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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정수연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직접 쓴 성교육책”

『질 좋은 책』 정수연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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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앞으로는 여성들이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어요. (202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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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명으로 활동 중인 정수연 저자

 

2016년, 정수연 저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HPV 고위험군에 걸리셨어요.” 놀란 마음에 관련 논문을 검색하다, 저자는 생각보다 HPV 보균자가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20대 여성의 절반이 HPV 보균자라는데, 왜 이렇게 모르는 게 많은 걸까? 답답한 마음에 HPV 정보를 꾸준히 포스팅했고, 어느덧 3년간 50여만 명이 다녀가는 블로그가 되었다. 이때 모은 자료를 토대로 여성의 ‘건강’에 집중한 성교육서 『질 좋은 책』 이 탄생했다.


『질 좋은 책』 은 ‘정자와 난자가 만난다’로 시작하는 구시대적 설명 대신, 여성의 건강을 위한 실질적인 지침으로 가득하다. “나만 이런 것일까요?” 하는 질문에 “괜찮아. 나도 그래.”라고 답하는 책, “여자라면 이래야 해”라는 편견에 “그건 아니야”라고 맞서는 책.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한’ 성교육서를 출간한 정수연 저자를 서면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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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좋은 책』 은 도덕책 같은 뻔한 성교육 책에서 탈피하여 여성의 몸 건강에 대한 실질적인 지침을 담은 책이에요. HPV 바이러스 보균 사실을 안 이후, 직접 성에 대한 지식을 쌓으셨다고요. 책을 쓰시게 된 계기와 기획 과정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HPV 보균자가 된 후 자궁 건강과 성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HPV만 다루다가 점차 섹스, 자위, 질염, 생리 등으로 블로그의 카테고리가 늘어나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이웃이 “이 블로그 내용들이 책으로 나와서 사람들이 다 봤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댓글을 남기신 것을 보고 그때 막연히 죽기 전에 꼭 책을 써야겠다고 다짐을 했어요.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이런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제 주변은 아무도 모를 때였어요. 그런데 아끼는 친구가 애인과 곧 성관계를 할 거라는 말을 듣게 되자 그도 나처럼 힘든 일을 겪게 될까 봐 걱정이 됐어요. 결국 제 블로그를 소개하면서 꼭 관계 전에 서로 검사받고 백신 접종도 하라며 권고했습니다. 친구는 적극 수용했지만 문제는 친구의 애인이었어요. “블로그를 어떻게 믿어?”라는 반응을 보였죠. 이후에도 많은 친구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 도움을 주려고 했으나 그들의 애인은 거의 다 검사를 거부했고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제가 올리는 포스팅들은 주관적인 의견이 아니라 국내외 산부인과 의사들의 칼럼이나 국제 학술지 논문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인데, 채널 특성상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속상했어요.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내가 이 내용들로 책을 쓰고 산부인과 전문의 검수를 받아서 출간하면 어떨까?’ HPV 감염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여전히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SNS상에서 이 책을 완독하고 애인이나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했다는 후기가 많았어요. 출간 후 소감은 어떠신지요?


꼬박 1년 넘게 매달리고 있던 작업이 결실을 맺게 되어, 대단히 감격스러웠습니다. 독자분들이 SNS와 온라인서점에 남겨놓은 리뷰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보고 있는데요. ‘여성 필독서’, ‘이 책은 교과서로 나와야 한다’ 같은 후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는 이 책이 아는 사람만 아는 은밀한 서적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었으면 하거든요.

 

아직까지 여성이 성을 말하는 것에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잖아요. 집필 과정에서 주저하거나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책을 쓰면서 계속 ‘내가 어디까지 솔직해져야 하지?’ 하는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결국엔 내 경험이 분명 누군가에게는 용기와 위로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최대한 솔직하게 쓰자고 결심했습니다. 가끔은 사회가 여성이 성을 말하는 그 자체보다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가령 굉장히 흔해지고 있는 여러 성병이나 출산을 통해 겪게 될 다양한 고통과 증상들은 축소하고 성관계의 황홀함, 생명의 숭고함 등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죠. 그러다 현실을 마주하게 되니 참 억울하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보여요. 앞으로는 여성들이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던 것 같아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 역시 그랬다”는 표현이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지극히 정상적인 몸의 현상인데도, 부끄러워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하기가 쉬운데요. 우린 어떤 방식으로 우리 몸을 바라보고 대해야 할까요?


