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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끝까지 현재로 남고 싶다”

『천년의 질문』(전3권) 출간 기념 간담회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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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태백산맥 문학관’이 개관할 때 육필로 쓴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문장을 새겨 넣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이 정신을 이어가면서 소설을 쓸 것이다. (2019. 0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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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있은 이후 수천 년에 걸쳐서 되풀이되어온 질문.
그 탐험의 길을 나서야 하는 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  천년의 질문』  1권, 5쪽, 작가의 말)

 

『태백산맥』  (전10권),  『아리랑』  (전12권), 『한강』  (전10권)으로 한국 근현대를 깊고 넓게 조명한 작가 조정래가 사교육 문제를 다룬 작품  『풀꽃도 꽃이다』  (전2권) 이후 3년 만에 국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룬 작품  『천년의 질문』  (전3권)을 출간했다 . 『천년의 질문』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조정래 작가는  『천년의 질문』  에 수록한 ‘작가의 말’을 낭독하며 이번 작품을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가는 “1976년 즈음부터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에 관심을 가졌다”며 “당시 대한민국의 국무총리가 국민에게 “지금은 군대의 시기가 아니라 축적의 시기”라고 목소리 높여 말했다. 그 말에 국민 모두는 침묵했다. 그 침묵은 분배를 기다리는 세월로 쌓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후 정권이 바뀌어도 “분배의 시기는 말하지 않은 채로” 지금에 이르렀다며 “대한민국 사회는 소득 격차가 매우 크다. 손자 세대만큼은 우리 세대가 겪은 갈등과 모순을 겪지 않도록, 정상국가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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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2매의 원고, 130여 권의 취재수첩이 있어 가능했던 소설은 시사주간지 기자 장우진을 중심으로 재벌과 정치인, 변호사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한국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특히 국민이 왜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하는지에 대해 조정래 작가는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소설은 현실의 반영이고, 형상화다. 나는 소설이 어떠한 문제는 제기하되 해결할 수 없다는 정의까지 존중한다. 하지만 이번 소설은 내 나름대로 해결책까지 강구하고 있다.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차후에 평가될 것이다. 이 소설만큼은 해결책까지 내야만 작가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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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이다


취재 과정,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있다면 들려 달라.


소설을 쓰기 위해 1976년부터 사회를 응시해왔다. 나는 대략 3-4개 소설을 한꺼번에 구상하며 준비한다. 표면적으로 대충 20년 쯤 소재가 머릿속에서 굴러간다. 『태백산맥』 을 쓸 때도  『아리랑』 , 『한강』  이 동시에 준비하면서 등장인물도 안배했었다. 이 소설도 긴 세월동안 구상했다. 제일 먼저 책, 그 다음 언론보도, 마지막으로 거기에 필요한 실제 경험을 한 인물들을 만나는 3단계의 취재를 거쳐 정리하고 소설로 옮기게 된다. 그러므로 취재수첩이 130여 권 되는 것이다.

 

주인공을 기자로 설정했다. 어떤 효과를 노린 것인가?


내가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언론에 대한 이야기가 수필로 나온 적이 있다. ‘신문은 사회의 목탁이다’라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기자는 사회의 등불이고 산소여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굉장히 좋은 말이다. 기자는 그 기준 속에서 모든 분야를 서치라이트가 비치듯 자세히, 구체적으로, 폭넓게 사회를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기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그 인물이 작가가 소망하는 바, 바라고 있는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소망을 담아 썼다. 그가 작가의 바람대로 잘 움직여 주리라 믿고 설정했다. 잘 됐는지는 독자가 판단할 것이다.

 

특정 기업이 연상된다. 작가가 염두에 둔 기업이 있었던 것인가.


소설은 있었던 과거, 있는 현재, 있을 수 있는 미래를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있을 수 있는 일이 반영이 되었고, 그것이 현재를 떠올리게 한다고 본다. 그런 부분은 현실의 재구성으로 받아들여주시고 누구일 것이라는 생각은 그저 미루어 짐작해주길 바란다.

 

소설에서 작가의 바람대로 움직인 주인공과 비교해 현재 언론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천년의 질문』  2권에 보편적 기자들의 행태가 재벌의 기업 비자금을 관리하는 사장에게 보낸 문자의 사례로 표현되어 있다. 기자들이나 신문의 작태에 대해서는 다른 이야기가 워낙 많아서 문자를 보내는 장면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말았다. 그것을 읽어보면 지금 내가 기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기자들이 처한 처지가 무엇인지, 함께 이해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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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생각하기에 국가란 무엇인가?


제일 하고 싶은 말은 마지막에 나오는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이다, 라는 말이다. 이것은 스웨덴 국회의원이 하는 말로 적었지만 나의 말이다. 국가라고 하는 것은 있을 필요가 없는데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종교를 거부할 수 없듯 국가도 거부할 수 없다. 가령 식민지 경험을 한 우리 경우 국가가 정말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권력으로 바뀌어 행사되기 시작할 때 이 세상 모든 권력은 부패, 타락, 횡폭하게 되어 있다. 그것을 막는 것은 그 권력을 만들어준 국민의 의무이며 책임이다. 그런데 국민은 민주주의란 이념 하에 권력자들이 국민이 소망하는 행복한 국가를 만들어 주리라고 신뢰한다. 그것을 끊임없이 배반해온 것이 수천 년에 걸친 권력자들이다. 한편 유럽 여러 나라들은 그나마 인권을 존중하고 복지를 제대로 실시해왔다. 3권에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앞으로 얼마가 걸리든 평화적 혁명을 통해 그렇게 되길 소망한다. 

