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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명의 독서 동아리를 만든 공공도서관의 성공, 어떻게 가능했을까?

『도서관 생태마을에 삽니다』 양시모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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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도 민주화가 많이 진행되면서 주민들의 주동성이 날로 높아지고 요구도 참 다양해 졌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공공도서관도 주민들의 자유로운 지식문화 창작공간으로 개방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2020. 06. 01)


사람이 중심인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끊이지 않는 곳, 600여 명의 주민활동가, 800여 명의 휴먼북, 1000여 명의 독서동아리 회원들, 100여 명의 도서관 종사자가 함께 건강한 독서문화생태계를 이루어가는 곳. 바로 노원도서관공동체의 이야기다. 『도서관 생태마을에 삽니다』는 공공도서관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지역사회가 밀접히 연결되어 하나의 도서관 생태마을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사례는 시민을 위한 플랫폼이자 성장하는 유기체로서 공공도서관이 나아갈 방향을 확인시켜 준다. 

이 책의 저자 양시모는 노원구 구립도서관 총괄관장. 공공도서관의 진정한 주인은 주민이며, 공공도서관이 있어 시민이 성장하고 인권이 실현된다는 믿음으로 공공도서관의 공공성 실현과 사람 중심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노원휴먼라이브러리 초대 관장과 서울시공공도서관협의회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마을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서울형 주민자치회 중계4동 자치위원으로서 현장활동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공저자 김용안은 인천의 중학교에서 오랫동안 국어를 가르치다가 어린이 책의 매력에 빠져 지금은 아이들이 신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열심히 쓰고 있다. 



그동안 도서관 내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책이 없었던 것 같아요. 도서관 이야기를 쓰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공공도서관은 공공서비스 기관 중 이용률이 가장 높습니다. 반면 외부에 알려진 도서관의 모습은 도서 대출 반납 등 책 중심의 피상적인 활동들이고, 실제 내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지식기반 주민 서비스 활동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노원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참 다양한 주민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번 노원 공공도서관 이야기를 시작으로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 현대 사회는 급속히 자동화되어가고 있고 곧 도서관 업무의 상당부분도 사람이 할 일을 AI나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공도서관의 자기 변화 모색이 절실한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변화의 시기에 도서관인들이 경험을 공유하고 공공도서관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주민들에게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사랑받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공도서관 내부에서도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서이기도 합니다. 

책에서 ‘사람 중심의 공공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고 계시는데요. 사람 중심의 도서관 운영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공도서관의 설립 목적은 주민(사람)을 위한 지식문화서비스입니다. 공공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모든 사업 또한 주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동안 도서관들은 좋은 책을 잘 구매하여 주민에게 제공하는 것에 많은 신경을 쓰다 보니 애초의 목적인 사람을 놓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과 자료를 구비해 놓아도 실질 문맹률이 높은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그 책을 빌려 가는 사람 못지않게 빌려 가지 못하거나 애초에 도서관을 찾아오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 순간 독서에 접근할 수 있게 사전 작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노원구는 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독서문화생태계를 구축해왔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배경과 노하우가 있나요?

책 읽는 어머니 학교, 휴먼북, 북스타트, 리딩인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이웃과 마을을 사랑하는 주민독서활동가들이 많이 양성되었고, 이분들의 자발적인 활동 덕분에 독서문화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구청이 생활soc 사업을 하면서 독서생태계 소거점이 될 다양한 독서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권을 주민에게 주었습니다. 이들 커뮤니티 공간은 도서관 출신 주민활동가들이 커뮤니티 공간에 책을 넣어줄 것을 요청하여 모두 독서 인프라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원구 구립도서관의 사람중심 통합 경영시스템이 잘 작동하도록 위탁체인 구청에서 도서관총괄사업본부에 책임경영권을 허용한 점입니다. 전향적인 민관협치의 성공사례입니다. 책임경영권이 부여되지 않았을 경우 이러한 보편적이고 장기적인 사업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봅니다. 노원구 전 지역에 걸쳐 보편적 독서문화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8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관련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기 때문에 노원 독서문화생태계는 잘 자리를 잡고 활성화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독서 생태계 네트워크를 이어주고 다양한 주민 플랫폼 운영을 창안하고 지원하는 훌륭한 사서들과 관장단의 활동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네트워크 사업은 품이 많이 드는 일이고 주민활동가들을 양성하고 환대해 주고 마을 구석구석 독서 인프라와 연결 시켜 주는 일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북스타트, 리딩인, 책날개, 문해교육 등 정말 다양한 사업이 기획되고 추진되어왔는데요. 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다양한 사업의 일관된 목표는 54만 노원 구민이 평생 독자로서 살 수 있게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노원에 독서문화가 활짝 꽃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북스타트에서 엄마가 읽어주는 책 읽기를 시작하여 책과 함께하는 공동육아동아리 활동까지가 1단계 독서 습관 들이기 활동입니다. 북스타트는 아이들이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사업입니다.

그리고 초등학생 중 책 읽기 습관을 못들인 아이들을 위한 2단계 책읽기 운동이 책날개, 문해교육입니다. 책날개는 글자 정도는 읽지만 독서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놀이를 곁들여서 책 읽기를 하는 책 놀이 프로그램입니다. 문해교육은 철자 읽기도 안 되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다문화 가정, 새터민 가정, 조손가정, 맞벌이 가정 등 아직도 5~10% 가까이 입학전 한글 공부를 못하고 입학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리딩인 사업은 가정 여건상 스스로 도서관에 혼자 오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 등 광범위한 독서 취약계층을 위한 편안한 함께 읽기 운동입니다. 리딩인이 기관을 방문하여 책을 읽어주고, 함께 따라 읽기도 하고 책과 관련한 얘기와 생활 얘기를 나누면서 책에 대한 좋은 추억을 만들고 독서에 대한 습관을 들이고 책 읽는 즐거움을 맛보는 활동입니다. 

