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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마가 되는 길, 찾을 수 있을까

『엄마들이 있다』 김지은 편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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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낳았든, 낳지 않았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누구나 엄마가 될 수 있다' 이게 제 생각이에요. (2023.05.16)

김지은 편저자

『엄마들이 있다』는 그 엄마라는 단어를 엄마들의 입으로 새롭게 정의해보려는 취지의 인터뷰집이다. 자식을 먼저 하늘로 떠나 보낸 엄마부터 학대 피해 아동을 거둔 전문 가정 위탁모, 오갈 데 없는 청소년들에게 엄마 노릇을 해주는 엄마, 베이비 박스에서 아기들을 돌보는 보육모, 트렌스젠더 자식의 손을 잡고 함께 세상과 싸우고 있는 엄마, 자녀에게 남편의 성이 아닌 자신의 성을 물려준 엄마까지... 이 열여섯 엄마들의 인생을 읽고 있노라면 엄마 됨이란 무엇인지, 모성은 또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엄마들이 있다』는 엄마 열여섯 명의 삶이 담겨있는데요. 왜 '엄마'들을 인터뷰한 건가요?

'엄마'만큼 확장성이 큰 단어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2018년부터 한 사람을 깊게 파고드는 인터뷰를 하기 시작하면서 만난 엄마들을 통해서 느낀 거였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고 배은심 여사를 인터뷰한 적이 있거든요. 배은심씨는 가족 밖에 모르는 착하고 순한 엄마였어요. 아들을 열사로 떠나 보내기 전까지는요. 어머니는 아들을 '한아'라고 불러요. 인터뷰를 어머니가 속해있던 전국민족민주열사유가족협의회의 '한울삶(한 울타리의 삶)'에서 했어요.

그런데 인터뷰를 할 때 어머니의 시선이 제가 아닌 제 어깨 너머를 향해있는 거예요. 이유를 인터뷰가 끝나고 알게 됐어요. 어머니의 시선이 멈춘 자리에 아들의 영정 사진이 걸려있었던 거죠. 어머니는 30여 년을 그렇게 살아온 거예요. 엄마는 그런 존재인 거지요. 여러 인터뷰를 통해 비슷한 경험이 쌓이면서 아예 '엄마'를 주제로 인터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일반적인 인터뷰와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엄마들은 대개 인터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에요. '엄마들이 있다'에 등장하는 엄마들 중에는 가수 인순이씨나 배우 김현숙씨처럼 인터뷰를 많이 해본 분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기자란 사람을 처음 대하는 분들이었어요. 그러니까 때로는 질문 하나에 답변이 30분 이상 걸리기도 해요. 엄마들은 디테일에 강하거든요. 배경이 되는 스토리까지 죄다 말씀해주시는 거죠.

그래서 느꼈어요. 엄마들만큼 인터뷰를 잘 하는 분들이 없다고. 왜냐하면 그만큼 솔직하다는 뜻이니까요. 엄마로 얘기할 때 엄마들은 순수하고 과감해져요. 그러니까 그 분들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이 가치 있었어요. 내 아이를 가졌을 때, 또 낳았을 때를 떠올리는 엄마들은 정말 사랑스러워요. 또 엄마들이 자신의 엄마를 얘기할 때는 저한테도 여러 감정이 전해져서 아프고 슬펐지요.

