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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을 애도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

론 파워스의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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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아들이 조속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입원 허가 과정이 지연되면서 약을 줄 수도, 입원도 하지 못한 채 바라보기만 했던 시간을 통해 부조리함에 눈을 뜨게 된다.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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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하면서 가장 난감한 상황 중 하나가, 환자나 보호자에게 진단을 설명할 때다. 특히 조현병, 양극성정동장애(조울증), 치매 같이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중증 정신질환임이 분명할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면담과 행동관찰, 심리검사등을 종합할 때 아드님의 진단은 조현병입니다.”
 
라고 말을 하는 상황은 참 괴로운 일이다. 더욱이 자신이 병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병식이 없는 것이 특징인 조현병의 경우, 환자 본인에게 병에 대해 설명하고, 치료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은 더욱 힘든 과제이기도 하다. 첫 발병을 하고 입원을 해서 증상이 호전이 되어 퇴원한다. 환자는 이제 집에 가니까 표정이 무척 밝지만, 부모는 앞으로의 삶과 치료과정이 막막해서 얼굴이 썩 좋지 않을 때가 많다. 주변에 아이의 병에 대해 하소연을 하고 위로를 받기도 어렵고, TV에서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보도되면 “미친놈들” 하면서 남의 일이라 여기면서 살았는데,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중증 정신질환 환자의 부모로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어떨 때는 


“아이가 차라리 암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요.”


라고 말하기도 한다. 암은 매우 위중한 병이지만, 진단도 분명하고, 이해하기 쉽고, 다른 사람들과 병에 대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참 어렵다. 어떨 때는 더할 나위 없이 멀쩡하고 병에 걸리기 전으로 돌아온 것 같은 맑은 표정인데, 잔소리 한 마디에 너무나 공격적인 반응을 하거나, 서서히 자기 세계 속에 빠지면 도저히 통제되지 않는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버리기 때문이다. 예측하기 어렵고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만큼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없다.
 
40세에 결혼해서 두 아들을 낳은 남자가 있다. 늦게 본 자식이라 더욱 예뻤을까? 형은 글재주가 있었고 동생은 기타를 곧잘 치는가 싶더니 빼어난 재능이 있다는 평판을 받았다. 둘째는 유명한 버클리 음대로 진학을 했다. 두 아들 모두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둘째는 어느 날부터 방에서 나오지 않고, 전화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다. 결국 경찰이 아이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알려왔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마약을 한 것으로 보았는데, 회복이 되지 않고 점점 황폐화되었다. 조현병을 진단받고 여러 번 입원을 하고, 약을 먹게 된다. 


학교로 복학하지 못하고 폐쇄적으로 지내게 되었고 약을 먹을 때에는 안정적이지만 아슬아슬할 때가 많더니 자살을 하고 만다. 이것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끝이 아니다. 첫째 아들도 20대 초반부터 잘 지내지 못하다가 어떨 때에는 잘 적응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둘째가 죽고 몇 년 지나서 결국 조현병이 발병하고 만 것이다. 이런 아들을 둔 남자의 마음은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을 대놓고 말하기도 어려운 일이기도 하니 말이다. 
 
“오랜만이에요.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나요? 다 컸을 텐데.”


“둘이 모두 조현병인데, 한 명은 자살했고, 다른 한 명은 계속 치료 중이에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한 <아버지의 깃발>의 원작을 공저한 바 있는 유명 저널리스트 론 파워스가 바로 그 남자다. 글로 먹고살지만 취재와 객관성을 위주로 하는 저널리스트인지라 자신의 삶을 대중에게 팔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만은 절대 글로 쓰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미친 사람에게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라는 메일을 쓴 것을 알고 침묵해온 10년을 재고하고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는 미국의 너무나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잔혹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분명한 진실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저널리스트로서 취재를 하고 정보를 습득하면서 조현병, 광기, 그리고 정신질환의 치료에 대한 역사와 보건정책, 그리고 사회적 맥락에 대한 엄청난 정보를 취득하고 통합하여 나름의 인사이트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 정보들을 모아만 놓았을 때에는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정신질환과 관련한 책이 한 권 늘어날 뿐이라는 걸 발견한다. 결국 그는 본인의 사적인 상실과 고통을 전면에 털어놓기로 결심하고 이 책을 완성했다. 
 
덕분에 이 책은 두 개의 다른 트랙으로 구성되었다. 하나는 저자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 그리고 아이가 병에 걸리고 이를 알고 대응하고, 뭘 느꼈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다루고 있다. 글을 읽는 내내 두 아이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비록 두 아들은 조현병에 걸렸고, 한 아이는 죽었지만 그가 아이들에 대해 갖고 있는 기억은 꼭 나쁘고 아프고 슬픈 것만 남아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 뭉클하고 절절한 면이 있다. 


두 번째 트랙은 저널리스트로서 쓴 부분이다. 조현병을 포함한 광기의 역사, 사회로부터 배제하고 고립시키는 것을 치료라 여겨온 수백 년의 역사로 시작해서 조현병의 원인과 병태생리, 치료방침에 대한 개괄, 20세기 중반에 있었던 정신보건 사업과 탈원화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 등을 담고 있다. 이 부분만 잘라서 보면 꽤 훌륭한 정신의학관련 인문사회학 리포트라 할 만하다. 인권이 강조되는 사회환경에서 케네디 대통령 이후 적극적으로 병원에서 환자들을 내보내는 탈원화 정책이 시작되었고 실제 수많은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병원을 나와 커뮤니티로 들어왔다. 그러나, 이들을 받아서 일을 시키거나, 보듬고 같이 생활한 환경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새로운 인구군을 형성하게 되었는데 바로 ‘노숙자’였다. 노숙자로 생존하지 못한 사람들이나, 커뮤니티에서 병이 재발해서 우발적 행동을 저지른 사람들은 ‘재소자’가 되었다. 즉, 감옥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인권의 신장을 위해 병원의 환자를 내보냈지만, 이들은 도리어 감옥과 거리에서 더 많이 발견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였다. 저자는 아들이 조속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행정절차와 입원 허가 과정이 지연되면서 극도의 흥분 상태가 며칠간 지속되지만 약을 줄 수도, 입원도 하지 못한 채 바라보기만 했던 시간을 체험하면서 이런 부조리함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반은 두 아들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면서 그들의 성장을 지켜봐 온 아버지가 자신의 상실과 개인적 아픔을 스토리텔링을 통해 치유하는 과정이다. 나머지 반은 객관적이고 거시적인 눈으로 현대 사회에서 정신질환은 여전히 배제와 소외의 영역에 있고, 그 역사가 뿌리 깊을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분석한다. 이성과 감성을 번갈아 오가면서 비로소 저자는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일들을 수용할 수 있게 된 듯하다. 추정컨대 현재 저자의 나이는 70대 중반이다. 이런 큰 작업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아마도 그에게는 그의 인생을 통합하고 정리를 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도 한몫했으리라 본다.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는 조현병이 아니라도 다른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자식을 둔 부모, 본인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면서 부모와 가족의 심정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정신질환의 역사와 사회적 맥락에 대해서 큰 개괄적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유용한 책이다.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론 파워스 저/정지인 역 | 심심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냉온탕을 오가는 기분을 느낄 텐데, 읽은 후에는 읽기 전과는 다른 눈으로 내 주변의 동료 시민인 “정신질환자”를,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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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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