 서원건축이 좋습니다. 서원이란 조선 시대에 선비가 모여서 학문을 강론하고, 석학이나 충절로 죽은 사람을 제사 지내던 곳으로 전통주택이나 사찰건축과는 다른 독특한 건축적 특성이 있습니다.

현대건축은 최근 서울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곳에 좋은 건축물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그중 서울 강북 지역은 기존의 전통적인 도시 분위기에 새로운 현대건축이 들어서면서 매우 독특한 도시 풍경을 구성합니다. 서울시 중구에 있는 ‘서소문역사공원과 박물관’은 그런 장소 중 대표적인 곳 중 하나일 겁니다.



*정태종

건축으로 세상을 읽는 공간탐구자. 단국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부 조교수.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치과교정과 수련의와 의학박사를 마쳤다. 치과의사로 일하며 시간이 날 때면 국내외 건축물과 도시를 만나러 다녔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건축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미국 사이악(SCI-Are)과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TUDelft)에서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공학박사를 마쳤다. 어디론가 가기, 무작정 걷다 낯선 것 만나기, 좋은 목소리의 노래 듣기, 새로운 디자인 찾기를 좋아한다. 지은 책으로는 『도시의 깊이』 『말을 거는 건축』(공저) 『모든 도시는 특별하다』 『가까이 있는 건축』 등이 있다.


50개 건축물로 읽는 세계사
50개 건축물로 읽는 세계사
정태종 저
스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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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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