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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태우는 새별오름의 매력

제주도민이 가장 많이 찾는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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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고생이 끝나고 뒤를 돌아보면 깜짝 놀랄 풍경이 펼쳐진다. 제주 서부가 모두 내 발아래에 있는 기분이다. 다른 오름과 달리 나무가 없어서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2019. 06.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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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오름은 어디일까?

 

'늦가을 억새꽃이 아름다운 오름, 여유로운 주차장과 수많은 푸드트럭이 상주하는 오름, 제주도민과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오름, 매년 봄이면 오름을 뜨겁게 태우는 들불축제로 유명한 곳'

 

제주 오름을 여러 번 가본 사람이라면 금세 '새별오름'이라 답할 것이다. 나는 여행객으로 제주를 찾았을 때는 물론 제주도민이 된 지금도 이 오름을 가장 자주 오른다. 혼자 가도 좋고, 친구랑 함께 올라도 시간 대비 만족도가 가장 높은 오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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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부터 새별오름은 억새로 만발한다

 

 

제주 서부의 대표 오름 중 하나인 새별오름은 억새로 유명하다. 표고 519m, 비고 119m, 둘레 2,723m, 총면적 522m2의 거대한 오름 전역을 가을철이면 억새꽃으로 가득 뒤덮인다. 억새꽃은 가까이서 보면 옅은 갈색으로 보이지만 태양의 고도에 따라 그 색이 묘하게 변한다. 이른 아침, 해가 뜰 무렵에는 붉은빛에 서서히 물들고, 한낮에는 다양한 농도의 은빛이 시시각각 바뀌며,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면 온통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어디선가 바람이라도 불면 억새꽃 수만 송이가 신나게 군무를 춘다. 그 춤사위가 무척이나 부드럽다. 정상에서 억새 썰매를 타고 주차장까지 쭉 미끄러져 내려올 수 있을 것만 같다. 하나의 오름에서 수많은 억새가 굼실굼실 물결을 친다. 억새는 사람 키를 훌쩍 넘어서 그 속에 들어가면 숨기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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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파른 오르막길에 숨이 턱턱 막힌다

 

 

억새가 없어도 새별오름은 사계절 언제 가도 좋다. 탁 트인 사방의 풍경이 건물에 둘러 쌓여 일하는 도시인들에게 시원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새별오름은 두 갈래의 탐방로를 통해 정상에 이를 수 있다. 어느 길로 가더라도 가파른 오르막을 감수해야 한다. 천천히 올라도 10여분이면 오르막은 끝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이곳은 히말라야보다 더 힘들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숨이 턱턱 막히고, 옷이 땀으로 범벅 된다. 서로서로 손을 잡고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준다. 잠깐의 고생이 끝나고 뒤를 돌아보면 깜짝 놀랄 풍경이 펼쳐진다. 제주 서부가 모두 내 발아래에 있는 기분이다. 다른 오름과 달리 나무가 없어서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나무가 없는 이유가 있다. 매년 3월이면 오름의 절반을 불태우는 들불축제가 열린다. 한 해의 무병장수와 풍년을 기원하며 열리는 제주의 대표적인 행사이다. 캄캄한 밤에 오름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뜨거운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위세가 대단하다. 축제 당일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리는지 '제주도민의 절반이 이곳에 모인 것 같다'라고 얘기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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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막이 끝나면 정상까지는 완만하다

 

 

일단 가파른 오르막이 끝나면 정상까지는 완만한 평지나 다름 없어 한결 여유롭게 정상까지 걸을 수 있다. 정상에 서면 한라산과 그 주변의 또 다른 오름 여러 개가 시야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최적의 석양 감상 지점이다. 극장처럼 알맞은 경사 덕분에 정상 주변에 인파가 몰려도 웬만해서는 앞 사람 머리 때문에 수평선에 접한 태양이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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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막길 중간에 이달봉과 이달이촛대봉이 사이 좋은 형제처럼 보인다

 

 

서북쪽에서 보면 부드럽고 굽이치는 굽부리의 능선 윤곽이 뚜렷하다. 저녁 하늘의 샛별과 같이 외롭게 서 있다 하여 새별오름이라 부른다. 샛별이 보인다면 이미 어둑해졌다는 의미이다. 가파른 길을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조금만 늦으면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 계단에서 구르기 싫으면 어두워지기 전에 미리 내려오거나 헤드랜턴을 준비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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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별오름 정상 너머 한라산과 큰노꼬메 오름이 시야에 들어온다