 

여러분, 작년의 촛불혁명을 언제나 기억하십시오. 뭉쳐진 우리의 힘은 그렇게 막강하고 위대하고 거룩했습니다. 거미줄이 천 겹이면 호랑이도 묶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종이 1,000만 장을 쌓아 놓으면 그 높이가 얼마나 될까요?(중략) 저는 우리 1,000만 명이 ‘너나” 사모’의 이름으로 함께 어깨동무하기를 욕심부리고,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모이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행복한 우리의 나라를 틀림없이 새롭게 이룩해 낼 수 있습니다.(  『천년의 질문』  3권, 380-381쪽)

 

작가의 소설을 남성적 서사라고 평하기도 한다. 이번 작품에도 등장인물이나 서사를 이끄는 인물들이 주로 남성에 국한되어 있지 않나 싶다. 작가의 생각이 궁금하다.


남성 중심적이라고 하는 일방적, 단도직입적 평가가 나는 불편하다. 『태백산맥』  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나? 여섯 명의 그림자가 염상진의 묘에 참배를 한다. 이름이 밝혀진 것은 둘이다. 하대치와 외서댁. 나머지 네 명은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네 명은 남자라고 짐작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남자가 다섯 명이고 여자 한 명일까? 이것은 당시 빨치산의 비율이다. 이것을 규명한 평론가가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고 작가가 이런 의미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기자가 지적한 대로 여성도 똑같이 사회 진출을 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남성과 여성의 비율을 살펴보면 현재 통계와 거의 맞을 것이다. 남자가 많은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 현상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변 출신 여성 변호사를 대표로 설정한 것은 작가가 페미니즘을 이해 못하는 것일까.

 

가장 최근 본 사건 중 제일 가슴 아팠던 사건은?


두 가지다. 남북통일의 기틀이 되고,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할 수 있는 북핵문제가 뒤틀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통일을 위해 앞으로 노력할 70년 세월의 기반이 될 일인데 잘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려가 된다. 둘째는 경제다. 지금 경제가 아주 나쁘다. 한 정권의 탓만이 아니라 국제 정세의 여러 가지가 얽혀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국회를 중심으로 해서 너무 파렴치하고 치졸한 말싸움을 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다. 너무 실망스럽다. 그래선 안 된다. 여야가 똑같이 머리를 맞대고 이 난국을 헤쳐 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그들에게 명당 연간 7억의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그 큰돈을 쓰면서 무엇을 하고 있나. 당리당략을 위해 국민이 절망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이면서 말이다. 빨리 개선되길 바란다.

 

20대에게 물려주고 싶은 사회의 모습은?


소설 후반부에서 언급한, 유럽 몇몇 국가가 만든 인간다운 세상이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되길 바란다.

 

오디오북 작업을 했다. 오디오북을 어떻게 생각하나?


오디오북이 새롭게 인식되는 것은 지금의 20-40세대 같은 젊은 세대다. 우리처럼 늙은 세대에게는 1960-1970년대의 라디오 드라마가 있었다. 성우가 실감나게 목소리로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 추억이 겹쳐 있는 것이 오디오북이다. 출판사가 오디오북을 제안했을 때, 약간 불안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이고, 시대가 바뀌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과거 라디오드라마를 들었을 때의 경험을 상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휴대전화도 없다. 아내의 도움으로 들어봤다. 반응이 괜찮아서 안심하고 있다.

 

등단 후 지금까지 오랜 시간 써왔다. 소회를 들려 달라.


1974년에 『황토』라는 첫 작품집을 냈다. 그 책의 ‘작가의 말’ 마지막 문장이 “한정된 시간을 사는 동안 내가 처한 사회와 상황 삶의 아픔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썼다. 그리고 2008년 12월, ‘태백산맥 문학관’이 개관할 때 육필로 쓴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문장을 새겨 넣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이 정신을 이어가면서 소설을 쓸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글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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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의문은 없는가?


우주에 대한 신비다. 우주란 무엇일까, 지구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그리고 인간의 영혼은 과연 얼마나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내세의 문제가 내게는 의문이다. 이것을 6년 후에 장편으로 쓰기 위해 3년 전부터 집필하고 있다. 3분의 2정도 정리가 됐다. 생명 본질에 대한 궁금증은 죽는 날까지 해결해 갈 것이다. 언제까지 살게 될지 모르지만 문득 죽음이 올 때 편안하게 눈 감기를 소망하면서 작품을 쓰고 있다.

 

방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는 언제까지 쓸 것인가.


이 세상 모든 작가는 두 가지 공통적인 소망과 욕심을 가지고 있다. 첫째, 책상에서 글을 쓰다가 그대로 죽는 것이다. 끝까지 마지막까지 현역으로 남고 싶은 것이겠다. 둘째, 자기가 쓰는 마지막 작품이 자신의 대표작이길 바란다. 그러한 욕심과 욕구가 없다면 창작의 열정이 솟아오를 수 없겠지. 죽을 때까지 쓰고 싶다.


 

 

천년의 질문조정래 저 | 해냄
국가에 소속되어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되물었을 법한 질문인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이고도 치열한 질문에 대한 뜨거운 응답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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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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