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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가 MZ세대의 욕망이라고요?” - 손진원X이융희 [웹소설 대담②]

인터뷰 시리즈 ‘진심인 편’ 2화 – 손진원, 이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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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이야말로 현재 한국 사회의 욕망을 잘 보여주는 장르예요.

웹소설 시장이 1조 원대를 돌파했습니다. 『사내맞선』 『시맨틱 에러』 『재벌집 막내아들』 등 웹소설을 영상화 작품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었고, 웹툰화, 게임화와 같이 원천 IP로서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주목받는 콘텐츠 장르이자 시장이 되었죠. 

그럼 웹소설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웹소설을 연구하고 창작하는 이융희, 손진원 작가와 함께 웹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심도 있는 대화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1. 입문자를 위한 안내서 / 2. 웹소설 이해 심화 편으로 구성했습니다. 

이융희는 작가 겸 문화 연구자, 웹소설 PD입니다. 2006년 작가 데뷔 후 지금까지 웹소설을 쓰고 있으며, GT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개발 본부 팀장으로 작품을 영업, 유통하는 일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서브컬처, 장르문화, 대중문화 전반에 관해 연구를 진행하면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이기도 합니다. 『웹소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웹소설 보는 법』 등을 썼습니다. 

손진원 역시 창작과 연구를 함께 합니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 웹소설을 주로 쓰며, 장르 문학, 한국 서브 컬처에 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장르비평팀 텍스트릿에서 활동하며  『글 쓰는 여자는 위험하다』, 『비주류 선언』 등을 공저했습니다. 



웹소설에 붙는 해시태그는 어떤 기능인가요?

이융희 : 해시태그는 ‘감정 기호’예요. 원래 해시태그가 SNS에서 압축적으로 현재의 상태나 감정을 표현하고, 그걸 검색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 속에 던지는 것이잖아요. 해시태그를 거는 순간 비슷한 장소에 가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드러내고, 감정을 바깥에 투사하죠. 검색어를 중심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일종의 집단적인 놀이인데, 그게 마니아 문화였던 웹소설과 잘 어울렸던 거죠. 

해시태그는 웹소설의 장르가 세분화되면서 더 유용해졌는데요. 예전에는 판타지, 로맨스, SF 정도의 장르 분류만 있었지만, 웹소설 안에서 다양한 장르 실험이 이어졌고, 더 이상 전통적인 장르로는 작품을 설명하기가 어려워졌어요. 플랫폼은 장르가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창작자 입장에서는 독자가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내 소설이 눈에 띄어야 하거든요. 소설의 독특한 소재나 재미, 감정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해시태그였죠. SNS를 통해 소통하는 독자 세대와도 잘 맞물려서, 해시태그 기호가 빠르게 보편화됐어요. 


손진원 : 해시태그는 ‘라벨지’ 같은 거예요. 하나의 장르 안에서 세분화된 여러 소재와 취향을 정확히 응집해서 보여주는 단어죠. 가령 로맨스 판타지에서 캐릭터 간의 관계성이나 남자주인공, 여자주인공의 매력을 어필하고 싶을 때 해시태그를 사용하거든요. ‘북부대공’ 해시태그를 걸기만 해도 독자들이 남자주인공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죠. 2000년대에 인기 있었던 장르가 ‘후회남’(원래 나쁜 남자이지만, 여자주인공의 사랑으로 회개하고 후회하며 매달리는 남자주인공)이거든요. 그 후 해시태그로 ‘후회남’이라는 키워드가 생기니까 독자들도 “내가 좋아하는 게 후회남이었구나” 개념화하고 취향을 발견하게 됐죠. 


웹소설의 제목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이융희 : 웹소설에서 제목이 중요하다는 걸 입증하는 데이터가 있어요. 경희대학교 하철승 교수님이 한 웹소설 플랫폼의 작가와 독자들에게 ‘웹소설을 선택하는 이유’를 설문조사했거든요. 1위가 랭킹과 조회수였고, 2위가 제목이었어요. 랭킹과 조회수가 플랫폼의 프로모션이나 배너 노출 등에 좌우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제목은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죠. 

제목은 독자의 기대감을 충족하기도 하지만, 내용을 상기하는 역할도 해요. 제가 웹소설을 하루에 100여 종까지도 보는데, 그러다 보니 다음날 이어서 볼 때 내용을 까먹어요. 그럴 때 제목이 ‘천재 국문학자가 강의를 너무 잘함’이라면 읽기만 해도 내용이 확 상기되죠. 반복되는 패턴이 중심을 잡아주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한번에 내용을 전달하는 제목이 중요한 거죠. 


손진원 : 종이책을 만들 때 책의 표지나 디자인을 신경쓰듯이, 웹소설은 표지와 제목이 중요해요. 웹소설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감각할 수 있는 것이 표지와 제목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려고 하죠. 