 

 

별오름은 제주 서쪽에서 가장 눈에 띄는 아름다운 오름이지만,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곳이다. 고려말 최영 장군은 전함 314척, 군사 2만5천여 명의 토벌군을 이끌고 새별오름 들판에서 목호 세력과 치열한 격전을 치뤘다. 평화로 맞은편에 위치한 큰노꼬메오름이나 큰바리메오름 정상에 오르면 새별오름 일대가 훤히 보이는데 수백 년 전 치열했던 전투 장면을 상상하면 오름은 또 다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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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양에 억새가 은빛으로 물들고 있다

 

 

◇ 접근성 ★★★
◇ 난이도 ★★★
◇ 정상 전망 ★★★★

 

 

정상에 가져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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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선물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 저

 

EBS 다큐프라임 <히말라야 커피로드>에 방영되었던 내용을 책으로 자세히 옮겼다. 네팔 히말라야 해발 2000m 아래에서 살아가는 커피 농부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독히도 가난한 히말라야 깊은 산골 마을에서 '커피'가 어떻게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지 담담히 지켜본다.

 

‘커피가 두 번 익으면’ 돌아온다는 남편의 약속. 그 약속이 희망의 주문이 된 걸까. 커피 밭으로 향하는 모녀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모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무기력하던 라디가도 활기를 되찾았고 마니사의 얼굴도 더욱 밝아졌다. 자기보다 키가 더 큰 커피나무를 애지중지 돌보는 마니사. 물도 주고 잡초도 뽑고 심지어는 커피 잎까지 물로 깨끗이 씻어가며 열심히 커피나무들을 보살폈다. 마니사에 이어 아픈 몸을 추스른 라디가도 틈나는 대로 커피 밭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열매들이 늘어가면서 기울어진 나무는 쓰러지지 않도록 받쳐주었고, 수확 전 커피나무가 충분히 물을 머금을 수 있도록 호스까지 동원해 물 주기에도 나섰다. 그렇게 라디가와 마니사는 서서히 치유의 단계로 들어서는 것 같았다. 그들에게 커피는 최고의 치유약이 되었다. ? 본문 중

 

 

찾아가는 방법

 

지도 앱이나 내비게이션에서 '새별오름'으로 검색하면 된다. 제주공항과 중문을 잇는 평화로를 달리다가 새별오름으로 빠지는 길이 있다. 언제나 많은 여행객이 몰리지만, 주차장이 넉넉해서 문제없다. 3월 들불축제 기간에는 일찍 가야 주차를 할 수 있다.


◇ 주소 :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산59-8

 

 

주변에 갈만한 곳

 

*새빌 SAEBIL


그린리조트 호텔을 개조한 카페이다. 먹음직스러운 빵이 많다. 커피 맛은 호불호가 갈린다. 무엇보다 창밖으로 보이는 새별오름 풍경이 압권이다.

 

◇ 주소 : 제주시 애월읍 평화로 1529
◇ 전화 : 064-794-0073

 

 

*나홀로나무


새별오름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이제 고전이 된 영화 <연풍연가>에서 고소영이 장동건에게 추천한 나무이기도 하다. '왕따나무'라고도 부른다. 허허벌판에 나무 한 그루만 서 있다. 사계절 언제 가도 좋다. 사진 찍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요즘엔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소문이 나서 제법 자주 온다.

 

◇ 주소 :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산 30-8

 


* 9.81파크


최근에 개장한 국내 최초 무동력 레이싱 테마파크이다. 9.81park 전용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색다른 레이싱 결과가 체크되고 다른 사람과 경쟁할 수 있다. 연속 3회권을 추천한다.

 

◇ 주소 : 제주시 애월읍 천덕로 880-24
◇ 시간 : 매일 09:30 ~ 18:30
◇ 전화 : 1833-9810
◇ 홈페이지 : //www.981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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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최경진

4년차 제주 이주민이다. 산과 오름을 좋아하여 거의 매일 제주 곳곳을 누빈다. 오름은 100여회 이상, 한라산은 70여회, 네팔 히말라야는 10여회 트레킹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있으며(www.nepaljeju.com), 함덕 부근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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