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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번역가 김고명 “제가 운이 좋은 편이지만”

어느 젊은 번역가의 생존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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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어요. 발단-전개-절정-결말 중에서 전개와 절정은 싹뚝 잘라버리고 발단과 결말만 말한다고요. 전 딱 할 말만 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장황하게 쓰지 말자, 했던 말 또 하지 말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썼어요.(2020.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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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심플하면서 재밌는 에세이가 출간됐다. 번역가 김고명의 생존 습관이 담긴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 ‘좋은습관연구소에서 만드는 ‘나’를 위한 습관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김고명 작가는 ‘책 좋아하고 영어 좀 하니까 번역가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성균관대 영문학과에 들어갔다. 만약 번역가가 못 되면 회사에 취업할 생각으로 경영학도 함께 전공했다. 졸업을 앞두고 지원했던 대기업 인턴에서 미끄러진 다음 미련 없이 번역가의 길을 택했다. 글밥 아카데미에서 번역을 배웠고, 영문학과 경영학의 전공한 이력 때문인지 경제경영서 번역 의뢰가 맨 처음으로 들어왔다. 내친김에 성균관대 번역대학원에 들어가서 공부를 이어갔고, 현재 ‘글맛’이라는 필명으로 브런치를 운영 중에 있다.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는 브런치를 연재하는 중에 출간 제안을 받아 쓰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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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황하게 쓰지 말자

 

번역가로 책을 만들다, 저자로서 첫 책을 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책이 나오니까 내 인생이 알아서 잘 풀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번역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내 책을 내겠다는 목표는 없었어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글을 쓰긴 했지만 출판사에 투고하면서 적극적으로 책을 내려는 노력을 한 것도 아니고요. 근데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오면서 자연스럽게 책이 나왔어요. 항상 생각하는 건데 저는 운이 좀 좋은 편이에요.

 

혹시 독자 리뷰는 찾아 보시나요?

 

물론 찾아보죠. 서점 리뷰도 보고 SNS 리뷰도 봐요.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인스타그램에서 #좋아하는일을끝까지해보고싶습니다 태그를 팔로우하고 있어요. 근데 제일 인상 깊었던 건 리뷰가 아니라 독자의 메일이었어요. 오랫동안 번역가의 꿈을 놓지 않은 분이었는데 제 책을 읽고 저에게 메일을 보내는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사실 이 책을 쓸 때만 해도 저한테 그런 고민이 있었거든요. 이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사람들한테 도움이 될까? 전 좀 지나칠 정도로 의미를 고민하는 성격이라서요. 근데 그런 게 괜한 걱정이었단 걸 안 거죠. 내 책이 쓸모가 있다는 거니까요.

 

운동, 보험 이야기까지. 매우 현실적인 조언이 눈에 띕니다. 굉장히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책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이 책을 쓸 때, 최소한 이렇게는 써야겠다고 저자로서 다짐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일단 번역의 기술에 대해서는 선배 번역가님들이 쓴 좋은 책들이 있으니까 구태여 제가 더 보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책을 쓸 만큼 자료를 많이 모으거나 번역 기술을 정리해놓은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지금 제 위치에서 번역가 지망생과 번역가 후배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뭔가 생각해봤죠.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서요. 그랬더니 번역가로 오래 버틸 수 있었던 생활 태도랄까요, 기본적인 자세를 알려주자 하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리고 제가 원래 말을 길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누가 그랬어요. 발단-전개-절정-결말 중에서 전개와 절정은 싹뚝 잘라버리고 발단과 결말만 말한다고요. 전 딱 할 말만 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장황하게 쓰지 말자, 했던 말 또 하지 말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썼어요.

 

마감을 10년간 딱 두 번 어기셨더라고요. 이 책의 원고도 칼마감 하셨는지요?


아니요. 이 책 마감도 두 번인가 어겼어요. 이 책 원고는 매주 온라인에 연재 형식으로 공개됐거든요. 그래서 매주 일요일이 마감일이었는데 일요일 저녁까지도 원고가 완성되지 않아서 월요일에 넘긴 때가 있었어요. 물론 미리 출판사에 원고가 늦게 나간다, 죄송하다 말씀드렸죠. 그래도 20주 동안 펑크 안 낸 건 잘했다고 생각해요.

 

오역 논란이 있는 책들을 볼 때, 어떻습니까?

 

남 일이 아닌 것 같죠. 번역이란 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까 오역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안 그래도 지금 제가 이번 책의 펀딩을 해주신 분 중에서 10분에게 번역 원고 첨삭을 해드리는 중인데, 그러다가 제 역서의 오역을 발견한 거예요. 분명히 원고 넘기기 전에 원문과 대조했는데도 오역이 있더라고요.


