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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카프카’ 찬쉐의 최신 장편소설 『격정세계』

『격정세계』 찬쉐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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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욕망을 건드리는 읽기야말로 최고의 독서입니다. 제게는 독서 역시 창조로, 독자도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감정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봅니다. (2024.02.02)


“카프카에 비견될” “가장 독창적인” 등의 찬사를 받으며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작가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중국의 여성 소설가 찬쉐. 이번 신작인 『격정세계』는 상상과 현실이 기묘하게 교차하는 가상의 도시에서 활동하는 북클럽 사람들을 중심으로, 글쓰기와 읽기, 사랑의 격정을 그린다. 지리멸렬해진 현대인의 삶에 문학과 사랑이 격정을 불러일으켜 구원이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작품으로, 난해하기로 유명한 전작들과 달리 책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가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



『격정세계』의 ‘멍청’이라는 도시는 문학에 조예가 깊은 인물들과 고서점 거리, 인물들의 감정적 관계를 대변해주는 표범과 검은 고양이를 품고 있습니다. 샤오쌍의 고향으로, 경제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파탄이 나는 ‘징청’과 매우 대비되는데요. 이렇게 배경을 설정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예. 그런 설정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자동 글쓰기를 하는 저로서는 의식적으로 부러 설정한 건 아닙니다. 어떤 분위기가 은연중에 제 붓끝을 이끌어 부지불식간에 ‘멍청’이라는 유토피아적인 아름다운 도시를 그려내게 했습니다. 이 남방의 도시는 건물과 교통, 음식, 도시의 외관 등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내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인간답습니다……. 무엇보다 고급스럽고 이상적인 문학의 탄생지로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이 들끓는 곳입니다. 한편 ‘징청’에 대한 내용이 훨씬 적은 건 ‘멍청’의 남다른 예술미를 부각하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멍청을 다녀간 독자가 그곳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그 혹은 그녀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상상합니다.

작가님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듯이 ‘비둘기’ 북클럽 활동의 생생한 묘사와 함께 독자로서의 샤오쌍과 리하이, 소설가로서의 한마, 평론가로서의 페이와 헤이스, 이 아저씨, 서점인으로서의 샤오웨 등 책을 둘러싼 이들의 모험이 생동감 있게 그려집니다. 이를 통해 전하고자 한 주제의식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비둘기 북클럽은 제 직접적인 경험이라기보다는 원시적 상상력과 함께 글쓰기와 독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된, 글쓰기와 독서와 삶이 하나로 녹아든 기묘한 공간입니다. 제가 작업하는 이런 실험소설은 독자와의 완전한 공감이 가능하므로 독자는 마치 직접 경험한 듯 읽게 됩니다. 독자는 기존의 관념과 틀을 깨고 육체와 영혼을 소설로 끌고 들어가 ‘감정이입’의 효과를 불러일으켜 책 속 인물과 상호작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소설이 기존 소설과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 글이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게 아니듯이 독자 역시 자신의 세속적인 경험에 기대 소설에 진입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제 작품은 독자를 소환하여 ‘감정이입’의 충동을 불러일으키고 저는 독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제가 창조한 ‘비둘기’ 북클럽으로 들어가 함께 춤추고 빚어내고, 모험하라고 다그칩니다. 그저 이해 수준에 그칠 것이 아니라요.  

위의 여러 인물들 가운데 작가님이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책 속 등장인물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작가가 아끼는 인물들입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덜 비춘 조연들이라고 할지라도요. 그중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샤오쌍, 헤이스, 이 아저씨, 한마, 샤오웨입니다. 이들 인물들은 감정 묘사가 더없이 깊고, 감정 발휘의 긴장감 또한 상당히 큽니다. 이들이 독자에게 선사하는 감정의 파고는 쉬이 잊히지 않을 것이리라 믿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세속을 초탈한 우상이 아니라 평범한 삶의 본질에 뿌리를 둔 본보기로서 우리 보통 사람의 가능성이기 때문입니다.

