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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전문가 김지윤이 말하는 모녀의 세계

『모녀의 세계』 김지윤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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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의 관계란 이렇게 질겨빠진 것이다. 내 안의 그녀와 마주하지 않는 한 이 지리멸렬한 애증의 관계는 절대 끝나지 않는다. (2021.11.25)

김지윤 저자

공감과 웃음, 폐부를 찌르는 조언과 명쾌한 해법이 버무려진 마성의 강의로 유명한 김지윤 소장. 이번에는 엄마와 딸의 가깝고도 먼, 그 복잡미묘한 관계를 다룬 『모녀의 세계』라는 책을 펴냈다. tvN <어쩌다 어른>, 유튜브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관계 읽어드립니다’에서 다룬 다양한 인간관계 강의 중에서 특히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엄마와 딸의 관계를 심도 깊게 파고든 이 책은 시작부터 절절한 저자의 고백으로 시작되어 눈길을 끈다.

특히, 이 책은 어디서 어떻게 손대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모녀 갈등에 지혜롭게 접근하는 방법, 그리하여 두 여자가, 엄마와 딸을 넘어선 각각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홀로 설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김지윤 소장에게 『모녀의 세계』에 얽힌 보다 깊은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책 표지에 그려진 두 여인 사이를 흐르는 묘한 긴장감이 정말 눈에 띄게 다가옵니다. 제목을 『모녀의 세계』라고 지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세계라는 말이 붙는 경우는 그 관계가 아주 복잡미묘하고 어려울 때 붙는 것 같습니다. 부부의 세계, 육아의 세계. 문제의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어려움. 그런 관계 중 하나가 모녀관계이다 보니 모녀의 세계라는 제목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표지가 아주 모녀의 세계의 미묘함을 잘 담고 있고요. 많은 여성분들이 일단 표지 그림에 격한 반응을 보내주고 있어요. 표지의 두 여인 중 누가 엄마이고 딸인가에 대해 각각 다양한 정의와 해석을 내리고 계셨어요. 저는 그 점이 무척 흥미로움과 동시에 그만큼 각자의 마음속에 엄마와 딸에 대해 담겨진 이야기들이 많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특별히 엄마가 힘들어지는 시기나 조건 같은 것이 있을까요? 엄마와 딸이 갈등을 겪는다면 그 원인은 주로 어디에 있을까요?

통제하거나 개입이 강한 엄마, 정서적으로 딸에게 집착하는 엄마를 둔 경우 딸들은 언제나 힘이 듭니다. 엄마라는 이유로, 사랑한다는 이유로 어릴 때 엄마의 통제력 안에 있었던 어린 딸들이 성인이 되고 각성이 일어나면서부터 심리적인 부대낌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인생의 그래프로 보자면 엄마와 딸의 생애주기가 맞물리며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엄마의 갱년기와 딸의 사춘기, 딸의 출산과 엄마의 황혼육아 같은 것이겠죠. 하지만 모녀 갈등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엄마 개인의 정서뿐만 아니라 모녀를 둘러싼 다른 가족들 또한, 그 가족을 둘러싼 사회의 분위기 등이 모두 모녀 갈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모녀 관계에 대해 정서적 샴쌍둥이라고 표현하신 것이 인상 깊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만큼 엄마와 딸이 강하게 붙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 두 여인의 관계는 단순한 연대를 뛰어넘는 신경망들의 결합체 같은 느낌이랄까요. 상당히 많은 모녀들이 강력하게 접착되어 있고 서로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죠. 의사결정이나 생활양식, 타인의 평가하는 방식, 또는 자신의 바라보는 시선까지도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실제로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너무 깊이 붙어 있던 모녀 관계에서 한쪽이 독립을 시작하려고 할 경우, 이별의 아픔 같은 상실과 큰 심적 고통을 수반합니다. 떼어낸다는 것이 정말 살점을 떼듯이 아픈 과정으로 다가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점차적인 독립은 결국 서로에게 숨 쉴 공간을 주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껄끄러움과 불편함과 어려움이 존재하는 딸이 있다면 가장 먼저 어떻게 해보라고 조언해주고 싶으신가요?

일단 죄책감을 느끼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 내가 엄마한테 왜 이러지? 엄마가 날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데….’ 이런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인지함과 동시에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받아들이는 거죠, 이미 일어난 사실과 내 감정을 받아들이고 일정 기간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오가는 것을 그저 겪어낼 수밖에 없다고 봐요. 겪으면서 지나가는 거죠. 그다음은 객관화입니다. 엄마의 말과 행동을 엄마가 아닌 제3자, 타인이 한 말이라고 가정해보고 그것이 ‘선을 넘었네~’라고 판단된다면 그건 말 그대로 선을 넘은 것이죠. 그러면 변화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 한 번에 많은 게 바뀔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주 조금씩이라도 표현을 해보는 거예요. “엄마, 내 냉면에 자꾸 엄마 맘대로 식초 넣지 마! 내 입맛은 나의 것이야!” 이렇게요.

한국 모녀 관계에만 존재하는 어떤 독특한 문화적 특성이 따로 있다고 보시는지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는 관계주의, 가족주의 문화과 팽배해 있다 보니 엄마와 딸 또한 더욱 관계적인 관계가 되었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 무슨 짓을 해도 용서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신념도 강하고요. 그리고 ‘○○다움’이 상당히 강조되는 문화가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그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입니다. 그러다 보니 ‘K-장녀’라는 신조어가 생기기까지 했지요.



이 책에 담긴 작가님 개인의 모녀 관계 이야기들이 참 인상 깊었는데요, 작가님의 경험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셨나요? 

어렸을 때 그런 놀이 했어요. 누군가 “다방구 할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하고 엄지손가락 들고 서 있으면 다방구 하고 싶은 친구가 친구의 엄지손가락을 잡고, 그다음 사람이 또 그 친구의 엄지손가락을 잡아서 엄지손가락 성을 쌓고, 그렇게 한 팀이 됐죠. 그런 거 비슷해요. “나처럼 힘들었던 사람 여기 붙어라! 너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 같이 해보자! 다시 잘살아 보자~ 여기 붙어라~!” 저와 같은 여성들이 많이 치유되기를 바랐고 그러다 보니 제 이야기를 풀어놓게 되었습니다.

모녀 관계로 고통 받고 있는 주위의 많은 딸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런 말이 있죠. 현재는 과거가 만들었지만 미래는 또 현재가 만들어간다는. 우리는 항상 무엇이든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이죠. 상처를 마주할 것인가. 고통스러운 상처는 없는 셈 칠 것인가. 용기를 낼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 변화를 추구할 것인가 주저 않을 것인가. 성장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많은 이들에게 모녀 관계를 들여다보는 여정은 이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과 함께 공존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고통이란 그저 시간이 지나기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고통이란 해결 방안을 찾을 때 감소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 책이 독자 여러분이 선택하는 여러 해결방안 중 작은 부분에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지윤

관계전문가. 그녀의 이름 앞에 이런 명칭이 붙게 된 것의 시작은 아마도 ‘엄마’가 아니었을까. 가장 원초적인 인간관계이자 자존감과 자기애, 행복감의 밑바탕이기도 한 엄마와의 관계에 있어 그녀의 머릿속에는 늘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하나로 통합되지 않는, 다양한 모습으로 분열된 것만 같은 엄마를 보며 ‘도대체 엄마란 무엇인가?’, ‘엄마는 딸에게 무엇인가?’, ‘엄마란 인간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들을 떠올렸다.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은 인간관계와 소통에 대한 탐구로 그리고 운명과도 같은 이 책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모녀의 세계
모녀의 세계
김지윤 저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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