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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스페인 아이들의 심장을 뛰게 할 공주 이야기

그림책 『잘 노는 숲속의 공주』의 한국 글작가 미깡과 스페인 신타 아리바스 그림작가 이메일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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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은 원래 자는 곳이 아니잖나? 신나게 뛰어 노는 곳이지!

왼쪽 신타 아리바스, 오른쪽 미깡 캐릭터

당차고 자기 주도적인 21세기형 공주들을 위한 『잘 노는 숲속의 공주』는 한국의 인기 웹툰 작가 미깡이 글을 쓰고, 스페니쉬 일러스트레이터인 신타 아리바스가 그림을 그려 완성된 그림책이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그리고 스페인 바야돌리드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공통점을 가진 이 두 작가가 이메일을 통해 서로에게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미깡   한국에서 스페인으로 항공편이 뜨지 않아 아직 책을 실물로 받아보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 아쉽다. 현재 스페인 상황은 어떠한가?

신타  스페인의 상황은 슬프게도 아직 좋지 않다. 아직 집 밖을 나갈 수 없고 나는 온라인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등 거의 모든 것이 멈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국경과 항공길이 막혀서 『잘 노는 숲속의 공주』를 포함하여 국외에서 우편물도 원활하게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라. 상황은 좋아질 것이라 믿고 있고, 책도 곧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미깡 작가는 그림책 작업이 처음이라고 들었다.

미깡  딸을 키우다 보니 삼십 년 이상 보지 않았던 그림책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지금의 그림책들은 내용도 다채롭고 어른이 봐도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인 게 많더라. 아이보다 내가 더 열렬한 그림책 독자가 되어 여러 책을 보던 와중에 작업 제안이 왔고 영광스럽고 반갑게 받아들였다. 내가 쓴 『잘 노는 숲속의 공주』 원고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이 원고로 그림책을 만들자는 제안을 수락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신타  내가 여태껏 보아왔던 원고와는 완전히 달랐다. 숲 이야기를 담은 꿈과 유치원에 가는 현실을 오간다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꿈과 현실이라는 두 개의 세계를 새롭게 만드는 도전을 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나의 작품 세계를 더 발전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즐겁게 작품을 함께 하게 되었다.


여성, 스페인과 한국

신타 이 책은 디즈니의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모티브로 했다. 그래서 더 재밌게 원고를 읽었는데, 이것을 모티브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미깡 내가 제일 질색하는 동화라서? (웃음) 디즈니 공주 스토리 중에서 가장 답답한 게 <잠자는 숲속의 공주>였다. 공주가 예쁘다는 것 외에는 개성도 없고 수동적이다. 마법에 걸려서 잠들고, 왕자가 와서 깨워줄 때까지 아무 것도 하는 게 없다. 기존 공주 스토리의 전형성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쓰고자 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가장 전형적인 작품을 가져와서 제목을 고쳐 쓰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숲 속은 원래 자는 곳이 아니잖나? 신나게 뛰어 노는 곳이지! 주인공 ‘나’와 ‘숲 친구’의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다. 나와 후즈갓마이테일 편집자 모두 보자마자 사랑에 빠질 정도였는데, 캐릭터를 만들게 된 과정에 대해 얘기해 달라. 

신타 처음에 '숲 친구'는 야생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헤어스타일은 곱슬머리로 만들었고 나무에서 점프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이로 상상했다. 주인공 '나'는 '숲 친구'와는 대조적인 캐릭터여야 했기 때문에 조금 마른 주근깨 소녀로 만들었다. '나' 캐릭터가 옷을 입는 부분은 아주 중요한 포인트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신발 없이 맨발로 등장한다. 숲 친구와 자유롭게 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녀의 옷이 점차 변하도록 설정했다.



미깡  신타는 이 책에서 어떤 장면을 좋아하나? 나는 주인공이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은 뒤, 팔짝팔짝 점프하고 공중제비도 돌면서 신나게 노는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 이때 아이의 표정이 정말 밝고 환하다. 

신타 나는 나뭇가지에 아이들이 거꾸로 매달려 놀고 있는 장면이 제일 좋다. 그리고 자기 얼굴보다 커다란 리본을 머리에 단 아이들이 가득 있는 페이지도 좋아한다. 그 장면을 그릴 때 정말 재미있었거든. 





미깡 여성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즐겨 그린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나 역시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왔기 때문에 동질감이 상당했다.

신타 내가 느끼거나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에 관한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주로 그리는 편인데, 나에겐 여성 캐릭터를 통해 그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쉽다. 어떨 때는 내가 그린 캐릭터가 나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바로 그런 이유다. 그나마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내가 여성을 주로 그리는 또 한가지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여성은 어떤 몸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상적인 몸매를 가진 여성이 아닌 다양한 몸을 가진 여성을 그린다. 



미깡 한국은 여성에게 기대하는 성 역할이나 고정 관념이 뚜렷한 편이다. 미디어에서도 여성에게 여성성을 강요하는 콘텐츠가 적지 않다. 나 역시 그러한 환경에서 자랐고, 현재에도 진행 중이라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신타는 스페인을 기반으로 활동한다고 들었는데 스페인은 어떤지 궁금하다. 

신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스페인에서도 오래전부터 여성에 대한 고정 관념이 매우 강해왔다. 나는 참 운이 좋게도 현대적인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남자 형제와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동등한 가치와 자유를 부여받았다. 요즘 스페인 사회는 페미니즘 운동 덕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한국에서 공주는 어떻게 그려지나? 나는 어렸을 때 디즈니 영화를 많이 보고 자랐고, 참 좋아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서는 디즈니에서 여성 주인공을 얼마나 차별적으로 표현하고 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디즈니 고전 속 공주들은 사랑을 찾을 때까지 항상 우울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표현되지 않나? 나는 그러한 스테레오 타입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접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책 『잘 노는 숲속의 공주』처럼. 

