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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 전성시대,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

제대로 된 식기를 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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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는 제품은 이딸라(Iittala)의 떼마(Teema)라인과 아라비아 핀란드(Arabia Finland)의 24h 기본 라인이다. (2018. 0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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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비아핀란드

 


요즘 배달 음식업계의 모토는 우리 시절의 군대 구호처럼 느껴진다. ‘안 되는 게 어딨어?’ 우리가 배달의 민족이라곤 하지만 지난 십 수 년 간 배달 음식으로 성장해온 건 중국집, 치킨, 피자 등 몇 가지 특성화 품종이었다. 그런데 IT기술의 발달과 가성비(요리를 하는 시간과 정성과 쇼핑과 보관과 음식물 쓰레기 발생 등을 비용으로 친다)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세상의 모든 음식을 현관에서 넘겨받는 시대가 됐다. 혼자서는 참을 도리밖에 없던 삼겹살 구이를 집에서 그것도 찌개와 함께 쌈 싸 먹을 수 있는 세상에 우린 지금 살아가고 있다.

 

물론, 배달 음식이 권장할만한 식문화는 아니다. 대중적인 입맛을 내세우는 음식들이 갖는 과도한 염분 섭취와 같은 영양상의 문제나 포장용기와 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소비, 미세 플라스틱 및 비닐 남용과 같은 문제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삶의 질을 고민하고 함께 사는 울타리를 소중히 여기는 북유럽 사람들이나, 윌리엄스버그와 포틀랜드, 일본의 힙스터들처럼 남다른 취향을 내세우는 사람들, ‘똑순이’ 주부처럼 살림에 의지와 자부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배달 음식을 배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배달 음식을 주로 먹으면서도 일상의 여유와 품격을 지키고 취향을 다질 길이 하나 있다. 제대로 된 식기에 어느 정도 가치 투자를 하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배달하거나 테이크아웃한 음식을 포장용기 채로 비닐만 대충 벗기고 그냥 먹곤 한다. 음식에 대한 예의도, 일상을 영위하는 삶의 자세 차원에서도 모두 불량스런 태도다. 오븐에서 몇 시간이나 정성들여 요리한 음식을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그릇에 비닐 덕지덕지 붙은 상태로 내놓진 않지 않나? 맛있게 즐기고 싶은 만큼 배달 음식도 소중히 대해야 한다. 그 첫걸음이 제대로 된 식기에 플레이팅해서 먹는 거다. 비록 손수 한 요리가 아니더라도, 알맞은 그릇에 예쁘게 옮겨 담는 것만으로도 행복과 미각은 몇 배나 상승한다. 호프집에서 반조리 식품을 데워서 적당히 담아 내놓고 원가의 몇 배나 높은 가격을 받는 건 단순히 자릿세의 의미가 아니다.

 

회를 공수해오든, 튀김을 버무린 떡볶이를 사오든 알맞은 그릇을 꺼내고, 앞 접시와 수저를 사용해 덜어먹는 습관을 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단, 피자는 예외로 한다). 배달 음식을 그 용기 그대로 컴퓨터 책상에 깔아놓고, 일회용 플라스틱 수저로 떠 먹는 장면만큼 이 세상과 자신의 삶 모두를 방기하는 결정적인 순간 포착도 없다. 설거지도 핑계가 되지 못한다. 일상을 소중히 생각해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하루하루 매일같이 반복되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면, 귀찮음 정도는 고려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다 실질적인 이유도 있다. 접시를 옮겨 담으면 포장용기에서 나오는 환경 호르몬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고, 일회용 수저를 쓰지 않는 건 배달음식을 시키면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 보호다.

 

그러니 자기만의 공간을 꾸렸다면, 심지어 주방이 없는 단칸방에 살더라도 식기와 커트러리 만큼은 꼭 갖추길 권한다. 아무리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고 해도 세라믹 재질의 파스타볼은 미니멀에 속하는 최소한의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만약 조금 더 마음을 열 의향이 있다면 대략 지름 23센티미터의 중간 크기 접시와 15센티미터의 디저트 접시 각각 2장씩도 갖추길 권한다. 회를 즐겨먹는다면 타원형 접시도 꼭 필요하겠다. 파스타 면기는 각종 볶음밥, 덮밥류에 대응할 수 있고, 유사시 라면이나 떡볶이, 통닭 그릇으로 동,서양식의 상관없이 대부분의 한 그릇 요리에 활용 가능하다. 디저트 접시는 앞 접시나 반찬 그릇 대용으로 쓸 수 있고, 식빵과 잼, 계란 요리를 얹으면 꽉 차는 중간 크기의 접시는 오므라이스, 팬케이크는 물론 손님이 왔을 때 내어놓을 과일 및 다과 접시로 전천후다. 대식가들에겐 좀 작다고 여길 수 있는데 덕분에 폭식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으니 좋게 생각하자.

