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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 안녕, 이제는 다크호스 시대

토드 로즈, 오기 오가스 <다크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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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렇게 ‘내가 뭘 좋아하지’에 주목하라고 한다. 미시적 동기를 깨닫기(know your micro-motive)가 다크 호스적 세계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19. 09.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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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플래쉬

 

 

능력주의의 근본적인 한계

 

자본주의 사회는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남들보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은 공정한 것이다. 이건 만유인력의 법칙만큼 확고하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하지만 이 믿음에 근본적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정유라가 승마로 대학에 들어간 다음 “그것도 능력이다”라고 한 것이 공분을 일으켰고, 최근에는 조국 교수의 딸이 고등학교 때 의학 논문에 1저자로 이름을 실었고, 대학 입학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큰 논란이 되었다.

 

정유라의 경우는 관계자들이 처벌을 받았지만, 후자의 경우는 불법은 아닐 가능성이 많다. 어찌 보면 그래서 더 힘이 빠지고, 화가 나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일종의 ‘합법적 불평등’이 발생한 것이니 말이다. 좋은 부모를 만난 덕분에 400m 레이스를 할 때 200m 뛰기 시작한 셈일 수 있으니 말이다. 만일 이런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더 이상 능력주의는 평등한 것이고, 공정한 사회의 룰이라는 생각은 그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생각을 하게 된다.

 

능력주의(meritocracy)는 서구사회에서 귀족과 신분사회가 지배를 하고 있을 때 능력도 없는 귀족들이 귀족이라는 이유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신분 사다리의 위로 쉽게 올라가는 것을 비판하면서 특권 중심의 기회 시스템을 재능 중심의 기회로 바꾸자는 의미로 소개되었다. 이를 평가하기 위해 표준을 만들고, 표준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을 쳐서 거기서 우월한 결과를 얻은 사람은 그가 어느 태생이든 능력자라고 판단하고 사회에서 적절한 일을 시키고 충분한 보상을 하자는 것이다. 21세기까지 이 시스템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다. 최근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이 금수저 전형이니 다시 학력고사 시절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나름 공감을 얻는 것도 바로 이런 오래된 믿음에 기반한 것이다.

 

세상이 변하면서 이런 능력주의적 체계는 근본적인 한계가 뚜렷해지기 시작했고, 세칭 4차 산업혁명으로 지난 세기와 매우 혁신적으로 다른 세상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제는 전혀 다른 형식으로 재능을 파악하고, 평가하고, 또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인재를 찾아내야 한다는 주장도 점점 그 힘이 강해지고 있다.

 

그런 주장에 힘을 싣는 책 한 권이 있다. 토드 로즈와 오기 오가스가 함께 쓴 『다크호스(Dark horse)』  다. 토드 로즈는 작년에  『평균의 종말』로 한국에 알려진 작가로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개개인학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평균의 종말』에서 평균이란 개념이 만들어진 역사를 개괄하며 사람의 개성과 재능이 과거의 표준화된 평균값보다 높은 능력을 추구하는 우월성 교육으로는 참값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한 바 있다. 이번 책에서도 그 문제의식을 이어서 사회에서 성공하는 인재의 기준점을 이제는 다르게 잡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확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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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플래쉬

 

 

다크호스적 사고방식으로 갖고 있는 사람이 필요한 세상

 

저자는 무엇보다 21세기는 개인화 시대라 정의한다. 스마트폰, 의학적 치료, 프리랜서, 인생 중 여러 번 직업이 변경되는 것 등이 20세기의 패러다임과 분명히 달라진 것이다. 20세기의 패러다임이 포드 시스템의 제조업, 대중화된 대학 교육이 대표적인 예로 일정한 표준이 있고, 여기에서 효율적으로 자원을 투여해서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일정한 퀄리티 이상의 아웃풋을 뽑는 것을 목표로 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교육과 직업의 우수성은 얼마나 표준화했는지에 달려있었고, 예측 가능한 길을 따라 얼마나 빨리 정해진 경로를 완수하는지가 이 시스템의 승자였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충족감에 대한 고려는 하나도 하고 있지 않다. 보편성을 따르는 것이 개개인성을 억압하는 대가였다. 불확실한 개개인의 만족을 포기하고, 확실해보이는 보편적 사회적 보상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개개인성(individuality)가 가장 중요해진 세상이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서는 규칙을 깨서 성공한 사람들의 수많은 사례가 등장한다.

