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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왜 ‘차이나타운이 없는 국가’로 불릴까?

『한 번은 불러보았다』 정회옥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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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사용하는 멸칭의 행간을 살피며, '한국식 인종주의'의 기원과 실체를 밝혀낸다. (2022.10.25)

정회옥 저자

『한 번은 불러보았다』는 우리 안의 인종주의를 바로 보기 위해 집필된 책이다. 한국에 인종주의는 없다고, 적어도 다른 나라보다 심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 책은 그런 착각을 바로 잡는다. 오늘날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사용하는 멸칭의 행간을 살피며, '한국식 인종주의'의 기원과 실체를 밝혀낸다. 그 결과 드러나는 것은 우리가 배제하고 오인해온 수많은 타자 집단의 존재함이다. 이를 바로 보는 용기야말로 화석처럼 굳어진 차별과 혐오의 역사를 깨뜨리기 위해 필요한 것 아닐까.



평소 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아는데요. 관련 주제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셨고, 또 어떤 연구를 해오셨는지 작가님 소개와 더불어 설명 부탁드립니다.

소수자 문제에 처음 관심을 품게 된 것은 2000년대 중반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였습니다. 백인 중심의 국가인 미국에서 여러 가지 차별적 경험을 하면서 처음으로 '아, 나는 소수 인종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후 인종적 소수자뿐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 집단에 눈뜨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20여 년을 살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었습니다. 이후, 미국 소수 인종의 정치 참여를 주제로 학위 논문을 썼고, 현재는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인권, 차별, 소수자정치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하신 『한 번은 불러보았다』는 어떤 책이고 집필 의도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우리나라에는 인종 차별이 없거나, 있어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인종 차별'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조차 되지 않고, 진지하게 논의된 적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특정 집단을 경멸해 부르는 다양한 멸칭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멸칭들은 한국식 인종주의가 뿌리 깊게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무턱대고 인종주의자로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저를 포함해 정말 누구나 한 번은 이러한 멸칭들을 불러보았다는 점, 한국의 근현대사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을 짚고 싶었습니다.

책은 한국 특유의 인종주의가 만들어진 역사,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수많은 멸칭을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한국식 인종주의가 뿌린 내린 가장 결정적 사건은 무엇일까요?

단 하나의 결정적인 사건을 뽑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개화기,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기, 경제 성장기, 세계화 시대, K의 시대 등을 순차적으로 겪으면서 한국식 인종주의가 모습을 갖춰나갔다고 봅니다. 어느 한 시대가 결정적이었다기보다는, 한국인들이 비정상적인 격동의 근현대를 겪는 와중에 각 시대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현재의 K인종주의가 된 것이지요. 그래도 굳이 한 가지를 골라보자면, 한국 전쟁을 들 수 있겠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반공은 매우 강력한 담론으로 등장했고, 이는 우리와 타자, 아군과 적군을 가르는 한국인들의 마음의 습관이 형성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미국은 초콜릿과 추잉 껌으로 대표되는 친절하고 고마운 미군 아저씨의 이미지로 각인되었고, 그러면서 미국의 인종주의마저도 자연스럽게 수용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책에 따르면 한국식 인종주의는 현재 진행형인 듯합니다. 관련 문제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실태는 어떻다고 진단하시나요?

우리 사회의 인종 차별은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종 차별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집단 최면에 걸린 듯한 모습이라고 할까요. 강의하다 보면, 종종 학생들이 "우리나라에 무슨 인종 차별이 있죠? 단일 민족 국가인데?"라거나 "우리나라 정도면 외국인에게 정말 잘하는 국가 아닌가요?"라고 반문합니다. 이처럼 한국식 인종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비가시화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보이지 않는 문제는 보이는 문제보다 더 심각합니다. 가려놔서 보이지 않는 것을 눈을 똑바로 떠서 대면할 필요가 있습니다.

책의 끝에서 한국식 인종주의의 대안으로 시민적 민족주의 개념을 제시하셨습니다. 함께 사는 일 자체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민족주의는 무조건 나쁘니까 이를 버리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민족끼리 똘똘 뭉쳐서 이룬 경제 성장과 민주화가 저도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 그런데 민족주의가 지나치게 폐쇄적·배타적으로 가게 되면, 이는 타민족과 타 문화를 폄훼하고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발전하게 됩니다. '꼭 모두 같아야만 하는가?'라는 문제 제기를 통해, 이제는 한국 사회가 한국인성의 범위를 더 넓혀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덧붙여 최근 이민청 설립 이슈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한국식 인종주의의 존재와 함께 논의되어야 하고, 시민적 민족주의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이뤄어져야 한다는 점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는 어떤 주제에 깊이 파고들고 싶으신지요?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로 이득을 보는 사람, 또는 집단이 누구인지 밝히는 책을 쓰려고 계획 중에 있습니다. 타자를 배제하고 차별하는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서구 역사에서도 발견됩니다. 공통적인 것은 어디든지 특정한 집단의 편의, 또는 이익을 위해 소수자가 희생되곤 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우리나라와 외국의 다양한 사례를 파고들어서 다수자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는 소수자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또한, 지금 하고 있는 시민 단체, 정부, 정당 등 현실 정치 영역에서의 활동도 계속 이어나가 인종 차별 없는, 그래서 모두가 조금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한 번은 불러보았다』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 책의 주장이 도발적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 주장을 도발적으로 느낀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만큼 인종주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민감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인종'이라는 신문물을 접한 150여 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인종주의가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려 왔다는 증거들은 차고 넘칩니다. 이 책이 누구나 언젠가 한 번은 불러보았을,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을 멸칭들의 행간을 들여다볼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회옥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혐오와 차별의 정치학', '소수자 정치론' 등을 강의하며 청년들과 함께 우리 사회의 인권, 차별, 통합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한 번은 불러보았다
한 번은 불러보았다
정회옥 저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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