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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특집] 프리와 독립 출판사 사이 어딘가 - 쪽프레스&고트 김태웅·김미래

쪽프레스&고트 발행인/대표 에디터 김태웅·김미래 <월간 채널예스>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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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 브랜드를 가질 거라면, 그걸 재미있게 시작하려면, 지금 하자고 생각했고 우리에겐 ‘한쪽책’이 있었다. (2020.05.18)


쪽프레스의 시작은 ‘두껍고 무거운 책이 부담되는 독자는 물론, 짧거나 소소하다는 이유로 출판되지 못하는 초경량의 명문(名文)과 미문(美文)을 위해 기획 출판한다’는 ‘마음’이었다. 민음사 편집자였던 김미래와 그의 친구, 회사 동료1, 회사 동료2 그리고 전 직장 동료가 모여 다섯이 되자 프로젝트는 더욱 즐거워졌다. 85년생부터 89년생 사이, 갓 서른 살이 됐거나 이십 대 중반전을 치르던 그들이 대여한 프린터로 원룸에서 찍어내 손으로 자르고 접어 만든 ‘한쪽책’은 귀여움에 머물지 않고 신선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회사에 적을 둔 채 출발한 이벤트성 양다리는 6년 후 무엇이 됐을까? 김미래는 말한다. “쪽프레스 대표 편집자로 일하면서 프리랜스 에디터로 일해요. ‘안 되니까 외주를 병행한다’가 아니라, 계속 편집자로 살고 있는 중이죠.” 그사이 김미래의 친구라서 참여했던 김태웅은 쪽프레스와 그들의 두 번째 레이블 고트의 발행인이 됐다. 짬짬이 본업인 영상 촬영을 하며 살고 있다. 


쪽프레스의 시작이 궁금하다. 

출판사에서 만나 친구가 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걸로, 그동안 해보지 않은 일을 해보자’는 합의에 도달했다. 책의 의미는 유지하면서 형태 면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싶었고, 그러다 실과 본드를 빼고 낱장 형태에 완결된 이야기 한 편을 담게 됐다. 이 책에 ‘한쪽책’이라는 이름을 붙여 2015년 독립 출판물들을 위한 축제,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처음 소개했다. 


발행인 김태웅을 제외하고 모두 회사원 신분으로 프로젝트를 출발시켰다. 독립을 염두에 둔 출발이었나? 

초기에는 독립을 목표로 할 만큼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더 큰 프로젝트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활동 범위를 넓힌 건 2016년이다. 이후 쪽프레스의 시도를 흥미롭게 지켜봤던 기업들과의 협업, ‘한쪽책’ 프로젝트와 별개로 시작한 단행본 작업이 하나둘 쌓였다. 주변에서도 놀랄 정도로 생산성이 높았고 운도 좋았던 것 같다. 그사이 독립 출판 시장이 커진 것도 가장 큰 도움이 됐다.



독립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무엇인가? 

일의 흐름은 여느 출판사와 비슷하다. 다만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규칙적으로 회의하는 대신, 작업자의 스타일에 따라 작업물 공유 시간이나 횟수 면에서 자율성이 높다. 회사에 다닐 때는 고정된 시간 내에서는 일 처리 속도를 높일 필요가 없고, 속도를 높여 일하다 보면 타인의 호의를 얻지 못할 때도 있었다. 반면 프리랜서의 빠른 일 처리에는 큰 보상이 따른다. 무엇보다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해도 일이 무사히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지금은 마감일을 기준으로 움직이고, 여유가 있을 때는 평일에도 충분히 쉰다. 


독립을 통해 획득한 유연성이 기획에도 영향을 미칠까? 

어찌 보면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 첫 번째 ‘한쪽책’은 ‘봄’을 주제로 한 근대문학 시리즈였는데, 나중에 근대문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동시대 작가 3인의 작품을 포함시켰다. 그래픽 노블로의 확장도 『한쪽으로 읽는 환상세계』 시리즈를 하면서 파일럿으로 해본 작업이 시리즈로 이어진 케이스다. 이 작업을 바탕으로 고트를 기획하고 그래픽 노블 단행본들을 출간했다. 최근에는 『사랑에 서툰 자들』이라는 한쪽 그래픽 노블 시리즈를 전개하고 있는데, 이 경우 역으로 고트의 단행본인 『사랑에 서툰 자들』에서 확장한 케이스다. 


독립 출판도 프리랜서도 사무실이 필수인 업무 형태는 아니다. 별도의 공간을 마련한 이유가 있다면? 

‘한쪽책’이라는 실험이 파종의 창구라면 고트는 수확의 창구다. 동네 서점에서 대형 서점으로 거래 반경을 넓히려면 공간이 필요하겠다 싶었던 건데, 대형 서점과 직거래 계약을 진행하면서 서울이 아닌 파주출판단지 내에 물류창고가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파주 창고는 창고대로, 상수동 사무실은 작업실로 쓰고 있다. 당시에는 울며 겨자 먹기였지만 공간이 생기니 오픈 스튜디오나 워크숍 등 재미있는 이벤트를 벌일 거점이 생겨서 좋다. 


해보고 싶은 실험이 아직 많을 것 같다. 올해의 주요 실험은 무엇인가? 

꽤 다양한 장르를 다뤄왔다고 생각했는데 희곡이나 시나리오를 다룬 적이 없더라. 앞으로 좋아하는 감독이나 극작가의 각본집, 또는 대본집 작업을 종종 하려고 한다. 첫 작업은 에리크 로메르 감독의 ‘계절’ 연작이다. 마침 올해가 로메르 탄생 100주년이자 10주기이다. 



김미래 편집자의 경우, 쪽프레스/고트와 프리랜스 에디터 일을 병행하고 있다. 출발할 때와는 또 다른 형태의 ‘반-프리랜서’다. 지금의 노동 형태에 만족하는지 궁금하다. 

점차 쪽프레스/고트 비중을 높여가고 있지만, 쪽프레스/고트 일이 반, 나머지 일의 비중이 반이다. 수입은 6:4 정도로, 쪽프레스/고트 쪽이 높다. 퇴사 전으로 다시 돌아가도 독립을 선택할 것인지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다’이다. 회사에서 정년 퇴직할 게 아니라면, 언젠가 내 브랜드를 가질 거라면, 그걸 재미있게 시작하려면, 지금 하자고 생각했고 우리에겐 ‘한쪽책’이 있었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프리랜서를 해야 하는 상황도 해보니 썩 괜찮다. ‘헌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오면 지금보다 덜 즐거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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