근데 오역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오역 논란 때마다 출판사와 번역가의 대응이 아쉬워요.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냥 적당히 넘기려는 경향이 보이거든요. 처음에는 모른 척하다가 논란이 커지면 그때서야 반응을 보이는데 그것도 출판사가 두루뭉술한 사과문 발표하는 선에서 끝내는 식이죠. 저는 번역가가 전면에 나서서 어떤 부분은 내가 실수했다, 어떤 부분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 어떤 부분은 이러이러한 관점에서 이렇게 번역했다, 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면 좋겠어요.


독자들이 오역에 민감한 것도 제가 볼 때는 그동안 출판사와 번역가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물론 저라고 해서 제 책이 그런 논란에 휩싸이면 그렇게 당당하게 나설 수 있을진 잘 모르겠어요. 아직 그런 적이 없거든요. 오역 논란도 책이 그만큼 많이 팔려야 생기는 건데 제 역서는 아직 그 정도로 화제가 된 책은 없어서요.

 

이 책의 예상 독자를 책 앞부분에 쓰신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편집자들이 하는 생각이잖아요. 저자도 하긴 하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는 안 하는데요. 그리고 퇴고를 어느 정도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처음에 출판사와 기획하는 과정에서 독자에 대해서 같이 고민했어요. 그래야 글의 방향성을 정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네, 말씀하신 대로 군더더기 없이 실용적인 글을 쓰려고 했어요. 제가 말이든 글이든 군더더기가 붙는 걸 싫어해서요. 제 책이 딱 할 말만 하고 끝내는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쓰고 나서 많이 읽어보진 않았어요. 초고 완성하고 한 번 쓱 읽어보고 아내한테 보여줘서 의견 받고 다시 읽으면서 수정한 게 다예요. 제가 원래 글 쓰는 스타일이 그렇거든요. 퇴고를 많이 안 해요. 평소에 온라인에 올리는 글은 초고 쓰고 그냥 한 번 쓱 보고 올려요. 대신 초고를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일단 생각나는 대로 줄줄 쓰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쓰거든요. 완전히 갈아엎는 거죠. 문장도 좀 고민하면서 쓰고요.


퇴고는 번역할 때 더 많이 해요. 그건 남의 글이잖아요. 내가 남의 글을 망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독자들도 번역을 볼 때 눈이 더 날카로워지거든요. 번역이니까 당연히 문장이 어색하겠지, 하는 인식이 없잖아 있어요. 저도 번역가가 되기 전에는 독자였으니까 잘 알죠. 작가가 썼으면 그냥 넘어갈 문장도 번역가가 쓰면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니까요. 독자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그런 경향이 있다는 거죠. 어쩌면 그동안 우리 번역가들이 오역 논란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독자에게 신뢰를 좀 잃은 걸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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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한 애정이 중요


번역가로서, 어떤 성향의 편집자랑 일할 때 좋나요?


확실하게 요구 사항을 말씀해주시는 분이 좋죠. 출판사마다, 또 편집자마다 원하는 문장이 다르거든요. 원문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주길 원하는 분도 있고 과감한 윤문을 원하는 분도 있어요. 그걸 처음부터 말씀해주시면, 아니면 중간에라도 말씀해주시면 제가 거기에 맞춰드릴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초반부 원고가 완성되면 출판사에 보내서 피드백을 받아요. 그래야 출판사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그 방향에 잘 맞게 번역하고 있는지 알 수 있거든요. 이전에 같이 일했던 출판사는 저도 어떤 문장을 원하는지 알지만 처음 일하는 경우에는 어떤 느낌이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시면 편하죠.

 

이 책의 제목이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입니다. 이 제목에 숨은 뜻까지 번역하여, 이 책의 제목을 조금 길게 표현한다면 어떻게 번역하시겠습니까?