웹소설의 제목과 표지는 플랫폼의 유저 인터페이스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남성향의 경우 문피아의 인터페이스가 중요한 요인인 반면에, 여성향은 조아라 등의 인터페이스를 따라가는 거죠. 해당 플랫폼에 제목이 몇 글자까지 노출되는가도 중요하죠. 

장르마다 선호하는 제목도 다른데요. 현대 로맨스의 경우 독자들이 비교적 진지한 톤을 선호해서 짧은 제목을 써요. 『카사블랑카』, 『나쁜, 짓』처럼 현대 로맨스 독자들의 감성을 울리는 제목이 따로 있죠. 로맨스 판타지는 긴 문장 형태의 제목이 많아요. 유통되는 플랫폼에서 긴 제목이 모두 노출된다면, 작품 정보를 내세울 수 있으니 문장 형태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려고 하죠. 



이융희 : 남성향 독자들이 많은 플랫폼 문피아에서는 길면 제목이 (…)으로 처리되거든요. 그래서 짧은 제목이 많죠. 그래서 문피아 플랫폼의 무협 독자들은 『동생이 천재였다』처럼 7글자 제목을 선호해요. 젊은 독자들이 많이 읽는 판타지는 문장형 제목을 많이 써요. 길게는 27글자까지 갈 정도로요. 물론 판타지에도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처럼 예외적으로 짧은 제목이 나타나기도 하죠. 



현대 로맨스물처럼 BL작품도 간결한 제목이 많아요. 『모럴센스』, 『시맨틱 에러』, 『과호흡』처럼요. 아마존에서 인기를 끌었던 『상수리나무 아래에서』도 비교적 짧고 은유적이죠. 



웹소설의 표지도 독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나요? 

손진원 : 여성향 웹소설에서 표지는 정말 중요해요. 작가들이 선호하는 유명 일러스트 작가분들은 내년까지 계약이 차 있을 정도로요. 무료 연재 플랫폼에서는 작가들이 직접 표지를 공들여 제작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골라 넣기도 하죠.


이융희 : 여성향에 비하면, 남성향 표지는 사실 중요하진 않아요. 심지어 작가 본인이 그림판으로 그린 것도 많거든요. (웃음) 대충 제목만 써놓아도 베스트순위로 가는 경우도 많아요. 남성향에서 표지는 크게 남성 독자들에게 어필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죠. 실제로 표지를 제작하려면 1달은 걸리고, 인기 일러스트레이터의 경우에는 6개월 전에 계약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실시간 연재를 먼저 진행하고 표지가 나중에 들어가는 작품도 많은 거죠. 


독자의 댓글이 실제 작품 전개에 영향을 미치나요?

손진원 : 저는 로맨스 판타지 작가인데, 독자분의 댓글을 보고 바로 수정하는 일은 거의 없었어요. 보통 여성향 로맨스는 ‘생방송’이라고 할 정도의 실시간 연재는 드물거든요. 웹소설에는 ‘비축분’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절반 혹은 그 이상으로 작업한 다음에 유료 연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독자들이 소설을 볼 시점에는 이미 저는 10~20화 정도 앞서서 미래의 이야기를 쓰고 있거든요. 그래서 큰 문제가 없는 한, 바로 수정하기는 어려운 거죠.


이융희 : 판타지도 비축분을 쓰기는 해요. 그렇지만 워낙 장편이다 보니 비축분이 있어도 연재가 실시간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작가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댓글 때문에 전개를 바꾸는 경우가 많죠. 적극적으로 등장인물의 이름을 공모한다거나, 앞으로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할지 투표를 시키는 작가분들도 꽤 많아요. 실제로 어떤 작가님은 구상한 이야기보다 댓글의 방향성이 좋아서 뒤의 전개를 전체 수정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연재 도중에 전개가 답답하다는 ‘고구마’라는 비난 댓글이 달리기도 해요. 이런 독자 댓글을 어떻게 보시나요? 

이융희 : 가끔 “너무 고구마예요.” “재미없네요. 하차할게요.”라는 댓글이 달리면, 해당 회차를 전후해서 몇 편 이상을 수정하거나 환불 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일종의 AS를 하는 건데요. 

실제 독자와 가깝게 이어지는 만큼 단점도 있어요. 악플 때문에 작가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도 있었거든요. 악성 댓글 문제는 독자와 작가뿐만 아니라, 소통을 책임지는 제도와 보장에 관한 문제로 질문을 옮겨가야 해요. 플랫폼이 시작될 때부터 독자 댓글은 있었고, 심지어 댓글을 봐야지만 다음 편으로 넘어갈 수 있는 시기도 있었어요. 플랫폼의 UI/UX 메커니즘이 독자의 댓글을 공적 발화로 만들고, 소설과 댓글이 같은 위계로 묶이는 걸 주도하는 거죠. 

