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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가기 전에, 세계를 읽다] 궁금했던 그 문화 이야기 - 이탈리아 편

맛있는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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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가지에서 출간하는 <세계를 읽다> 시리즈는 장소보다는 사람, 그리고 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본격적인 세계문화 안내서다. 그곳에서 직접 살아보며 문화적으로 적응하는 기쁨과 위험을 몸소 겪었던 저자들이 이방인의 눈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현지인의 생활문화, 관습과 예법들을 쉽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 연재 칼럼에서는 매주 한 나라의 책에서 한두 가지 주제를 선정해 여행자들이 궁금해할 법한 그 문화 이야기를 속 깊게 들려주려 한다. (2018. 0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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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아르노 강 위에 있는 아름다운 아치형 다리, 폰테베키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퇴각하면서 아르노 강에서 유일하게 파괴하지 않고 남겨놓은 다리라고 한다. ⓒ Shutterstock

 

 

맛있는 이탈리아. 지역별로 알고 맛보기

 

이탈리아 음식은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추운 겨울 뜨끈한 미네스트로네(minestrone. 파스타를 넣은 야채 스프의 일종) 한 그릇이나 파마산 치즈 향이 풍기는 볼로녜세 스파게티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파스타와 피자의 명성 덕분에 이탈리아인은 매일 마카로니와 송아지고기, 토마토, 올리브 오일을 먹고, 짚으로 감싼 피아스코 병의 키안티 와인만 마시며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탈리아 호텔업계도 굳이 이런 환상을 깨뜨리려 하지 않았다. 관광객이 몰려오는 식당에서는 오히려 그런 식사를 권장하기도 한다. 그 편이 더 수익이 나기 때문이다.


‘세계적’이라고 알려진 이런 종류의 음식과 진짜 이탈리아 음식과의 관계는 ‘피진 이탈리아어’(중세 때 십자군과 상인들이 남부 프랑스어와 이탈리아를 섞어 지중해 연안에서 발달시킨 언어)와 단테의 언어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이탈리아인들이 베네치아, 피렌체, 밀라노, 나폴리 등의 각 지역 요리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은 중국인들이 광둥어과 쓰촨어, 하카어와 대만어를 구분해 별개로 간주하는 것과 비슷하다. 수세기에 걸쳐 이탈리아 각 지역과 도시에서 고유한 식문화가 발전했다. 미묘한 차이를 가진 이들 문화가 모여 이탈리아 맛의 특징을 이루는 것은 식습관과 재료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음식들은 모두 개성이 있다. 이를 두고 “프랑스인이 전문가처럼 요리하는 아마추어라면 이탈리아인은 아마추어처럼 요리하는 전문가들”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다. 이탈리아의 미식가 엔리코 갈로치는 “프랑스에서 베어네이즈 소스를 주문하면 200개 식당에서 200번 똑같은 소스가 나온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볼로녜세 소스를 주문하면 200개 식당에서 서로 다른 200가지 맛의 라구(고기 소스)를 맛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다양성이야말로 이탈리아 문화의 일부이자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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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에몬테의 가정에서 흔히 만들어 먹는 핸드메이드 파스타의 일종인 뇨키. ⓒ Shutterstock

 

 

토리노 / 피에몬테 지역


프랑스와 국경을 사이에 둔 피에몬테 지역은 인접한 사부아 지역의 영향력이 요리에도 나타난다. 산악 지대에는 최근까지도 오븐이 없는 집이 많았으므로 주로 프라이팬을 이용하거나 끓이는 방식을 이용했다. 이런 이유로 바냐카우다(bagnacauda. ‘뜨거운 목욕’이라는 뜻)라고 하는, 말 그대로 열탕 요리가 탄생했다. 소스는 올리브 오일, 버터, 마늘, 다진 안초비, 얇게 저민 화이트 트뤼플 버섯으로 만든다. 개인용 화로에 소스가 담긴 작은 볼을 얹어두고 함께 나온 여러 가지 생야채를 찍어먹는 요리다.