 

<좋아하는 일로 끝판왕이 되어 돈 많이 벌고 편하게 살고 싶습니다>요. 제가 프롤로그에도 썼는데요, 언제일진 몰라도 대번역가가 될 예정이에요. 제가 소설가 지망생이기도 한데 대작가가 될 예정이기도 하고요. 정해진 건 없지만 전 목표를 이런 식으로 말해요. 예정되어 있다고. 하다 보면 언젠간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요. 그래서 대번역가든 대작가든 돼서 돈 많이 벌어서 편하게 살고 싶어요. 편하게 산다고 아주 놀겠다는 건 아니고요, 그냥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하는 거죠. 번역하고 싶을 때 번역하고,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국내 출판사들이 시장성이 없다고 안 내려고 하면 내가 직접 판권 사와서 출간하고, 내 글도 쓰고 그러면서요.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조언도 책에 많이 쓰셨는데요. 그래도 이것만큼은 꼭 생각해봐라! 하고, 말씀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돈이에요. 먹고살려면 돈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저야 이제 경력이 좀 있으니까 벌이가 풍족하다고는 못해도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하지만 초기에는 돈이 잘 안 벌려요. 번역료도 낮고 일도 많이 안 들어오고요. 그런 상황을 버틸 수 있느냐를 생각해봐야 해요. 정말 딱 혼자 먹고살 정도만 벌어도 괜찮은지 말이죠.

 

저는 번역 시작할 때 혼자 살았으니까 벌이가 많지 않아도 됐고 결혼 후에는 맞벌이를 하고 또 아내가 저보다 잘 버니까 경제적으로 별로 어려움이 없거든요. 근데 저는 운이 굉장히 좋은 경우에요. 모든 사람에게 이런 운이 따르는 건 아니니까 과연 내가 넉넉지 않은 벌이로 버틸 수 있는가 그걸 꼭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배고프고 고달프면 아무리 좋아해도 버티는 게 쉽지 않거든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솔직히 번역하다 보면 지겨울 때가 있어요. 그래도 저는 등 따시고 배 부르게 사니까 할 만한데 그게 아니면 진짜 지긋지긋해질 것 같아요. 그렇다고 번역가가 작가처럼 성공한다고 해서 막 유명해지고 부와 명예가 따르는 직업은 또 아니잖아요. 창작의 고통을 감내하고 자기 글을 팔아야 하는 작가란 직업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면 번역가는 그 반대죠.

 

번역가로 오래 살아 남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일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싶어요. 솔직히 이 일이 좋아하는 게 아니면 이 돈 받고 굳이 이 고생 해야 하나 싶거든요. 제가 계속 돈돈돈 거리는데 현실이 그래요. 번역가 1백 명을 붙잡고 물어보면 백 명 다 들어가는 수고에 비해 번역료가 박하다고 말할 거예요. 그렇다고 출판사가 나쁜 마음 먹고 번역가를 착취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출판 시장이 항상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사정이 안 좋으니까 꼭 번역가만 그런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보수가 넉넉하지 않죠.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 다른 일 찾아서 떠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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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번역하고 싶은 책의 작가, 또는 장르가 있나요? 또는 분야를 바꿔 보실 마음도 있으신지요?

 

제가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를 좋아하거든요. 전직 군인이었던 주인공이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우연히 범죄에 휘말리고 악당들을 처단하는 하드보일드 소설인데요, 적당한 미스터리가 가미되어 있어요. 엄청난 트릭 같은 게 존재하는 건 아니고 그냥 악당이 누구일까,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걸까, 하는 정도의 단순한 미스터리죠. 그리고 그걸 과격하게, 주먹으로 풀어나가는 소설이에요. 저는 딱 그런 소설이 좋더라고요.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하면서 화끈한 소설이요. 『잭 리처』 시리즈는 이미 다른 번역가님이 좋은 번역을 보여주시고 있기 때문에 제겐 기회가 없을 것 같고, 그 비슷한 액션 활극이나 누아르 소설을 번역하고 싶어요. 평소에 영화도 그런 쪽으로 즐겨 보고요.


근데 아무래도 그쪽은 또 전문으로 하시는 쟁쟁한 분들이 있다 보니까 진입하기가 쉽진 않죠. 출판사들이 주로 하던 사람에게 계속 맡기거든요. 저도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 번역을 많이 하다보니까 일도 그쪽으로 많이 들어와요. 그래서인지 아직 소설 쪽으로는 인연이 잘 닿지 않네요. 안 그래도 제가 얼마전에 인스타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썼어요. 아무도 나한테 소설 번역 안 맡겨주니까 “더럽고 치사해서” 내가 한 편 쓰겠다고.

 

(웃음) 필사도 하셨어요. 번역가들이 필사한다는 이야기는 거의 못 들어봤는데요. 많이들 하시나요? 필사를 하다가 감탄했던 책이 있나요?

 

글쎄요. 솔직히 제가 친분이 있는 번역가가 많지 않고 또 일 얘기는 잘 안 해요. 그래서 다른 분들이 필사를 하시는지 안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안 하시면 좋죠. 저만의 비법이 되는 거니까요. 농담이고 꼭 필사가 아니라도 다들 나름 대로의 자기계발법이 있을 거예요. 프리랜서라는 게 꾸준히 실력을 갈고닦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거든요.


