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가해지는 케이팝의 중력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케이팝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케이팝의 빛나는 한 시절을 만든, 그 빛으로 자신을 더 빛나게 만든 댄서들이 춤을 춘다. (2021.09.08)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_Mnet 제공

케이팝은 재능 있는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완성되기 어려운 장르다.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완성도 높은 케이팝’을 위해서는 음악, 비주얼, 춤, 의상, 그리고 헤어와 메이크업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는 분야의 셀 수 없는 재능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만 한다. 최근 국경과 인종을 넘어 폭넓게 사랑받는 케이팝 인기의 중심에 ‘퍼포먼스’가 자리하면서, ‘춤’은 케이팝을 사랑하는 이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 속에서 무엇보다 쉽고 빠르게 전달되는 몸의 언어가 되었다. 재미있는 건 유명 해외 팝스타와 호흡을 맞춘 ‘세계적인 안무가’의 안무를 사 온 것이 화제가 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케이팝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국내 댄서 겸 안무가들이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신곡 뮤직비디오 아래 ‘안무가가 누구냐’는 댓글이 무수히 달리고, 수천만 명이 구독하는 유튜브 댄스 스튜디오 채널에는 다양한 창작 퍼포먼스와 함께 케이팝 안무 영상이 동시에 업로드된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릿 댄스 크루를 찾겠다는 선언 아래 시작된 엠넷의 새로운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 역시 그런 케이팝의 커다란 우산 아래 놓여 있다. 케이팝 퍼포먼스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스우파’는 그 자체로 작은 연말 시상식을 오리지널 버전으로 관람하는 기분이다. YGX 크루의 리더 리정은 마마무 휘인의 ‘EASY’를 시작으로 TWICE, ITZY, 선미, (여자)아이들 등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여성 그룹 대부분의 안무를 담당하며 인기를 모은 댄서다. 크루원들 역시 스스로 말하듯 ‘지금 케이팝을 이끌어가는 안무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라치카 크루는 ‘벌써 12시’, ‘Roller Coaster’ 등 가수 청하를 대표하는 다수의 안무를 만들었고, 웨이비 크루의 노제는 엑소 카이 솔로 무대를 통해 실력과 외모의 뛰어난 조화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댄서가 아닌 가수로 케이팝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인물도 있다. 그룹 아이즈원 메인 댄서 출신 채연은 원트 크루의 멤버로 서바이벌에 직접 몸을 던졌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_Mnet 제공

미우나 고우나 밀접한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는 케이팝과 댄서들은 그러나,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묘한 긴장감도 동시에 드러낸다. 댄서들을 소개하며 나열되는 다양한 케이팝 안무 이력은 그들의 실력이 이뤄낸 성과로 높이 평가받는 동시에 결정적인 순간에는 걸림돌 취급을 받는다. 춤과 표정 연출이 ‘아이돌 같다’는 말은 결코 칭찬이 아니며, ‘아이돌 안무 많이 했잖아’라는 말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듯 미묘한 불편함이 가장 잘 나타나는 건 역시 아이돌 그룹 출신 채연을 시발점으로 만들어지는 각종 서사다. 채연은 여러 크루에게 연이어 약자로 지목되면서 거듭 배틀에 참여한 뒤 멘탈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줬고, 특정 댄서는 개인 SNS를 통해 그런 그의 성장 서사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희생양이 되었다는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적으로도 부담스러운 연출이지만, 춤과 케이팝을 좋아해 ‘스우파’를 시청하는 시청자에게는 분명 보기 편치만은 않은 광경이다. 

케이팝과 댄서 사이 멈추지 않는 신경전 속에서도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눈길을 줄 수밖에 없는 건 오직 하나, 프로그램에 출연한 출연진들이 잘해도 너무 잘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케이팝은 셀 수 없는 분야의 셀 수 없는 재능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장르다. 로마에 와 로마법을 따라야 하고 대세를 거스를 수 없기에 최소 케이팝 안에서는 정해진 틀에 맞춰 자신의 역량을 뽐내던 ‘진짜’들이 자신들의 ‘진짜’를 보여주는 한판 대결의 장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 심지어 케이팝은, 채연을 비롯해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보아, NCT 태용 같은 케이팝의 중심에 선 인물을 대상으로 삼더라도 명확히 정의 내리기 어려운 개념이다. 케이팝이라는 배지는 자랑스러운가? 아니면 부끄러운가? 케이팝의 가치를 둘러싼 논쟁과 대립은 분명 앞으로도 셀 수 없이 반복될 것이다. 다만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건 바로 지금, 그렇게 대립하며 전진해 완성된 우리 눈앞의 퍼포먼스다. 이것만은 진짜다. 불필요한 일장 연설이나 무례함을 강요하는 룰 대신 시원하게 펼쳐지는 ‘진짜’들의 무대를 더 많이 보고 싶다. 그 뒤로 댄서들의 영혼의 앤섬이 깔리든 케이팝 4대 천황의 노래가 깔리든 무슨 상관인가. 케이팝의 빛나는 한 시절을 만든, 그 빛으로 자신을 더 빛나게 만든 댄서들이 춤을 춘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케이팝부터 인디까지 다양한 음악에 대해 쓰고 이야기한다. <시사IN>, <씨네21>, 등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KBS, TBS, EBS, 네이버 NOW 등의 미디어에서 음악과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 스페이스공감 기획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TBS FM 포크음악 전문방송 <함춘호의 포크송> 메인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한마디로 음악 좋아하고요, 시키는 일 다 합니다.

오늘의 책

2020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

가족의 죽음으로 폐허가 된 열 살 소녀의 세계. 작가는 그의 첫 소설인 이 작품으로 최연소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다. ‘한발 물러나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니’라는 부커상 심사평과 같이, 이야기는 상실과 폭력, 슬픔에 잠식된 세상, 그 피할 길 없는 삶의 가운데로 순식간에 독자를 데려간다.

고미숙이 동양 고전에서 찾아낸 지혜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독자와 함께 읽기를 제안한 작품은 『동의보감』과 『숫타니파타』다. 몸에 관한 동양의 담론을 집약해낸 『동의보감』, 2,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간의 마음과 고통의 문제를 고민해 온 불교의 사유를 지금 여기로 불러온다.

피터 슈라이어, 그의 삶과 디자인 철학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 독일 시골의 식당 한 켠에서 그림을 그리던 소년이 유럽을 넘어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그의 삶과 디자인 철학을 한 권에 담았다. 새로운 도전과 방향성을 제시해온 그의 디자인에서 예술적 영감은 물론 미래를 창조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게 될 것이다.

진심을 다해 투자한다

주식 입문 5년 만에 55억의 자산을 일군 평범한 가장의 주식투자 이야기. 의사가 되었지만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현실에 투자를 시작했고, 그 결실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성현우 저자가 지난 5년간의 주식투자 경험과 노하우, 기록에 간절함을 담아 전해준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