오히려 이런 ‘플랫폼의 권력’이 문제 제기 되어야 해요. 플랫폼이 특정 댓글을 작가의 글과 동등한 지위로 노출해서 작가에게 위력을 미치니까요. 한 플랫폼은 작가 페이지를 만들어서, 독자와의 소통을 명목으로 작가를 직접적인 고객 응대와 AS로 내모는데 이런 행태를 비판적으로 봐야 해요. 


손진원 : 최근에는 ‘고구마 서사가 답답하다’는 댓글은 전보다 줄어든 것 같아요. 웹소설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작가분들이 서사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어요. ‘웹소설 작가’도 플랫폼이 생기고 웹소설의 형태가 등장해서 나타난 직업이거든요. 그 전에도 온라인에 소설을 쓰는 사람은 있었지만, 웹소설의 연재 형태는 낯선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시행착오를 거치는 와중에 고구마 댓글이 달리기도 했을 거예요.

지금은 작가분들, 독자분들 모두 웹소설의 흐름을 꿰고 있는 것 같아요. ‘후회남’, ‘시월드’는 필연적으로 ‘고구마’ 전개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키워드를 보고 유입되는 독자분들은 이미 답답한 부분이 필수적이라는 걸 알고 들어오기 때문에 그런 댓글이 잘 안 달리는 것 같아요. 



이융희 : 웹소설은 결국 미완의 콘텐츠를 따라가게 만드는 소비예요. 예를 들어 영화 한 편을 본다면, 극장에 들어가서 엔딩을 보는 것까지 돈을 지불한 거죠. 그렇지만 웹소설은 구조적으로 완성된 전체를 사는 게 아니라, 짧은 한 편을 사잖아요. 그렇기에 한 편에 대해 내가 지불한 몇백 원의 가치를 바라죠. 그래서 장기간 서사를 따라가야 알 수 있는 빌드업 단계는 ‘고구마’로 느낄 수 있어요. 

그렇기에 ‘고구마 비판’은 분절된 유료 구매 모델에 맞는 작법이 나오면 해결된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빌드업 구간은 정보와 감정을 누적하기 위한 장치이니까, 한 편 안에서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하면서도 긴 서사를 전개할 수 있으면 되거든요. 실제로 웹소설 작법이 세련되어지면서 ‘고구마’라는 댓글이 많이 줄어들었고요. 

오히려 이른바 ‘고구마’를 밀고 나가면서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작품도 많아요. 저는 한 100편 정도까지 결말을 보여주지 않고 밀고 나가는 소설도 많이 봤거든요. 그래야 사람들이 원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사서 보죠. (웃음) 



장탄 작가의 『나태한 천재는 거물이 되기로 했다』가 좋은 사례인데요. 무명 아이돌을 매니저가 키워주는 ‘아이돌물’인데, 연습생 4명이 등장해요. 그런데 정작 아이돌 데뷔는 안 하고, 한 명은 작가, 한 명은 배우, 또 한 명은 솔로 가수로 성공하거든요. 아이돌 데뷔를 보고 싶으면 수십 편을 읽어야 하는데, 소설책으로 치면 결말을 보기 위해 수십 권을 읽고 있는 거죠. 그렇게 좋은 스킬을 구사하는 작가들이 이미 논쟁에서 벗어나 좋은 웹소설을 내고 있어요. 그런 사례들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을 뿐이죠.


『재벌집 막내아들』 등의 성공으로 회귀물, 천재물이 주목받기도 했는데요. 

이융희 : 여러 뉴스에서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고 ‘MZ세대의 욕망’이라고 분석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회귀물이라는 건 경험이 많이 쌓일수록 유리한 장르예요. 제 주변에서 4~50대들이 맨날 하는 소리가 “내가 열 살만 젊었으면”이거든요. (웃음) 회귀, 빙의, 환생 장르가 가장 인기를 끄는 나이대가 3040인 이유죠. 

천재물을 보면 이건 그냥 노동자들의 욕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은 기상천외한 천재가 아니라, 주어진 구조에서 성공하는 사람을 보고 싶은 거죠. 『재벌집 막내아들』도 결국 평범한 회사원이 재벌가에서 회장까지 가는 이야기잖아요. 『회귀했더니 입대 전날』은 말년 병장이 전역을 앞두고 사고가 났는데 입대 전날이 되어서, 군 생활을 너무 잘하는 이야기고요. 



결국 웹소설은 압도적인 천재의 이야기로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게 아니라, 낯설지만 익숙한 세계에서 잘 버티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청사진을 보여주는 거예요. 우리는 주어진 구조 안에서 일을 제일 잘하는 사람으로 성공하고 싶은 거죠. 그렇게 위안을 받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버티는 힘을 얻는 거고요. 