미깡  동의한다. 어렸을 땐 공주 놀이를 하고 공주책도 많이 봤다. 내용은 어떻게 전개되든 상관이 없었고 그저 예쁘면 다 좋았다. 내가 어리기도 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의식이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전 연령층에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한 시대에 여전히 옛날 타입의 공주 콘텐츠를 만드는 건 지극히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새롭고 진취적인, 여자아이들의 심장을 쿵쾅쿵쾅 뛰게 해 줄 공주 이야기가 아니라면 ‘공주’는 이제 좀 놔주었으면 한다. 실제로 공주가 존재하던 시대에서도 이젠 너무 멀리 오지 않았나? (웃음)

신타  미투 같은 세계적인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미깡의 생각은 어떤가? 한국에도 이런 비슷한 것이 있나? 

미깡 한국은 2015년 무렵에 '페미니즘 리부트'가 일어났고, 굉장히 많은 변화가 일어 나고 있는 중이다. 갈 길은 멀었지만 그래도 계속 전진하고 있다. 나는 작품 활동을 하거나 일상 생활을 할 때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점을 한시도 잊지 않으며 변화에 일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미깡과 신타 

신타  나는 당신의 만화에 정말 관심이 많다. 그림도 그리는 것인가? 어떤 책을 썼나?

미깡 한국에는 '웹툰'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연재만화가 있다.  나는   <술꾼도시처녀들> 이라는 만화로 데뷔해서 매주 1회씩, 4년간 연재했다.  30대 여성 3명이 술과 음식을 즐기는 이야기면서 동시에 일하는 여성의 일상과 고민을 담은 작품이다. 두 번째 작품은 <하면 좋습니까?>라는 만화로, 동거, 이혼, 신혼, 폴리아모리 등 여성들이 등장해서 결혼 제도에 대하 이야기를 나눈다. 세 번째 작품이 『잘 노는 숲속의 공주』였고 최근에는 <해장 음식>에 대한 에세이를 썼다. 그림도 그리지만 정체성은 글 작가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신타  당신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음식으로 가득 차 있고, 음식에 대한 책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음식들이 너무 맛있어 보이고 아름다운 그림도 그려져 있다. 그리고 미깡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뭔가? 

신타가 나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잉했을 때 분명 어리둥절해 할 거라고 예상했다. 당신의 인스타는 정말 멋진 작업물로 가득한데 나는 음식 사진만 잔뜩! (하하) 사실 나의 인스타그램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점 정보를 모아 놓은 개인적인 아카이브다. 내 작업물이나 생각을 사람들과 나누는 매체는 트위터와 블로그다. 좋아하는 한국 음식 딱 하나만 꼽으라면 '평양냉면'이다. 한국에 온다면 꼭 맛보길 바란다. 아니, 내가 안내해 주겠다. 그보다 나는 7년 전 바르셀로나 여행을 한 후로 스페인 요리와 와인에 푹 빠져 있다. 어제도 집에서 그린 올리브에 까바를 마셨다.  


 

미깡 『잘 노는 숲속의 공주』에서 주인공 '나'는 가장 나다울 때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 신타는 가장 '나다울 때'가 언제인가? 나는 모든 일과를 마친 후, 저렴이 와인을 한 잔 따라 놓고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가 가장 나다운 것 같다. 

신타 내 반려견과 함께 시골에 가서 숲속을 산책할 때가 가장 나다운 것 같다. 

미깡 당신 그림의 팬으로서 이번에 함께 작업하게 되어 정말 즐거웠다. 이토록 사랑스럽고 유쾌한 그림이 나오기까지 실제 작가는 ‘창작의 벽(creative block)’에 부딪쳐 방황하기도 한다. 신타 작가에게도  슬럼프가 오는지, 그럴 땐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하다. 

신타 물론 나도 일할 때 그러한 창작의 벽을 느낀다. 그럴 때는 산책을 하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요리를 하면서 극복하고자 하는 편이다. 


앞으로의 계획

미깡 출판사와 함께 『잘 노는 숲속의 공주』 액티비티북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신타 그렇다. 『잘 노는 숲속의 공주』 속 공주 세계를 담고 있는 '프린세스 플레이북' 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예쁘게 옷을 입히는 전형적인 공주 놀이가 아니라, 아이들이 치마 바지 디즈니 속 예쁜 얼굴 등 모든 정형화된 것을 벗어나 자유롭게 그리고 자르고 붙이는 등 다양하고도 재미있는 놀이를 할 수 있는, '숲속의 공주들의 잘 노는 법'이 담겨 있는 액티비티북이다. 미깡은 어린이책 작업을 계속 할 것인가? 

미깡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한, 계속 여성의 이야기를 쓰게 될 것 같고 어린이책 작업도 기회가 된다면 또 하고 싶다. 만만찮은 작업이었지만, 책이 예쁘게 만들어져서 나오고 어린이 독자들이 집중하며 읽고 또 읽는 모습들을 보니 더없이 벅차고 뿌듯하다. 마무리하며,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어른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어른이 나서서 아이에게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아도, 아이는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다! 아이가 스스로 길과 답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어른들은 속이 터지더라도 꾹 참고 인내심을 발휘하자! " 

신타 나는 이 책의 어린이 독자에게 한마디 하겠다. 

"남과 똑같아 보일 필요는 없어. 너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기뻐하렴!"



잘 노는 숲속의 공주
잘 노는 숲속의 공주
미깡 글 | 신타 아리바스 그림
후즈갓마이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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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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