제가 필사를 하면서 감탄한 책이라면 천명관 작가님의 『나의 삼촌 브루스 리』 가 생각나네요. 독자로서 읽을 때도 그랬지만 한 줄 한 줄 따라 써보니까 참 글을 맛깔나게 쓰신다 싶더라고요. 눈으로 글을 읽고 있지만 꼭 어떤 말발 좋은 이야기꾼이 옆에서 막 침 튀겨가며 얘기하는 걸 귀로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달까요. 이분은 글로 말을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저도 글을 쓸 때 말을 듣는 것처럼 읽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쓰고 있고요.

 

최근 국내 번역가가 작업한 책을 읽다가, 진짜 좋은 번역서라고 감탄한 적이 있나요?


음, 최근에 번역서를 별로 안 읽어서요. 일부러 멀리하는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국내 책, 특히 에세이를 많이 읽었거든요. 근데 그런 생각은 있어요. 번역서를 읽다가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원문과 함께 소개하는 콘텐츠도 괜찮겠다. 안 그래도 제가 요즘 인스타그램에 주로 올리는 게 책에서 읽은 인상 깊은 문장을 소개하고 제 생각을 말하는 글이거든요. 하는 김에 종종 좋은 번역문을 올려도 좋겠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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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번역가들 중에 존경하는 분이 있나요?


정영목 선배님이요. 제가 학창 시절에 존 그리샴 소설을 좋아했거든요. 그때가 1990년대 초중반이었는데 그때 존 그리샴 책에서 정 선배님 이름을 봤어요. 근데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현역으로, 그것도 손 꼽히는 번역가로 활동하시잖아요. 꼭 정 선배님만 아니라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하고 계신 선배님들은 다 존경스러워요. 제가 해봐서 아는데 이게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또 경제적으로도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거든요. 그걸 20년 넘게 하셨다는 것 자체로 대단하신 거죠.

 

강연도 하시나요?


아직 무명이라서 어디서 강연 요청이 들어오고 하진 않아요. 그래도 내가 무슨 강연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해봤어요. 번역가 지망생이나 후배들에게 이 책에 쓴 것처럼 팁을 주는 강연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밖에는 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뭘 잡다하게 많이 알기는 하는데 깊이 아는 건 또 별로 없거든요. 뭔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기록하는 성격도 아니고요. 하지만 남의 돈 받고 하는 건 또 돈값 이상 하자는 주의로 열심히 하니까 강연 맡기시는 분들이 주제만 잘 발굴해주시면 아마 잘할 수 있을 겁니다.

 

코로나19 로 재택 근무를 하는 회사가 늘고 있습니다. 번역가의 경우, 혼자 일을 하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번역가는 보통 집이나 작업실에서 혼자 일하니까 직업 자체가 사회적 거리 두기라고 볼 수 있죠. 하늘이 무너져도 인터넷과 컴퓨터만 있으면 문제 없는 직업이고요. 그래서 평소에 비 올 때만 해도 그런 생각해요. 남들은 저 비 맞으면서 회사 가야 하는데 나는 집에서 태평하게 비 내리는 거 보면서 일할 수 있어서 좋구나 하고요.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개인적으로 좀 힘들긴 했어요. 저희 애가 원래 3월부터 어린이집에 가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근데 코로나 때문에 등원 연기되고 중간에 감기도 걸리고 하면서 5월이 다 되도록 집에 있었던 거예요.


애가 어린이집 가면 이제 나도 집에서 그 시간만이라도 편하게 일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그렇게 된 거죠. 더군다나 아내가 2월에 복직하면서 한동안 제가 아이를 보느라 일을 못 했고, 지금은 장모님이 와서 봐주시긴 해도 아마 이번에 재택 근무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애 있는 집에서 일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아, 그러고 보니까 존경하는 번역가들 추가요. 집에서 육아와 번역을 병행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분들 진짜 존경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김고명 역 | 좋은습관연구소
내 이름 석 자를 인정받기 위한 저자 특유의 공부법과 삶의 습관들을 재미난 글과 팁으로 유쾌하게 풀어냈다. 번역가뿐만이 아니라 내 일을 더 프로페셔널하게 하고 싶은 사람, 독립을 꿈꾸는 사람, 이들 모두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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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2003년에 창간한 예스24에서 운영하는 문화웹진입니다. 작가와 배우, 뮤지션 등 국내외 문화 종사자들을 인터뷰합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패션, 교육 등 다양한 칼럼을 매일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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