여성향 웹소설에 담긴 욕망도 궁금합니다.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가 영향을 줬나요? 

손진원 : 웹소설이야말로 현재 한국 사회의 욕망을 잘 보여주는 장르라고 느껴요. 현재 로맨스 판타지에도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달라진 여성들의 욕망이 많이 드러나거든요. 강한 여자 주인공을 내세우거나 악녀를 재해석하면서 통쾌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요.

로맨스 판타지 자체가 2015년에 명칭이 생겨나면서 시작된 장르인데, 그 시기에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 리부트가 중요한 사안이었죠. 이것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2030 여성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줬죠. 로맨스 판타지의 인기를 보고, 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에도 여성들이 로맨스를 찾을까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로맨스라는 장르가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이 관계가 정말 복잡해요.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서 있다고 하지만, 여성은 남성과 연애 관계를 맺을 수도 있으니 그 관계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로맨스라는 장르가 이 복잡함을 잘 보여줬다고 이야기해요. 로맨스 판타지 장르에서는 기존의 여성성과 남성성의 문제를 전복하는 시도가 굉장히 많았어요. 특히 장르가 폭발하던 2015~2019년 동안 ‘걸크러시’ ‘여공남수’라는 키워드가 등장하기도 했고, 악녀를 재해석하는 ‘악녀물’이 인기를 끌기도 했죠. 


주목하시는 웹소설의 최근 트렌드가 궁금합니다.

손진원 : 여성향 장르에서는 돌고 도는 키워드가 있어요. 과거부터 인기가 많았던 ‘후회남’이나 ‘육아물’, ‘계약 결혼’ ‘재벌남’. 이런 고전적인 키워드에 작가분들의 개성이 덧입혀진 작품이 요즘 인기를 끄는 것 같아요. 육아물의 경우, 처음에는 성인 여성주인공이 환생을 해서 아기가 되어 부둥부둥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는 장르인데요. 아기 시절부터 ‘가문을 흥하게 만들겠다’는 목적을 갖고 전개되는 ‘가족 경영물’이나 ‘가족후회물’로 변형됐어요. 원래 아이가 폭군 황제나 남성성이 강한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는 내용인데, 요즘에는 친아버지뿐만 아니라 혈연관계가 아닌 보호자와 유사 가족을 형성하는 내용이 보이기도 하고요. 이런 식으로 고전적인 키워드에 개성이 덧붙여져 새로운 장르물로 발전하고 있죠.


이융희 : 최근 제가 주목하는 흐름은 ‘코드의 기원을 만들어 내는 서사’예요. 김용 작가 등이 활약하던 구-무협 시절이나 홍콩, 대만 무협이 대세이던 시절 유행하던 문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상상력을 발휘해서 다시 쓰기를 시도하죠. 대표적으로 『당문전』이 그래요. 무협에서는 다양한 집단이 있는데, 『당문전』은 조력자와 적으로만 나왔던 당문세가, 사천당문이라는 집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상상하죠. 『광마회귀』도 하오문, 무당파 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다시 쓰는 거고요. 

웹소설에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장르의 문법을 다시금 생각해 보고 창작하는 ‘다시쓰기’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저는 이 행위가 장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동력으로 보여요. 무협이 주로 중국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한국 작가들이 한국의 형태로 다시 쓰고, 판타지의 문법을 다시 보려고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웹소설의 장르에서 큰 변화를 의미하는 건 아닐까 주시하고 있어요. 앞으로 1~2년 안에 변화의 분기점이 되는 좋은 작품이 탄생할 것 같아요. 




*이융희

장르 비평가, 문화 연구자, 작가. 한양대학교 국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2006년 『마왕성 앞 무기점』으로 데뷔한 이래 현재까지 꾸준히 장르문학을 창작하고 있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 창작학과 조교수로 재직했으며 장르 비평 동인 텍스트릿의 창단 멤버이자 팀장으로 다양한 창작, 연구, 교육 활동에 참여했다.현재 콘텐츠 제작 기업 지티이엔티 콘텐츠제작본부 소설 파트에서 웹소설 기획, 제작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웹소설 보는 법』  
『웹소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판타지 #게임 #역사』 『비주류선언』(공저) 『악인의 서사』(공저) 등을 썼다.



*손진원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 박사과정 수료. 장르비평팀 텍스트릿, 인문학협동조합 소속 로맨스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장르비평과 연구를 주로 해왔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서브컬처/웹콘텐츠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석사학위 논문으로 「1960년대 과학소설 연구」를 썼고,
『글 쓰는 여자는 위험하다』, 『비주류 선언』, 인터랙티브 픽션 『B사감: The New World』의 공저자이다. TRPG 「안녕이라 하기 전에」 제작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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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윤주, 이참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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