많은 분들이 자꾸만 고민할 필요도 없는 주제로 자책을 하고 인터넷에서 떠다니는 말도 안 되는 정상의 기준을 보고 그 틀에 맞추려고 해요. 저는 이런 것들이 결국 여성을 위한 자료가 그만큼 부족하고 여성의 몸을 정상(완벽)과 비정상으로 나누려는 관점 때문이라고 봐요. 이는 결국 여성이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없게 만듭니다. 오개념을 바로잡고 미디어가 멋대로 정해놓은 잘못된 기준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지금보다 더 사랑해주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위해, 산부인과 전문의의 검수와 대학병원 간호사의 인터뷰를 거치셨어요. 그 과정에서 수정하거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제가 병원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20대 HPV 보균자들이 많다는 것을 블로그 댓글 정도로만 그동안 파악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의료인을 통해 실제로도 젊고 어린 여성 보균자가 의료 현장에서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고 들으니,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집필하면서 책임감도 크게 들었고요.

 

3장에서 말씀하신 미국 여성의 에피소드가 흥미로웠어요. 한 여성이 첫 경험 전에 애인과 함께 여성의학과를 찾아 본인의 신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담했다고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첫 경험을 잘 준비하는 법’도 궁금해졌어요.


어릴 적 저는 혼전순결을 지킬 거라는 생각으로 언젠가 겪게 될지도 모를 첫 섹스를 ‘준비’할 생각은 전혀 못 했어요. 그래서 교복을 입던 때로 돌아간다면 혹시 모를 플랜B를 위해 나만의 첫 섹스를 위한 기준과 최소한의 환경 및 조건을 명확히 설정해놓으려고요. 계획대로 인생이 흘러가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만은 아무런 대비 없이 닥치는 상황보다야 훨씬 안정적이죠. 무엇보다 애인과 스킨십을 할 때, 본인만의 주관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본인만의 기준과 계획을 최대한 자세하게 세워 놓으세요. 이후 상대와 관계를 하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HPV를 포함한 상호 STD 검사지를 주고받고 함께 HPV 백신을 접종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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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명으로 활동 중인 정수연 저자

 

20대 여성 중 절반이 HPV 보균자라는 통계를 보고 놀랐어요. 그럼에도 HPV는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만 걸린다는 편견이 있는데요. HPV에 대한 오해 중 바로잡고 싶은 것 몇 가지만 소개해주신다면요?


HPV에 대한 오해 중 가장 흔한 2가지를 바로 잡고 싶습니다. 첫째, 콘돔을 껴도 HPV에 감염될 수 있습니다. 성기끼리 접촉, 오랄섹스로도 걸릴 수 있고 콘돔의 라텍스 간격보다 HPV 입자가 더 작기 때문에 통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HPV는 여성에게만 위험한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HPV는 자궁뿐만 아니라 편도에도 암을 일으키는데요. 관련 암인 두경부암의 원인은 원래 술, 담배였으나 최근 판도가 바뀌어 원인의 2/3가 HPV이며 두경부암 환자는 주로 남성입니다. 즉 성별에 상관없이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라서 여러 선진국에서는 이미 남아에게도 의무 접종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HPV에 감염되더라도 많은 경우 무증상이며 암까지 잠복기가 매우 길기 때문에 정기 검진을 위해 병원과 친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섹스가 연애의 필수 조건’이라는 생각이 당연시되는 것 같아요. 파트너가 섹스를 거부한다는 글에 “당장 헤어져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리기도 하고요. 이런 고정관념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은 어떤가요?


파트너가 섹스를 거부했다면 반드시 그 이유가 있었을 텐데요. 그것을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 좀더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섹스 거부는 설득이나 회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선택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인정해줘야 해요. 연인 간 섹스는 의무가 아닙니다.

