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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중할 만한, 매트 크기만큼의 세계

반 뼘만큼이라도 성장한 사람이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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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절반가량을 회사에 있다 보면 머릿속 어디선가 ‘[경고] 용량이 부족합니다.’라는 알림이 뜨곤 한다. 그럴 때면 필라테스 동작을 생각하고, 인헤일 – 익스헤일을 반복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2018. 07.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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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비병을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 행복하다

 

 

‘늘 쫓아가기 바쁘고 오른쪽 다린지 왼쪽 다린지 대단히 헷갈리고, 무엇보다 아프다. 온몸이 다. 숨 쉬는 것도 어렵다. 그러니 손을 뻗고 고개를 들고 간신히 균형을 잡는 사이, 적금 만기일이나 보험 납부액 따위를 떠올릴 여유는 없다. 최소한의 것만 받아들이고 사고한다. 겨우 매트 크기만큼의 세계다.’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그렇다. 요즘 내가 빠져있는 세계는 매트 크기만큼의 세계다. 매트의 종류는 많겠으니, 더 자세히 얘기한다면 필라테스 매트(혹은 리포머)만큼의 세계다. 나는 요즘 그 세계 위에서 생각을 잠시 멈추고, 오롯이 땀을 흘리는 일에만 집중한다. 그 세계에서 나는 사은품을 만드는 사람도, 딸도, 친구도 아니고 그저 구호에 맞춰 조금이라도 동작을 만들어 내기 바쁜 ‘회원님’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세계에 열중하는 걸까? 일이 많아야 월급도 계속 받을 수 있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운동도 등록할 수 있으니 일이 없어지는 사태는 좀 천천히 와도 괜찮다. 그러나 하루의 절반가량을 회사에 있다 보면 머릿속 어디선가 ‘[경고] 용량이 부족합니다.’라는 알림이 뜨곤 한다. 업무와 관련된 정보들이 휘몰아치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필라테스 동작을 생각하고, 인헤일 - 익스헤일을 반복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업무의 세계와 멀어지는 방법으로 매트 위의 세계를 택한 것이다.


 물론 내 운동신경이 뛰어나다던가, 신체 구조상 운동이 적합한 몸은 아니다. 저체중에 근육량도 적다. 오른쪽 무릎은 형태학적으로 안쪽으로 말려있다. 다만, 업무와의 세계로부터 빠져 나와 열중할만한 무엇인가를 찾았고 자연스레 헬스장, 수영장, 발레 스튜디오를 거쳐 최종으로 정착한 쉼터가 필라테스다. 유연한 내 장점은 살려주면서 근력은 보강해주는 운동이라 더욱 좋다. 장비병이 도져서 운동복을 입기만 해도 전문가가 된 듯한 내 모습도 마음에 들고 말이다.


운동할 때 나는 어떠한가. 바들바들 떨면서, 힘을 쥐어짜면서 동작을 따라 한다. 힘주면서 동시에 숨 쉬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깨닫는다. 그리고 속으로 수없이 선생님에게 말을 건다. 갈비뼈를 내리고 복근을 위로 올리라고요? 엉덩이는 근육이 있던 곳인가요 선생님? 귀와 어깨가 멀어지라니, 지금 제가 웅크리고 있다고요? 등등. 전신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정말 우스꽝스럽다. 필라테스가 우아한 운동으로 보이는 건 인별그램의 설정사진뿐이다. 땀은 나고, 홍조는 가득하며 표정은 일그러져있다. 동작이 안 되면 헛웃음도 난다. 웃기긴 해도, 안간힘의 날들이 쌓이다 보니 익숙해지는 동작도 생기고 근육통이 없으면 운동한 거 같지 않다고 느끼기도 한다.


열정만 가득한 운동 열등생은 선생님의 구호에 맞추어 다른 회원님들 따라가느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V.A.T를 포함한 견적이 얼마라던가, 내일 미팅이 몇 시더라, 아까 메일에 회신은 했던가 등등의 일과 관련된 기억은 사라진다. 그 덕에 일주일이 꽤나 바쁘다. 운동도 꼬박꼬박 가야 하고(권태로울 땐 등록비를 생각해보시라), 드라마 김비서도 봐야 하고, 친구들도 만나야 하고 권태로울 시간이 없다.


‘요가를 수련하는 데 필요한 유일한 자격은 연습을 좋아하고 가능한 한 매트 위에 자주 서는 것이다.(키노 맥그레거)


내가 요가를 통해 배운 것은 바로 이것이다. 무언가에 헌신하지 않고는 세계를 경험할 수 없다. 매일의 수련을 통해서만 우리는 변화할 수 있다.’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중

 

열중할 만한 세계를 꼭 찾으시라. 나는 필라테스라는 세계에 빠져있지만, 누군가는 수영에 빠질 수도 있고, 아이돌일지도 모르며, 고양이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업무와의 세계로부터 멀어져 일상 자아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는데, 열중하는 세계 속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우리 모두 나만의 세계를 확장해가며 한 뼘은 안되더라도 반 뼘만이라도 성장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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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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