 

아뇰로티(agnolotti. 라비올리의 일종으로, 납작한 반죽 안에 다진 송아지고기와 햄, 향신료로 속을 채운 파스타)는 이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파스타다. 닭고기 육수에 요리해 닭 간과 함께 내는 탈리아텔레 파스타도 그에 버금간다. 폴렌타(polenta. 옥수수 가루를 풀어 죽처럼 만든 수프)와 세몰리나 뇨키(파스타용 밀가루인 세몰리나로 만든 수제비 같은 파스타)도 많이 먹는데 모두 피에몬테에서 처음 유래된 요리라고 한다.

 

 

밀라노 / 롬바르디아 지역


롬바르디아 주에서는 거의 모든 요리에 버터를 사용하며 치즈가 주요 생산품 가운데 하나다. 고르곤졸라, 벨 파에세, 마스카르포네, 탈레조, 로비올라 치즈 등이 생산되며, 파마산 치즈도 정작 파르마 지역보다 롬바르디아에서 더 많은 양을 생산한다. 밀라노에는 세계 최고의 치즈 가게인 라 카사 델 포르마조(a Casa del Formaggio)가 있다. 100년 전부터 문을 연 이 가게는 수백 종의 다양한 치즈와 치즈 케이크 등을 팔고 있다. 밀라노는 음식에 관해서 늘 호사스러운 태도를 가져왔는데, 한때는 자기만의 빵이나 와인을 만드는 사람만 공무원으로 뽑는 규정을 둔 적도 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음식에 대한 밀라노인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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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리아텔레 파스타 면으로 만든 요리. ⓒ Shutterstock

 

 

볼로냐 / 에밀리아로마냐 지역


에밀리아로마냐는 인적인 드문 언덕 지대와 단 한 뼘의 땅도 그냥 놀리지 않는 조밀한 평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돼지와 밀, 과일과 야채, 심지어 생선의 고장이라 할 만큼 식재료가 풍부한 덕분에 이탈리아 미식의 중심지가 되었다. 파르마는 햄과 치즈로 유명하고, 모데나는 족발에 속을 채운 잠포네(ampone)와 체리, 복숭아, 마카롱 등이 유명하다. 라벤나는 해산물 요리로 유명하다.


가장 대표적인 도시는 볼로냐다. 파스타와 모르타델라(mortadella) 햄이 유명한데, 영국의 시인 겸 비평가였던 이디스 시트웰이 말했듯이 미국에서 볼로냐의 모르타델라를 본떠 만든 발로니 소시지는 그야말로 엉터리다. 볼로냐의 3대 파스타 별미는 루크레치아 보르자(르네상스 시대 교황의 폭압 정치와 성적 타락을 상징하는 인물로, 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외동딸이자 체사레 보자르의 누이였다)의 금발을 기념해 만들었다는 탈리아텔레, 비너스의 배꼽처럼 생겼다는 토르텔리니, 그리고 로마인들이 라가눔(laganum)이라고 불렀던 라자냐다. 물론 볼로냐에는 더 많은 종류의 파스타가 있다. 한 요리 전문가는 600개 이상의 파스타 종류를 리스트로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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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이 풍부한 베네치아에서는 파스타나 피자보다 생선과 쌀을 재료로 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 Shutterstock

 

 

베네치아 / 베네토 지역


베네치아는 밀라노와 마찬가지로 파스타보다 쌀을 더 좋아한다. 쌀과 생 완두콩으로 간단하게 만든 리시 에 비시(risi e bisi)는 베네토 지방의 가장 오래된 별미 가운데 하나다. 또 고기보다 해산물을 선호하는 베네치아에는 쌀과 생선을 재료로 한 요리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 장어, 서대기, 생 안초비, 바닷가재, 새우, 홍합, 심지어 굴과 함께 쌀을 요리해서 낸다. 색이나 강한 비린내에 미리 식욕을 잃지만 않는다면 오징어 먹물로 지은 검정 쌀밥도 맛있는 요리다. 리소토는 소의 내장, 닭의 간, 개구리 다리, 메추라기 등으로도 만든다. 정육점에서 남은 고기로 만든 리소토 디 세콜리(risotto di secoli)는 전채요리로 먹는다.