 

 

이딸라 공식 홈페이지4.jpg

          이딸라

 

 

추천하는 제품은 이딸라(Iittala)의 떼마(Teema)라인과 아라비아 핀란드(Arabia Finland)의 24h 기본 라인이다. 유럽과 미국 FDA에 승인받은 친환경 재료로 만든 세라믹 제품군으로 오븐, 냉동,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모두 사용이 가능하며 설거지도 쉽고 내구성이 훌륭하다. 특히 테마 라인은 적은 공간에도 잘 수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고 모던한 디자인은 절대로 튀지 않으면서 식탁의 품위를 높여준다. 실제로 이딸라는 자신들의 디자인 철학을 아름다우면서 내구성이 좋은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불어 넣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배달음식의 품격 높이기에 제격이다.

 

그런데 이딸라와 아라비아라니, 너무 뻔해서 시시하단 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핀란드의 테이블웨어 브랜드인 이딸라는 1881년에, 아라비아는 1873년에 문을 열었다. 워낙에 역사도 깊고, 그간 배출한 걸작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빈티지 제품들은 전 세계 수집가들 사이에서 여전히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이제는 취향이라 언급하기 애매할 정도로 너무 유명해졌다. 그런데 떼마나 24h 기본 라인은 유명 찻집이나 일본 영화에서 봄직한 수집욕을 불러일으키는 빈티지 제품이나 희귀본이 아니다. 아무런 장식이나 기교가 들어가지 않은 가장 심플하고 모던한 일상적인 디자인으로, 스칸디나비아디자인센터 등에서 직구를 하거나 백화점, 인터넷 쇼핑 등으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군 중 하나다.

 

각진 떼마와 둥근 24h의 연결고리는 디자이너의 디자인 철학에 있다. 둘 다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디자인, 실생활에 유용한 일상성과 기능성을 가장 강조하고 있는 실용 라인이다. 핀란드 디자인이 다른 북유럽 브랜드와 구분되는 특징이 일상을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의식과, 모든 이를 위한 ‘평등한 접근’이란 출발 지점이라고 한다. 북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왕정 시대를 겪지 않은 역사적 배경 덕이다. 핀란드 디자인의 양심이라 불리는 카이 프랑크가 떼마 라인을 만든 이유도 누구나 일상에서 실제로 유용하게 쓰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테이블웨어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무광의 단순함이 매력인 24h를 만든 헤이키 오르블라는 카이 프랑크의 철학을 잇는 후계자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그러니 비싸다는 생각만 하지 말고 일상을 윤택하게 해줄 도구로 그릇을 바라보자. 반세기도 훨씬 이전부터 일상의 중요성과 행복을 깨달은 인생 선배들의 지혜는 부지런히 옮겨 담을 필요가 있다. 생산기지를 태국으로 옮긴 후에는 세일도 자주하고 프로모션도 적잖게 진행된다. 긴 세월 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두 회사가 지금 핫트렉스에서도 절찬리 판매중인 핀란드의 가위 회사이자 대기업인 피스카스 그룹 산하에 속하면서(우리가 아는 수많은 북유럽 라이프스타일, 테이블웨어 브랜드의 다수가 이 그룹 소속이다) 벌어진 변화다. 혹시나 북유럽 감성이 조금 지겹다면 영롱한 무채색이 매력적인 샌프란시스코산 히스 세라믹(Heath Ceramics)의 세계로 안내하고 싶다.

 

참고로, 커트러리는 수저, 양식기(스푼, 포크, 나이프), 디저트 포크와 스푼, 각각 2세트씩이 1인 가구의 기본 구성이다. 간혹 디저트 포크와 스푼을 선택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거인족 흉내도 아니고 케이크를 큼지막한 포크로 베어 먹고 머그잔에 거대한 밥숟가락이 들어가 있는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만으로도 당이 당길 정도로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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