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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질병,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지속가능한 나이듦』 정희원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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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길고 큰 관점에서 삶을 조망하기가 무척 어려운 환경입니다. 이런 때, 이 책을 통해 여러 면에서 균형 잡힌 삶을 돌아볼 기회를 가진다면, 저자로서는 무한한 영광이겠습니다. (2021.11.29)

정희원 교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820만 6,000명에 달하며, 70세 이상 노인 인구도 580만 명을 넘어서면서 고령 인구의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노년내과 의사가 노화 현상과 노년의 삶에 대한 책을 펴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인 정희원 교수의 『지속가능한 나이듦』이다. 정희원 저자에게 ‘노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며, 개인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루어가기 위해 ‘나이듦’이라는 현상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노화와 나이듦, 그리고 노인의학에 관한 책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몇 년 전부터 노화와 나이듦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문제를 다룬 외국 도서들이 많이 출간되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이 사회를 휩쓸고 지나간 후에도 나이듦이나 노화에 관한 노인의학적 정보는 올바르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베스트셀러가 된 책에서도 노화를 싸움의 대상이나, 적으로 생각하고 무찔러야 한다는 식의 내용들이 흔했습니다. 이런 시각은 노화생물학과 임상의학 연구를 모두 해본 저로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고령화 문제를 다루는 많은 전문가들조차 현재의 사회적 추이를 직선으로 연장해 앞으로 미래 세대가 노인 부양비와 돌봄 비용을 과도하게 감당해야 한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연령 구조뿐만 아니라, 동시대에 태어난 해당 연령대의 생물학적 나이와 기능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예측에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가족을 만날 자유도 빼앗긴 채 요양병원에서 고통을 겪고 계시고, 엄중한 방역의 논리에서 후순위로 밀린 채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노인 문제가 엉망진창이 된 것은, 생물학적 노화와 질병, 노쇠, 그리고 사회의 고령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를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기 전문 분야의 시각으로만 보려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들을 모두 연결시켜보면 무시무시해 보이는 사회의 고령화도, 또 우리가 피하고 싸우려 안간힘을 쓰는 노화와 질병도 결국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점진적인 변화이며 지속가능한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도 말이지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이 책을 출간했습니다.

노년내과 교수님이 이야기하는 노년과 나이듦에 대한 생각이 매우 궁금합니다. 『지속가능한 나이듦』은 어떤 책인지 소개해주세요. 

책을 통해 개인의 ‘나이듦의 과정(노화)’, 그 결과인 질병과 노쇠, 장애, 그리고 이를 전체적으로 합쳐놓은 결과인 사회의 고령화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조망하려고 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통해 굳이 수많은 약을 먹지 않고도, 또는 값비싼 항노화 클리닉을 다니지 않고도 보다 덜 아프고 덜 노쇠하게 나이 들어갈 수 있는 방법들을 이야기하려고 했습니다. 개인 차원의 지속가능한 나이듦이지요. 또 아프고, 노쇠하더라도 기능 보존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나아가, 숫자 나이만 가지고 뽑는 통계로는 사회의 고령화가 재앙적으로 보이지만, 여기에 노화와 노쇠의 개념을 추가해서 이해하고 또 더 나은 방식으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모델을 만들어나가면 사회의 고령화도 그리 위협적이지 않음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이것이 말하자면 사회 차원의 지속가능한 나이듦이 될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노년내과가 생소한 느낌인데요. 구체적으로 노년내과에서는 어떤 진료들을 하나요? 

노년내과, 노인의학은 우선, 숫자 나이로 잘라서 진료를 하는 분야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노쇠, 즉 생물학적 나이의 스펙트럼을 이해하고, 이 스펙트럼에 따라서 임상적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는 비선형적이고 복잡계(complex system)의 특성을 가지는 사람의 노화를 이해하고 개인화된 진료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분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개념을 가지고 개인의 전체적인 의학적 문제 목록, 현재 복용 중인 모든 약과 건강식품, 그리고 신체기능과 일상생활 수행 능력, 인지기능과 기분, 돌봄 자원과 사회적 환경을 모두 평가한 다음, 균형이 틀어진 것은 해소하고 부족한 것은 그 원인이 무엇이고 또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저희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입니다. 노쇠라는 현상은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기 때문에 노인의학은 환자를 전체적으로 보고 다각도로 살펴 처방합니다.