노원구는 특별한 도서관, 사람을 책처럼 빌려주는 휴먼 라이브러리를 전국 최초로 상설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회적 편견 해소를 위해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한 덴마크 리빙라이브러리에서 착안했고, 2010년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노원의 두 시민이 구청에 제안하여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는 사회적 자본이 필요한 주민을 위한 재능 나눔을 목표로 설정하였기 때문에 상설 재능 나눔 플랫폼 방식으로 휴먼북 열람을 시작하였습니다. 

2012년 당시 노원은 서울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구였습니다. 사회적 취약계층도 많고, 전문직 종사자를 비롯하여 다양한 직업군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노원구는 이러한 풍부한 인적 자원을 활용하여 인적 네트워크가 필요한 주민들을 위해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사업으로 휴먼라이브러리를 시작한 것입니다. 

휴먼북 전담 사서가 예비 휴먼북을 소개받거나 분야나 주제별로 물색하여 인터뷰 요청을 하고, 승낙서를 받아 휴먼북 등록을 마칩니다. 열람은 휴먼북 한 사람이 살아 있는 한 권의 책이 되어, 독자와 직접 만나 자신의 경험과 삶의 노하우 등을 말로써 전달하는 것입니다. 홈페이지의 휴먼북 목록 중에서 읽고 싶은 휴먼북을 선택하여 열람을 신청하면, 사서가 휴먼북과 독자의 만남을 연결합니다. 

휴먼북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여 독자와의 소통과 재능나눔의 기회를 얻고, 독자는 종이책이나 인터넷에서는 알 수 없는 진솔한 인생이야기, 현장성 있는 직업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휴먼북 이야기는 객관적인 이론을 서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휴먼북의 주관적 경험을 토대로 독자의 질문에 답하고, 독자는 자기 인생 진로에 도움 자료로 삼습니다. 

휴먼라이브러리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휴먼북을 열람해본 주민들은 생소하지만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청소년부터 장노년까지 이용자의 연령이 다양한데 한결같이 많은 사람들이 노원휴먼라이브러리를 많이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보면 좋겠다고 합니다. 이용자뿐만 아니라 휴먼북 자신도 익숙치않은 낯선 사람과의 1:1 대화 방식에 처음에는 낯설어 하지만 진지하게 한 사람의 인생이야기에 푹 빠져 있는 독자들을 만나면 휴먼북이 되길 잘했다고들 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하니 여러 제약이 따르지만 전국에서 최초 상설로 운영되는 사람책 도서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대면의 장점, 편견 해소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서 계속 알려 나갈 것입니다.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하나는 지역 사업인 마을리딩인 활동입니다. 마을리딩인은 마을의 다양한 기관에서 파견을 요청합니다. 어린이에서 어르신까지 책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전하고 습관을 들이는 활동입니다. 인기는 쭉 지속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도서관 내 사업인 책 읽는 어머니 학교입니다. 책 읽는 어머니 학교는 10강이라는 장기 인문학 강좌이다 보니 처음엔 도중에 수강생이 줄기도 하여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역 실정에 맞게 강의 주제를 보충하고 능력 있는 훌륭한 강사진을 잘 유치하고 매번 담당자와 관장들이 직접 강의를 듣고 피드백을 하면서 8년 동안 15회에 이르는 인기 인문학 아카데미가 되었습니다.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노원구는 전국최초 도서관 노동조합 결성이라는 특별한 기록이 하나 더 있는데요. 그 의미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모든 주민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도록 지원하는 곳이 공공도서관입니다. 도서관 직원들도 똑같은 주민이니 이 혜택을 누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주민 서비스가 촘촘해질수록 담당하는 직원의 업무량은 늘어납니다. 업무량의 증가에 비해 처우개선의 속도는 느립니다. 직원들도 자기 삶에 대한 주인으로서 자각이 싹트게 되었다고 봅니다. 수동적인 상명하복식 관행에 길들여진 모습을 벗어던지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관리자나 상급 기관의 호의에 기대어 조건의 변화를 기다리기보다는 당당히 자신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노조가 결성되었다고 봅니다.

앞으로 도서관의 역할,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한국 사회도 민주화가 많이 진행되면서 주민들의 주동성이 날로 높아지고 요구도 참 다양해 졌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공공도서관도 주민들의 자유로운 지식문화 창작공간으로 개방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주민 동아리들이 의미 있는 인문학 강좌, 북콘서트, 문학기행 등 직원들이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지식기반 사업을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작가를 초대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주면 독서력이나 활동력이 좋은 주민들은 다양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직원 주도에서 주민 주도로 콘텐츠 운영 방향을 수정하자는 것이지요. 

또한 민주주의 공동학습 플랫폼을 제공하여 주민들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주권자로서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나가도록 공동학습하고 당면한 이슈들을 토론하고 대안을 모아 지자체나 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마을살이에 필요한 다양한 마을정보를 생산하는 마을정보 플랫폼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유 경제의 시대, 공유 생활 사회를 맞아 상업 플랫폼 발달에 대응할 수 있는 공공플랫폼을 만들어 모든 주민이 안전하게 무상으로 마을정보 이용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도서관은 구 단위로 마을정보플랫폼을 만들어 마을정보콘텐츠에 대한 소유권과 운영권을 확보하여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지요. 



도서관 생태마을에 삽니다
도서관 생태마을에 삽니다
양시모,김용안 저
학교도서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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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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