 

 

제노바 / 리구리아 지역


리구리아에서는 이 지역의 따뜻한 햇살 아래 자라는 모든 재료를 음식에 이용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요리는 제노바의 선원들이 만든 것으로, 늘 신선한 음식을 그리워했던 그들의 기호에 맞게 만들어졌다. 페스토 소스에 들어가는 바질처럼 향이 좋은 허브와, 남은 재료들로 속을 채울 수 있는 라비올리를 많이 사용했다. 제노바 사람들은 페스토 소스를 예찬하며 온갖 재료들로 소를 넣은 요리를 좋아한다. 해산물이나 심지어 과일로 속을 채운 라비올리도 찾아볼 수 있다. 내장으로 만든 스비라(sbirra)처럼 진한 수프와 이 지역 특유의 생선 스튜 부리다(burrida)처럼 걸쭉한 수프를 좋아한다. 리구리아의 질 좋은 올리브 오일 덕분에 고기는 대부분 기름에 튀기는 조리법을 사용한다.

 

 

피렌체 / 토스카나 지역


토스카나는 여러 가지 맛의 조화와 대조적 질감을 가진 소박한 요리들로 잘 알려져 있다. 열렬한 고기 애호가들이 사는 토스카나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는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bistecca alla fiorentina. ‘피렌체 방식의 비프스테이크’라는 뜻)로, 키아나 계곡에서 자란 소고기를 약간의 기름과 후추를 곁들여 장작불에 구운 부드러운 티본스테이크다. 원래 ‘알라 피오렌티나’가 의미하는 피렌체 스타일은 보통 시금치가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여기에서는 전혀 다른 뜻을 가지므로 이름에 속아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페가텔리 알라 피오렌티나(fegatelli alla fiorentina)는 다진 돼지 간에 회향을 곁들인 요리다. 리소토는 닭 내장을 넣은 미트 소스로 요리하고 추파 디 파졸리(zuppa di fagioli. 하얀 콩 수프)는 양파, 마늘, 토마토 소스로 만드는데 모두 토스카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나폴리 / 캄파냐 지역


캄파냐는 곧 나폴리 음식을 뜻하고, 나폴리 하면 토마토가 떠오른다. 로마 시대부터 나폴리에서는 마카로니나 피자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오래 전에는 속이 빈 원통형의 길쭉한 파스타 지티(ziti)를 빨랫감과 함께 풍차 날개에 널어서 말리곤 했다. 다 마른 파스타는 작은 조각으로 잘라서 알덴테(al dente), 즉 씹었을 때 적당하게 씹히는 정도로 익힌다. 어느 곳에서보다 씹는 맛이 살아 있는 이 파스타는 살짝 익힌 생 토마토를 곁들여 먹는다. 어쩌면 가장 오래된 패스트푸드라 할 수 있는 피자가 맨 처음 만들어진 곳도 나폴리의 거리였다. 원래 피자는 토마토와 마늘처럼 간단한 토핑을 사용했다. 마리나라(marinara)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해산물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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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카페는 가족 또는 친구들이 모여 함께 먹고 마시고 카드 게임을 즐기기도 하는 등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 Shutterstock

 

 

로마 / 라치오 지역


미식가들은 로마의 요리가 곧 고대 에트루리아인의 요리라고 말한다. 토스카나 음식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더 생동감이 넘치는 것이 특색이다. 로마라는 도시의 열정과 세속성이 요리에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강한 맛으로 가득한 로마 음식은 기름지고 양도 많은 편이다. 쇠꼬챙이에 통째로 구운 새끼돼지 요리, 포르케타가 로마의 대표적인 음식인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심장, 내장, 꼬리, 고환 할 것 없이 정육점의 남은 고기들로 만드는 요리들도 역시 유명하다.


이 글을 쓴 레이먼드 플라워(Raymond Flower)는 영국 모들린 대학과 옥스퍼드를 졸업했고 30여 권의 책을 집필한 작가다. 한때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이자 카레이서, 자동차 제작자로 활동했으며 지금은 이탈리아와 동남아시아를 오가며 살고 있다. 공저자인 알레산드로 팔라시(Alessandro Falassi)는 중세 때부터 키안티와 시에나에 거주한 유서 깊은 가문의 출신이다. 피렌체와 파리, 이후에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등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이탈리아와 미국을 오가며 인류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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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도서출판 가지

<세계를 읽다> 시리즈는 장소보다는 사람, 그리고 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본격적인 세계문화 안내서다. 그곳에서 직접 살아보며 문화적으로 적응하는 기쁨과 위험을 몸소 겪었던 저자들이 이방인의 눈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현지인의 생활문화, 관습과 예법들을 쉽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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