 

잉그리드 카로치는 원래 미술을 하고 싶었으나 가족의 반대로 포기했다 30대 중반에 스웨덴에서 미국으로 이주를 했고, 뉴욕에서 홍보사에 취업해서 명품 브랜드 홍보를 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10년 후 느닷없이 미주 스웨덴 상공회의소에서 행사의 꽃장식 의뢰를 했고, 그 우연한 기회에 ‘누구나의 소소한 순간을 더 기분 좋게 해줄’ 뭔가를 했다는 큰 충족감을 얻었다. 자신의 성격에 잘 맞는 일이라는 걸 깨달은 그녀는 꽂 장식 프로젝트에 빠져들어 스웨덴식 색채 감각과 스웨덴 특유의 허브를 채워 넣는 것과 같은 특색 있는 접근으로 마치 17세기 루벤스 시기의 그림 속 농장에 온 것 같은 연출을 해내면서 인기를 얻었다. 그녀는 틴캔 스튜디오를 개업하고 점차 자리를 잡아 나가게 되었다. 처음부터 큰 성공이라는 목적지를 정해 놓고 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이것만 바라보고 노력을 해온 것도 아니었다. 또 이쪽 시스템을 전면 부정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개개인성에 주목하고, 자신만이 잘 할 수 있는 것, 무엇보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서 해본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내가 뭘 좋아하지’에 주목하라고 한다.

미시적 동기를 깨닫기(know your micro-motive)가 다크 호스적 세계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시적 동기라는 측면에서 책에서 소개된 수잔 로저스(Susan Rogers)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14세에 어머니를 잃고, 집안일을 다하며 고등학교 중퇴를 한 후 21세에 남자친구와 결혼을 한 여성이다. 그녀는 음악을 듣는 것을 무척 좋아했지만 남편은 음악을 듣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레코드 판을 부수기도 했다 어느 날 결국 남편과 이혼을 하고 무작정 그녀가 좋아하는 음향 엔지니어링을 하고 싶었으나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무작정 음향예술대학교의 접수계원으로 취업을 했고, 이후에 알음알음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가면서 독학으로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한 스튜디오에 보조로 취업했다.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경력을 밟아서 록스타 프린스의 녹음엔지니어가 되었고, 지금은 버클리 음대의 교수로 재직중이다. 책에서는 그녀가 단계별로 어떻게 주도적으로 다음 일을 찾아가게 되었는지 소설같은 일화가 소개되어있다.


수잔 로저스는 확률적으로 보면 도박과도 같은 선택을 매번 했다. 표준화된 사고방식이라면 감히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에 반해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확률이 아니라 ‘내게 이것이 맞는 일인지’라는 적합성에 따라 선택을 하기에 확률은 더 이상 영향을 미지치 않는다. 그러니 더욱 성공 확률이 아니라 미시적 동기와 내게 무엇이 적합하고,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필요하며, 그것이 내 선택의 확신이 된다. 확률이 높은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니 그것이 내 재능이 되는 사고방식이다. 그러므로 표준화된 사고방식에서 제시하는 목적지를 따라 가장 짧은 경로를 찾아내서 최대한 빨리 도착하는 경쟁이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목적지를 무시해야 충족감이 느껴지는 것을 지속할 수 있고, 조바심을 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시간도 상대적이며 발전 속도도 개개인별로 다 다를 수 밖에 없으니, 정해진 커리큘럼대로 발전해나가는 것에 맞지 않는 역동적 시스템일 수 밖에 없다. 저자는 표준화된 시간은 우수성 획득에 방해가 되고, 정해진 시간에 뒤쳐진다는 느낌은 발전을 방해하는 독과 같고 발전의 초점을 잘못된 방향으로 몰게 된다고 경고한다.

 

표준화 계약이 아닌 다크호스적 사고방식으로 갖고 있는 사람이 앞으로 사회에서 진짜 필요한 사람이고, 개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표준화된 우수성을 추구하기 위해 개인적 충족감을 포기하는 것은 바르지 않다. 우수성은 표준화된 계약의 성실한 이행이 아니라, 개개인성에 따른 재능의 선택, 그리고 이를 통한 충족감을 추구하는 과정에 결과무롤 따라오는 것이다.

 

토드 로즈의 전작 『평균의 종말』이 교육시스템과 개인의 재능의 평가라는 측면에 주목했다면『다크호스(Dark horse)』 는 같은 문제의식에서 세상의 변화를 바라보면서 사회에서 성취하고, 개인으로 성장하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살아가기 위한 태도의 변화라는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 전작이 교육이나 심리 발달에 관심이 있는 독자층이 타겟이라면 이번 책이 자기계발적 측면에 무게 중심이 있는 조금 더 대중적인 책이었다.

 

결국 세상이 변했으니 지난 100년간 문명화된 사회를 지배해온 표준화적 계약, 능력주의적 생각은 이제 그 효용 가치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문제의식이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책이었다.


 

 

다크호스토드 로즈, 오기 오가스 저/정미나 역 | 21세기북스
당신이 꿈도 희망도 없는 일에 매여 있거나, 사회생활의 첫 발을 떼려는 중이거나, 방향을 못 잡고 떠도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이 당신을 열정, 목표, 성취감으로 충만한 삶으로 안내할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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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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