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케이팝 메인 보컬의 이데아, 바다의 ‘Next Level’

멀티-아티스트로 거듭나는 K-POP 스타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Next Level’이 ‘Another Level’이 된 순간, 케이팝 메인 보컬 이데아 편 제1강이 시작되었다. (2021.07.28)

출처: 바다 공식 유튜브 <Next Level> 커버 영상

케이팝의 기본 가운데 포지션이 있다. 보컬에서 래퍼, 댄서 같은 무대를 기준으로 한 역할뿐만 아니라 비주얼, 예능 때로는 나이순 서열인 첫째, 막내까지 자연스럽게 포지션으로 주어진다. 처음 접하는 멤버 별 역할 구분을 어색해하는 이들이 많지만, 앨범에서 무대, 자체제작 콘텐츠까지 아이돌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다 보면 이 개념은 금세 절대적 룰이 된다. 마치 기타, 베이스, 드럼과 키보드가 어울려 밴드 음악이 되는 것처럼, 케이팝은 농담처럼 그 모든 포지션이 모여 그룹 이름 아래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각 포지션 이름 앞에 메인, 리드, 서브를 더하면, 케이팝 포지션 심화과정 완성이다.

역할이 워낙 명확하게 나뉘다 보니 왕왕 ‘해당 포지션 멤버는 그 역할만 할 줄 안다’는 오해가 생기도 한다. 그 오해는 대부분 ‘오해를 위한 오해’다. 현재 케이팝의 이름표를 달고 활동하고 있는 이들 가운데 한 가지 능력만으로 무대에 서는 경우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인 댄서라고 해도 (어쩐지 흔히) 랩과 노래를 일정 부분 소화해야 하며, 랩이 없는 노래에서는 메인 래퍼도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생긴다. 연기 담당이라고 춤을 못 추거나 비주얼이라고 노래를 못 할 것이라는 추측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나 하던 이야기다. 특정 멤버에 주어진 특정 포지션은 그를 담당한 멤버의 다양한 능력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는 재능이거나 팀의 필요로 만들어진 분류일 뿐, 지금 케이팝이라는 커다란 개념 안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은 노래와 무대,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멀티-아티스트로서의 자아를 선보인다. 

지난 7월 23일, 그룹 S.E.S의 멤버 바다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에스파의 ‘Next Level’ 커버는 그런 케이팝 구성원들의 멀티-아티스트적인 면모를 노래 한 곡으로 만날 수 있는 무척 흥미로운 콘텐츠다. 바다는 영상을 통해 원곡에서 네 명이 부르는 노래를 단독으로 소화한다. 1세대 아이돌 그룹을 대표하는 보컬리스트이자 케이팝 조상님 같은 존재이니 당연하다 싶다가도, 이 얼기설기 엮인 노래를 마이크 앞과 노출과다 상태의 눈부신 흰 배경 두 컷만을 이용해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내는 모습은 그 누구라도 그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존재감을 뽐낸다. 


출처: 바다 공식 유튜브 <Next Level> 커버 영상

영상이 전한 남다른 면모는 단순히 ‘작곡가 유영진이 울고 간다’ 수준 이상의 무언가였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 사이에서 서서히 눈을 치켜뜨는 도입부, 리듬과 음정, 메시지를 말 그대로 가지고 놀며 기가 막힌 밀고 당기기 기술을 보여주는 건 맛보기에 불과하다. ‘감당할 수 없는 절망’이나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마라’로 시작되는 각 버스의 킬링 파트에서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 나와 ‘지금 이 순간의 주인공은 나’라며 거부할 수 없는 장악력을 뽐내다가도, 힘을 빼야 하는 구간에 들어오면 목소리의 결이 가진 섬세한 매력을 슬로우 연출과 함께 쉴 틈 없이 쏟아낸다. 화면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표정 연기는 기본이다. 3분 50초 내내 그의 목소리와 아우라가 만든 손바닥 위에서 허우적거리다 ‘야!’하는 커다란 외침으로 곡이 끝나는 순간 비로소 번쩍 깨달음의 눈이 뜨인다. 아, 이것이 케이팝 메인 보컬의 이데아구나. 

케이팝의 기본에 포지션이 있다면, 보컬의 기본은 누가 뭐래도 노래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천 명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한 사람만이 가능한 지옥의 경쟁률 속에, 메인 보컬은 당연하게도 그저 ‘노래 잘한다’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 존재로 거듭났다. 그것은 뛰어난 외모나 춤 실력일 수도 있고, 제작자가 꿈꾸는 이상에 가까운 목소리나 무대 연기일 수도 있다. 그룹의 개성에 따라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직도 그룹을 대표하는 얼굴마담으로 주목받는 메인 보컬은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단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곡의 하이라이트를 소화해 낼 튼튼한 성대의 소유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새삼스러운 사실을 케이팝 1세대 대표 메인 보컬의 ‘다시 돌아온 케이팝’을 보며 느낀다. 바다의 ‘Next Level’ 커버 영상은 공개 5일 만에 조회 수 100만을 넘었다. ‘Next Level’이 ‘Another Level’이 된 순간, 케이팝 메인 보컬 이데아 편 제1강이 시작되었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케이팝부터 인디까지 다양한 음악에 대해 쓰고 이야기한다. <시사IN>, <씨네21>, 등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KBS, TBS, EBS, 네이버 NOW 등의 미디어에서 음악과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 스페이스공감 기획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TBS FM 포크음악 전문방송 <함춘호의 포크송> 메인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한마디로 음악 좋아하고요, 시키는 일 다 합니다.

오늘의 책

베르베르 고양이 시리즈의 대단원!

『고양이』에서 시작해 『문명』으로 이어진 고양이 바스테트의 모험이 『행성』에 달했다. 전쟁과 테러, 감염병으로 황폐해진 세계. 시스템이 마비된 도시는 쓰레기와 쥐들로 뒤덮이고, 땅을 딛지 않고 고층 빌딩에 숨어 사는 신인류가 등장한다. 바스테트는 이 행성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전쟁사로 읽는 세계사의 흐름

많은 전쟁사가 서양 위주로 다룬다. 서술 방식도 개개의 사건 중심이다. 제러미 블랙이 쓴 『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는 동서양 전쟁을 두루 다룬다. 각 전쟁이 세계사 전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분석하여, 이 책 한 권으로 세계사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구성했다.

레이 달리오의 빅 사이클

전작 『원칙』으로 인생철학과 경영 원칙을 들려준 레이 달리오의 신작. 지난 500년간 주요 제국들을 분석해 '빅 사이클'을 찾아내어 현재의 위치와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전망한다. 급변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레이 달리오의 통찰을 만나보자.

날 지켜주는 위로의 문장들

1천만 독자가 공감하는 에세이스트 김재식의 신작. 이번 에세이는 번잡한 도심을 뒤로 한 채 조용한 섬으로 떠나게 되면서, 자신을 둘러 쌓고 있던 인간관계, 고민들을 버리고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문장들로 가득 채웠다. 때론 버겁게 여겨졌던 우리의 삶에 따스한 응원을 보내는 산문집.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