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조세호의 입 : 나그네는 길에서도 (말하기를) 쉬지 않는다

사막을 조금은 더 걸어볼 만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조세호의 말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형편을 짐작해 염려해 주는 조세호 덕분에 사막은 조금은 더 걸어볼 만한 곳이 되었다.(2018. 06. 25)

1.jpg

 

 

오만의 사막을 걷는 KBS <거기가 어딘데??> 탐험대원들에게는 온도계가 두 개 있다. 차태현의 손에 들린 디지털 온ㆍ습도계가 하나, 그리고 조세호의 입이 하나. 자기 전에 2만 단어는 사용해야 비로소 하루를 알차게 산 기분이 든다는 조세호는, 쉬지 않고 이야기를 꺼내며 말의 공백을 채운다. 조세호는 MBC <무한도전>을 통해 안면을 익힌 동생 배정남의 의욕과잉을 받아주고, 맏형 지진희가 목표를 제시할 때마다 큰 목소리로 대답을 해주며 탐험대 전체의 사기를 돋운다. 행여 분위기가 처질세라 끊임없이 말을 거는 조세호가 아니었다면 대원들의 걸음은 한결 더 무거웠으리라. 해서 대원들은 조세호의 입이 잠시라도 쉬고 있으면 걱정부터 한다. 조세호가 지치면 탐험대 전체가 심적으로 지쳤다는 얘기니까. 탐험대장 지진희의 눈이 탐험대가 걷는 물리적 거리를 잰다면, 보건담당 조세호의 입은 탐험대가 겪는 여정의 심리적 온도를 잰다.
 
그가 늘 이처럼 세심한 사람이었던 건 아니다. KBS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 대신맨 시절이나 KBS <웃음충전소> ‘타짱’ 시절, 그는 말보다는 슬랩스틱과 분장으로 상대를 웃기려 무리하는 사람이었다. 무리를 해서 얻은 인기였으니 늘 호오가 갈렸지만, 전성기를 누리던 20대 초반의 사내는 그런 걸 걱정하지 않았다. 걱정은 그 짧았던 전성기가 끝난 뒤에 찾아왔다. 소집해제 후 그는 양배추라는 예명 대신 제 본명을 들고 돌아왔지만, 분장쇼 대신 말로 상대를 웃기는 건 좀처럼 쉽지 않았다. 입담을 증명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말이 꼬이기 일쑤였고, 토크에 과장을 얹거나 습관처럼 성대모사를 꺼내는 패턴은 쉽게 질렸다. 그는 오랜 시행착오 뒤에야 비로소 일단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듣기 시작했다. 상대의 말 속에 이미 웃음을 끌어낼 단초가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다짜고짜 안재욱의 결혼식에 왜 불참했느냐고 묻는 김흥국의 말에, 지극히 상식적인 대답을 내놓으면서 조세호는 비로소 양배추라는 예명 없이 제 이름만으로도 사람을 웃길 수 있게 됐다.
 
체력적으로 최약체인 조세호는 얼핏 탐험대에 짐이 될 것만 같지만, 상대를 걱정하고 세심하게 살피는 그의 면모는 탐험대를 이끄는 또 다른 동력이 된다. 그는 배정남에게 짚고 갈 만한 나무 막대기를 찾아주려 사막 한 가운데 버려진 나무 더미들을 뒤지고,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에서 어떻게 풀이 피어 올랐는지 궁금하다며 걷다 말고 풀뿌리를 파는 배정남을 위해 함께 모래를 퍼낸다. 혼자서 앞장서서 가는 지진희를 믿으면서도 “그래도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하루치의 여정이 끝날 때면 동행해 준 베두인 가이드에게 제일 먼저 고생했다고 말한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형편을 짐작해 염려해 주는 조세호 덕분에 사막은 조금은 더 걸어볼 만한 곳이 되었다. 결국, 길은 어떤 사람과 함께 걷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승한(TV 칼럼니스트)

TV를 보고 글을 썼습니다. 한때 '땡땡'이란 이름으로 <채널예스>에서 첫 칼럼인 '땡땡의 요주의 인물'을 연재했고, <텐아시아>와 <한겨레>, <시사인> 등에 글을 썼습니다. 고향에 돌아오니 좋네요.

오늘의 책

평양 사람이 전하는 지금 평양 풍경

재건축 아파트는 가격이 훌쩍 뛴다. 부자들은 아파트를 사서 전세나 월세를 놓는다. 어른들은 저녁에 치맥을 시켜 먹고, 학생들은 근처 PC방에서 게임을 한다. 사교육은 필수, 학부모 극성은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된다. 서울의 풍경이 아니라 지금 평양의 모습이다.

작품과 세상을 잇는 성실하고 아름다운 가교

『느낌의 공동체』에 이어지는 신형철의 두 번째 산문집. 평론가로서 작품과 세상 사이에 가교를 놓고자 했던 그의 성실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글을 묶었다. 문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정확한" 시선이 담긴 멋진 문장을 읽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책.

꼬리에 꼬리를 무는 존 버닝햄의 엉뚱한 질문들

“예의 바른 쥐와 심술궂은 고양이 중 누구에게 요리를 대접하고 싶어?” 엉뚱한 질문들을 따라 읽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그림책에 흠뻑 빠져들어요. 끝없이 펼쳐진 상상의 세계로 독자를 이끄는 존 버닝햄의 초대장을 지금, 열어 보세요.

세계를 뒤흔들 중국발 경제위기가 다가온다!

텅 빈 유령 도시, 좀비 상태의 국영 기업. 낭비와 부패, 투기 거품과 비효율, 대규모 부채, 미국과의 무역 전쟁까지. 10년간 중국에서 경제 전문 언론인으로 활약한 저자가 고발하는 세계 2위 중국 경제의 기적, 그 화려한 신기루 뒤에 가려진 어두운 민낯과 다가올 위기.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