후각과 청각 등 공감각을 사용해 책을 읽고 뒤이어 강력한 사유를 발동시키는 독서법이 서술됩니다. 특히 3부에서, 작품을 읽는 것은 그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임이 잘 드러나는데요. 이러한 독서법에 대해 좀 더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제 읽기 방법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런 종류의 소설을 읽을 때 독자는 신체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말하는 신체 기능의 발휘란 위에서 언급한 ‘감정이입’ 운동에 신체와 오감을 내던져 감정의 창조력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책 속 인물과 함께 춤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 언어는 소박하지만 언어의 심층구조에는 메커니즘이 존재해서 그 메커니즘을 건드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독자야말로 이상적인 독자입니다. 만약 자신이 사로잡히는 곳을 만난다면, 그 독자는 죽어라 붙들고, 반복적으로 음미하며, 사유하고 상상함으로써 저도 모르게 신체 기능을 발동하여 책 속 언어의 리듬에 맞춰 감정을 폭발시켜야 합니다. 그 순간 후각과 청각, 촉각이 전부 열려, 독자는 작품에 들어가 책 속 인물 중 한 사람이 됩니다. 이 새로운 인물 역시 해석자이자 연기자입니다. 독자의 읽기 동력은 과거에 경험했던 세속적인 감정을 떠올리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이는 수동적인 전통적 읽기로 진취적이지 않습니다. 한편 제가 말하는 읽기는 새로운, 정형화되지 않은 모호한 갈망입니다. 독자는 읽는 과정에서 그 모호한 갈망에 기대 한계를 돌파하고 한층 깊은 인간성의 미로로 들어가 작품 속 인간성의 수수께끼를 한 층 또 한 층 풀어나가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모호한 갈망은 바로 모든 독자가 갖춘 신체 기능으로, 인간적이고 자유로운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욕망입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머리로만 읽기를 거부하고 신체의 참여를 권장합니다. 삶의 욕망을 건드리는 읽기야말로 최고의 독서입니다. 제게는 독서 역시 창조로, 독자도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감정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봅니다.

작가님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작품이나, 늘 작가님의 반려가 되어주는 문학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요?

젊었을 때 절 뒤흔든 고전 작가로는 단테,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 괴테, 톨스토이, 고골, 도스토옙스키, 카프카, 보르헤스, 칼비노, 브루노 슐츠 등이 있습니다. 노년에 저는 단테, 셰익스피어, 로베르트 무질, 카프카, 칼비노 외에도 서양 고전 철학을 꾸준히 읽어왔습니다. 인간성의 발전을 위해 길을 찾는 게 제 웅장한 포부이기 때문입니다. 『격정세계』의 주제 역시 바로 이것입니다.

『격정세계』는 문학이 삶을 구원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책 전체를 관통하는데요. 작가님 주위에 혹은 작가님의 책을 읽은 독자들 중, 문학이 삶을 변화시킨 살아 있고 실제적, 생생한 예가 있을까요?

소수문학에 속하는 제 소설은 중국 국내에서 독자층이 넓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에 깊은 감동을 받은 젊은 독자들이 있음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제가 그린 책 속 이상적인 인물처럼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천명합니다. 읽는 과정에 많은 격려를 받았고 열심히 살려고 다짐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한 제 친구 하나는 팬데믹 기간에 부모님 두 분이 참혹하게 돌아가시는 참상을 겪고는 삶에 절망하던 차에 이 책을 읽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제 이런 문학은 많은 독자를 가질 수는 없지만, 일단 관심을 갖게 되는 독자는 작든 크든 삶의 변화를 겪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모든 문학의 본질적인 기능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런 작품들은 보편화되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저는 40년 동안 글을 써왔고 독자를 잃은 적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국내외에서 점점 더 많은 독자를 얻고 있습니다.

현재 몰두하는 작품 또는 앞으로의 작품 계획이 있으신지요?

현재 저는 철학서 집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것과 더불어 장편소설도 쓰고 있습니다. 제 글쓰기는 한결같이 한 가지 신념에서 나온 것으로 같은 이상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제 풍격은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변한 적이 없습니다.

신작 『격정세계』의 한국 독자에게 전하는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 신작을 통해 한국에서 더 많은 독자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찬쉐

20세기 중엽 이래 가장 창조적인 중국 작가이자 선봉파 문학의 대표 주자. 필명 찬쉐(殘雪)는 ‘녹지 않고 남아 있는 더러운 눈’과 ‘높은 산꼭대기에 있는 순수한 눈’이라는 뜻이다.

본명은 덩샤오화(鄧小華)로, 1953년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태어났다. 1957년 지역신문사에서 근무하던 부모가 극우주의자로 몰려 노동교화소로 끌려간 후 할머니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문화대혁명으로 초등학교까지만 졸업했으나 문학과 철학을 독학하며 글쓰기를 시작했다. 1985년 단편소설 〈더러운 물 위의 비눗방울〉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단테, 보르헤스, 카프카 등의 작품과 중국의 전통 무속신앙에 영향을 받아 동서양이 결합된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황니가》 《오향가》 《마지막 연인》 《신세기 사랑 이야기》 《맨발 의사》 등을 발표하며 초현실적인 문체와 서사로 ‘중국의 카프카’라는 찬사를 받았다. 매해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찬쉐는 미국 최우수 번역도서상, 말레이시아 플라워 트래버스 월드 중국어 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및 노이슈타트 국제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찬쉐의 작품은 미국 하버드, 코넬, 컬럼비아 대학 등에서 문학 교재로 쓰이고 있다.


격정세계
격정세계
찬쉐 저 | 강영희 역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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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세계

<찬쉐> 저/<강영희> 역18,0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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