 

‘올바른 자위법’을 소개한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자위를 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고는 하지만, 제대로 된 방법만 안다면 오히려 자신과 파트너의 건강에 이롭다고요. ‘자위’ 챕터를 넣으신 이유와 건강한 자위법이 몸에 이로운 이유를 소개해주신다면요?


저는 이 책에서 여성과 남성의 자위를 모두 넣었습니다. 사실 타깃 독자인 여성의 자위만 넣어도 되는데, 제가 굳이 남성 자위까지 함께 적은 이유는 남성과 성관계를 할 여성의 자궁 건강을 위해서였습니다.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자위 습관은 곧 섹스 습관으로 이어지기 쉽기에, 남성 본인의 만족은 물론 파트너를 위한 올바른 자위법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또한 성별에 상관없이 자위는 일종의 유희이자 내 몸을 사랑해주는 한 방법입니다. 통계상으로 박정자 상담실에서 여성 청소년들의 고민 1위는 줄곧 여성 자위였지만 실제로 성교육 현장에 나가서 해당 주제를 언급하면 아이들의 반응은 굉장히 조용해요. 반면 후기 평가지에는 여성 자위가 궁금했었는데 알게 돼서 좋았다는 내용이 많았어요. 아이들이 자신의 욕구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무턱대고 자위는 나쁜 것이다, 죄악이다는 식으로 죄책감을 심어주게 되면 오히려 자위 중독에 빠지거나 올바른 자위법을 배우지 못해 잘못된 방법으로 하다가 다치기 일쑤예요.

 

최근 온/오프라인 성범죄 뉴스들이 많이 들려와요. 묻혀 있던 피해 사실들이 미투 운동 이후로 더 적극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데요.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성교육’ 내용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성교육 시간에 아이들과 롤플레잉 연극을 해봐야 합니다. 백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만 해서는 아이들의 머릿속에 남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직장인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 교육에서는 피해를 겪은 후 어떻게 증거를 수집하고 형사고소하면 좋을지와 같은 신고 매뉴얼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언니들에게 들어보니 성희롱 교육에서 한다는 말이 고작 “이왕이면 회식을 가지 마라, 짧은 치마를 입지 마라.” 같은 것들이더라고요. 여자들이 진짜 궁금한 것은 성희롱당하지 않는 방법이 아닌데 말이죠. 그런 게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요.

 

작가님의 추후 활동이 기대됩니다.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는 현재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채, 프리랜서로 성교육 강의를 하고 있으며 온라인 성 상담만 ‘푸른아우성’에 소속되어 진행하고 있는데요. 20대 대상 교육은 거의 제로에 가깝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대학교에 가서 성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이 밖에도 팟캐스트, 유튜브 채널, 성교육 캠프 등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 정수연

 

성교육 활동가. 20대 초반에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HPV 56, 58번의 보균 사실을 알게 된 후 생식기 건강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고, 블로그에 HPV를 포함한 질 건강에 관련된 정보를 정리해 공유하다가 성 상담 활동을 시작했다. 상담 활동을 하면서 지금 한국 여성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성 건강 정보들을 ‘한 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책’도 없다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껴 『질 좋은 책』을 쓰게 되었다. 사단법인 ‘푸른아우성’에서 성교육, 성 상담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온라인 성 상담소 ‘박정자 상담실’에서 상담가로, 초등학교 및 중고등학교에서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블로그 ‘HPV의 모든 것’ abouthpv.kr

트위터 ‘포궁건강’ @for_your_uterus

 

 

 

 

 


 

 

질 좋은 책정수연 저/정선화 감수 | 위즈덤하우스
질염, 생리통 등 어떤 여성이나 궁금해할 법한 건강 문제부터 최근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HPV 바이러스 감염과 성병, 섹스나 피임과 관련된 다양한 성 관련 고민들을 모아 오늘을 사는 젊은 여성의 눈높이에 딱 맞게 답변하는 단 한 권의 성교육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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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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