자기가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돌보는 전문 가정 위탁모나, 걸그룹 출신 찬미('임도화'로 개명)씨의 엄마 임천숙 원장을 인터뷰할 때는 좀 더 특별했어요. 돌봐온 아이들이 자신들을 '엄마'라고 부를 때의 감동, 그러나 끝내 그들에게 진짜 엄마가 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외로움까지 들을 수 있었어요. 이 분들은 공통적으로 '내가 이 아이들에게 엄마가 아니어도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말했어요. 어쩌면 엄마 됨은 어른 됨보다도 훨씬 크고 깊은 과정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인터뷰이인 엄마들이 처한 상황이 굉장히 다양한데, 이렇게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흔히 우리가 '모성'하면 떠올리는 희생, 헌신 같은 고정 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특히, '엄마는 대체 누가 돌보나요?'. '왜 육아백과에는 아이 얘기만 있나요?', '엄마 발달 백과도 필요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요즘 엄마 홍현진씨나 왜 아빠의 성씨가 우선이 되어야 하느냐는 당연한 상식을 실천하는 운동을 하는 김지예, 이수연, 윤다미씨를 인터뷰하면서는 저까지도 통쾌해졌죠.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두고 가면서 남긴 생모들의 편지는 또 어떻고요. 그걸 모르고선 엄마들을 비난할 수 없어요. 성폭력 피해를 당해서, 남자들에게 속아서, 또는 아이를 갖자마자 버림 받아서... 이런 다양한 처지에서 아이를 가진 거예요. 도저히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에서 생모들은 아이를 살리려고 베이비 박스를 찾는 거죠. 그 곳엔 아기들이 머무는 동안 돌보는 보육모,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하는 생모들의 사연을 들어주는 상담사들도 있습니다. 이 또한 또 다른 모성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현실 속 엄마들의 생각이나 삶을 통해서 엄마라는 단어를 생생하게 조명하고 정의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여러 엄마들을 인터뷰했는데, 실제 작가님의 엄마를 인터뷰해본 적은 없나요?

제 오랜 숙제였죠. 다양한 엄마들을 인터뷰하면서 '우리 엄마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더 커졌어요. 엄마를 꼭 인터뷰하고 싶었죠. 그래서 실제로 작년에 여러 날에 걸쳐서 엄마가 살아온 인생을 듣고 적었어요. '엄마들이 있다'를 내기 전에 '디어마더'라는 워크북을 공동 집필했는데, 이것이 바로 자녀들이 자신의 엄마를 인터뷰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에요. 그 책을 바탕으로 저도 엄마를 인터뷰 해본 거죠.



엄마의 삶을 엄마가 직접 적도록 하는 책도 있는데 인터뷰와 차이가 있을까요?

엄마가 직접 자신의 인생을 글로 쓰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독자님들이 그런 일방적인 방식이 아니라 엄마와 마주 앉아서 꼭 엄마 얘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어요. '우리 엄마가 이렇게 웃음이 많았나, 엄마가 이렇게 말을 잘했나, 엄마가 이렇게 사랑스러웠나, 엄마가 그렇게 힘들었나, 엄마가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이 많나...'라는 생각이 드실 걸요. 내가 이제까지 알았던 엄마는 아주 일부였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인터뷰 하는 과정에서 엄마와 이전까지는 해보지 못했던 교감과 공감을 하시리라고 믿습니다.

여러 엄마들을 인터뷰한 소감으로 작가님께선 '엄마'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궁금합니다.

엄마란 내가 어떤 모습이든, 어떤 상태이든, 언제든 달려가 기댈 수 있는 가장 안전한 피난처에요. 이 책의 표지가 잎이 무성한 큰 나무잖아요. 비바람이 몰아쳐도, 뙤약볕이 내리쬐어도 그 나무 아래 쏘옥 들어가 있으면 나는 무탈할 것 같아요. 그런 존재입니다. 나를 낳았든, 낳지 않았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누구나 엄마가 될 수 있다' 이게 제 생각이에요.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엄마라는 단어를 듣고 어떤 모양이든 느낌표가 새겨지는 분이라면 감히 추천합니다. 내 엄마가 궁금한 자녀이거나, 엄마가 되기를 소망하는 분, 이미 엄마가 됐지만, 나는 과연 어떤 엄마인가 자문이 드시는 분께도 이 엄마들의 얘기가 분명 울림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은 (편저자)

'좋은 기사는 세상을 바꾼다'는 문장을 들고 기자가 됐다. 10년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기사가 세상을 바꾸기는 아주 많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기사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됐다. 특히 사람의 이야기, 삶의 궤적은 그게 누구의 것이든 진한 느낌표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인터뷰가 가진 힘을 믿기에 쓰기 시작했다. 인터뷰이를 마주할 때 느낀 공감과 공명의 짜릿함을 글로 온전히 전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엄마들이 있다
엄마들이 있다
김지은 편
헤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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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있다

<김지은> 편16,92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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