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데이식스, 성실한 밴드의 멋진 역설

데이식스(DAY6) - <The Book of Us : The Demon>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The Book of Us : The Demon>은 휴식과 돌아보기에 머무르는 작품이 아니다. 달리기를 잠시 멈췄을 뿐 분명히 한걸음씩 천천히 내딛고 있다.(2020. 06. 03)


언뜻 쉬어가는 단계처럼 들린다. 혼돈의 주제 아래 다양한 장르와 요동치는 감정의 파고를 담으며 확장을 추구했던 전작에 비해 신보는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어두운 톤으로 정제되어있다. 빛나는 청춘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가던 그들이 ‘그저 잠에 들기만을 기다리며 살아’(「Zombie」)라 체념하고 사랑에 지쳐 ‘때려쳐’라 내지르며 ‘놓을 수도 잡을 수도 없어’(「Afraid」)라 괴로워하는 모습은 낯설다. 그러나 <The Book of Us : The Demon>은 휴식과 돌아보기에 머무르는 작품이 아니다. 달리기를 잠시 멈췄을 뿐 분명히 한걸음씩 천천히 내딛고 있다.

데이식스가 가져온 ‘맥스웰의 악마’, 기존 작법에 의문을 제시하며 장르 확장과 고뇌의 불안정 상태를 만듦과 동시에 앨범 단위의 안정감을 부여하여 무질서를 줄이는 존재다. 실제로 1980년대 뉴웨이브 및 신스팝 스타일 아래 다양한 스타일이 충돌하지만 첫 곡 「해와 달처럼」부터 마지막 「Afraid」까지 일관된 거친 톤의 사운드와 혼란스러운 메시지가 짜임새를 갖춘다. 건조한 드럼 비트와 몽롱한 신스 리프를 전개하며 멜로디와 가사에 힘을 준 「Zombie」에선 비워내고 EDM의 빌드업-드랍 구조가 선명한 「Love me or leave me」에선 채우며, 그루브한 소울을 지향한 「Tick tock」과 신스팝 「1 to 10」부터 직선적인 「때려쳐」와 「Afraid」를 대비하는 등 실험을 지속하면서도 튀지 않는다.

쉽지 않은 시도를 뒷받침하는 건 멤버들의 깊어진 기량이다. 「Zombie」의 공허한 감각은 더 엑스엑스(The XX)처럼 멀어보였던 스타일로부터 가져왔으며 「Tick tock」 가운데 들어간 소리는 비틀즈의 시타르 연주를 의도한 것으로 들린다. 간결한 개러지 스타일 기타 리프의 「때려쳐」와 가장 선명한 뉴웨이브의 「1 to 10」은 복고의 매력을 품고 「해와 달처럼」으로 트렌디한 면모도 놓치지 않는다. 멀티 보컬 체제도 확실한 장점. 영케이의 단단한 목소리가 핵심을 잡고 Jae와 원필의 여린 목소리로 감성을 자극하며 거친 성진의 목소리로 임팩트를 주는 공식이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이다. 특히 「Zombie」에서 이런 정교한 보컬 배치가 입체적인 승리를 거두고 있다.

기획된 팀임에도 많은 이들에게 대안으로 여겨지는 이유가 이 앨범에 있다. 체계적으로 매끈하게 다듬어진 소속사의 디렉팅 이전에 자신들의 손으로 더 많은 스타일과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멤버들의 인간적인 고민이 도사리고 있다. 정답 없는 창작의 과정에서 오는 이 불안은 오직 열망해본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진솔한 감정이고 그렇기에 대중은 데이식스를 아이돌 아닌 아티스트로 인정한다. 노래에선 ‘난 또 걸어 정처없이’라 자조하지만 의미있는 방향을 찾고 있는, 성실한 밴드의 멋진 역설(逆說).


데이식스 (DAY6) - 미니앨범 6집 : The Book of Us : The Demon [MIDDAY Ver. 또는 MIDNIGHT Ver. 중 1종 발송]
데이식스 (DAY6) - 미니앨범 6집 : The Book of Us : The Demon [MIDDAY Ver. 또는 MIDNIGHT Ver. 중 1종 발송]
데이식스
드림어스컴퍼니JYP Entertainment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기욤 뮈소의 매혹적 스릴러

센 강에서 익사 직전에 구조된 한 여인, 유전자 검사 결과는 그가 일 년 전 항공기 사고로 사망한 유명 피아니스트라 말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 의문의 사건이 가리키는 진실은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신화와 센 강을 배경으로 전해 내려오는 데스마스크 이야기를 결합한 소설.

박완서의 문장, 시가 되다

박완서 작가의 산문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 때」의 문장과 이성표 작가의 그림을 함께 담은 시그림책. 문학에 대한, 시에 대한 애정이 담뿍한 문장을 읽으며 그와 더불어 조용히 마음이 일렁인다. 가까이에 두고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 때마다 꺼내볼 책.

‘나’를 잊은 모두에게 건네는 위로

베스트셀러 『긴긴밤』 루리 작가가 글라인의 글을 만나 작업한 신작 그림책.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악어가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자아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고독과 절망, 그리고 자유의 감정까지 루리 작가 특유의 색채와 구도로 다양하게 표현했다.

바다를 둘러싼 인류의 역사

『대항해 시대』로 바다의 역할에 주목하여 근대사를 해석해낸 주경철 교수가 이번에는 인류사 전체를 조망한다. 고대부터 21세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여정을 바다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이 책은 그간 대륙 문명의 관점으로 서술해온 역사 서술의 한계를 극복한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