책을 보면 노화에 관한 정의와 메커니즘, 노화의 원인 등을 구체적으로 짚어주고 있는데요, 실생활에서 노화를 늦추는 방법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뭐든 과하지 않는 것이 좋고, 또 치우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넘치는 것은 줄이고, 부족한 것은 더하는 것이 좋고요. 득이 되지 않는 단순당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는 과잉인 경우가 많고, 양질의 수면이나 휴식, 근육과 뇌를 모두 쓰는 운동은 부족한 경우가 많죠. 몸과 마음 전반에서의 이런 높은 엔트로피 상태는 악순환을 부르게 되고 결국 생물학적으로는 가속 노화 모델을 만드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양제를 더 먹는다고 노화가 늦춰지지는 않습니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고 거꾸로 돌려 풀어내야 할까요? 그 답이 책 속에 있습니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만난 어르신 중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분이 계신가요?

기억의 남는 분들이 많지만, 특히 제가 즐겁고 보람을 느끼는 경우는 고민 끝에 – 모든 의료기관에서 받은 약을 리뷰하고 문제점을 찾는 데에는 시간이 꽤나 걸리고, 때로는 약사님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확신이 들지 않기도 하지요 – 처방을 조정한 후 전반적인 약 개수는 많이 줄였는데도 어르신들의 전신 상태나 삶의 질이 나아지는 것을 경험할 때입니다. 흔치 않지만, 의식이 처져서(저활동성 섬망) 진료실이나 응급실을 찾은 어르신들이 급성기 치료와 처방 조정을 마치고 난 뒤, 나중에 명료한 의식으로 다시 진료실을 찾아오실 때에는 정말 무척 기쁩니다.

초고령 사회를 눈앞에 둔 지금, 노인의학적 관점에서 국가적·사회적으로 가장 고민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노인 문제에 대해 각 분야(복지, 의료, 행정)의 전문가들이 통시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자신의 전문 분야의 시각으로만 바라보며, 관료적 시각으로 칼로 썰고 명문화하려는 사고 체계가 문제입니다. 또 하나는 선진국에 진입한 대부분의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노인의학을 제도적으로 도입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영국은 내과계 의사의 거의 10%가 노인의학 전문의인데, 이와는 무척 대조적입니다. 책에서는, 질병과 사회를 다룬 2부와 3부에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사실 얼핏 책 제목만 보아서는 느끼기 어려우시겠지만, 『지속가능한 나이듦』은 사실 투자서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건강에 대한 장기투자를 넘어서서, 노쇠 지수를 만드는 포트폴리오의 개념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여러 요소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개념은 균형 잡힌 자산 포트폴리오를 형성하는 데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욜로와 파이어, 그리고 고성장 기술주가 유행하는 시절이고(이런 버블 시절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길고 큰 관점에서 삶을 조망하기가 무척 어려운 환경입니다. 이런 때, 이 책을 통해 여러 면에서 균형 잡힌 삶을 돌아볼 기회를 가진다면, 저자로서는 무한한 영광이겠습니다.



*정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를 취득했다. 현재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의과대학 시절, 호른을 연습하던 중 근육 유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근감소증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이후 내과 실습을 돌며 노인의학에 완전히 매료되었으며, 내과 전공의 시절 노쇠에 대해 연구하다가 공부에 대한 갈증이 생겨 의과학대학원에 들어가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세상에는 한두 가지 법칙에 따라 끼워 맞춰지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사람에게서 노화와 연관된 파라미터들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일을 연구했으며, 같은 방법을 써서 소규모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기도 했다. 노인의학 학술지 《AGMR》의 부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문제 풀기를 좋아하나 교조주의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두려워한다.




지속가능한 나이듦
지속가능한 나이듦
정희원 저
두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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