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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가기 전에, 세계를 읽다] 궁금했던 그 문화 이야기 - 터키 편

잘 알려지지 않은 터키 전통예술, 춤과 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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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가지에서 출간하는 <세계를 읽다> 시리즈는 장소보다는 사람, 그리고 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본격적인 세계문화 안내서다. 그곳에서 직접 살아보며 문화적으로 적응하는 기쁨과 위험을 몸소 겪었던 저자들이 이방인의 눈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현지인의 생활문화, 관습과 예법들을 쉽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 연재 칼럼에서는 매주 한 나라의 책에서 한두 가지 주제를 선정해 여행자들이 궁금해할 법한 그 문화 이야기를 속 깊게 들려주려고 한다. (2018. 0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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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 건축의 정점을 보여주는 쉴레이마니예 사원. 돔형 지붕, 타일 첨탑, 문양을 새겨 넣은 대리석 벽감 등 오스만 스타일의 고유한 건축미를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표본이다. @Imagetoday

 

 

잘 알려지지 않은 터키 전통예술, 춤과 음악 이야기

 

터키는 북반구에서 적도와 북극의 딱 중간 지점이자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국토의 형태는 거의 직사각형이며 면적은 78만 3562평방킬로미터다. 국토의 대부분은 아시아에 속해 있지만 일부는 유럽 대륙에 닿아 있다. 삼면이 바다(북쪽으로 흑해, 서쪽으로 에게 해, 남쪽으로 지중해)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자그마치 일곱 나라(유럽 쪽으로 그리스와 불가리아, 아시아 쪽으로 조지아, 아르메니아, 이란, 이라크, 시리아)와 접경했을 만큼 내륙 지역도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터키인들의 예술적 취향에는 그들의 선조가 지나온 모든 흔적, 즉 중앙아시아의 유산과 비잔틴 제국의 영향, 그리고 서방으로 이주한 후 받아들인 이슬람교의 영향이 혼재돼 있다. 여기에 19세기 말의 문학에서 볼 수 있듯 지난 200년간 유럽 세계에 편입하려는 노력과 서구 예술 사조를 따르려는 경향도 결합되었다. 구체적인 형식에 따라 비중은 다르지만 모든 예술에 이런 요소가 접목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예술양식인 춤을 통해 터키의 정신을 느껴보자.

 

터키의 춤


터키 하면 떠오르는 춤이 벨리댄스밖에 없다면 자, 놀랄 준비들 하시라! 일단 벨리댄스는 터키에서 유래한 춤도 중동에서 유래한 춤도 아닌 스페인 춤이며, 15세기 후반 스페인에서 터키로 이주했던 유대인을 통해 전파되었다. 신을 위해 춤춘다는 ‘소용돌이치는 탁발수도승’이라는 뜻의 ‘훨링 더비쉬’에 대해 들어보았는가? 세계에서 가장 큰 야회 디스코장이 에게 해 해안의 휴양지 보드룸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앙카라에 국립음악연극학교 소속의 발레 학교가 있으며 1947년에 제1기 학생들이 유명한 안무가이자 영국왕립발레단의 창시자인 니네트 드 발루아 여사의 지도를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렇듯 터키 땅에는 많은 춤이 존재하며 대부분 벨리댄스와는 거의 무관하다. 전통적으로 이슬람교는 음악과 춤을 금기시하지만 오늘날 터키 도시 지역에 가보면 춤과 노래의 측면에서 종교적으로 억압된 나라의 면모는 전혀 찾을 수 없다.

 

신성한 춤


지금의 터키로 이주하기 전 중앙아시아에 살던 시절에 터키인들은 춤을 초자연적 상태에 이르는 수단으로 여기는 샤머니즘을 믿었다. 이슬람교로 개종한 이후, 이슬람교가 춤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 춤의 전통을 이어갔고 다만 춤에 부여하는 의미만 달라졌다. 춤은 신성한 의미를 부여받아 신과 만나는 희열을 상징하는 움직임이 된 것이다. 여기에서 다양한 탁발수도승 교단이 탄생하는데 그 중 하나가 메블레비 교단이다.


메블레비 탁발수도승 또는 소용돌이치는 탁발수도승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13세기에 위대한 시인이자 신비주의자인 메블라나 젤라레딘 루미가 교단을 처음 설립했던 코니아에서 여전히 의식을 행하고 있다. 이들은 관광객과 관심 있는 터키인들을 위해 1년에 한 번 강당에서 공연을 펼친다. 그들이 춤추는 모습은 행성계와 비슷하다. 신과의 영적 사랑과 소통의 환희 속에서 신비주의적인 음악에 맞춰 몇 시간씩 궤도를 빙글빙글 도는 것이다. 그렇게 돌면서 한쪽 팔은 위를 가리키는 반면 다른 한 팔은 아래를 가리킨다. 이는 한 손으로는 신에게 이르고 다른 손으로는 신에게 받은 사랑을 땅에 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기다란 원뿔형 모자를 쓰고 하얀 예복을 입는다. 탁발수도승이 흰 예복 자락을 우아하게 휘날리며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빙글빙글 도는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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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사랑하는 터키인들은 그것을 종교의식으로까지 승화시켰다. 이슬람의 한 종파인 메블레비 교단은 하얀 예복에 원뿔형 모자를 쓰고 행성계 같은 궤도를 빙글빙글 돌면서 신과 영적으로 소통하는 의식을 치른다. 1년에 한 번 코니아 지역의 메블라나 축제에서 ‘소용돌이치는 탁발수도승’의 춤을 볼 수 있다. @Imagetoday

 

 

포크댄스


과거에 춤에 대한 이슬람교의 금욕주의적 태도가 도시 사람들에게는 영향을 미쳤을지 모르지만 시골 부락민에게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했다. 그들은 여전히 고유한 민족적 특성과 함께 춤추는 문화를 유지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주된 이유는 부락들이 수 세기 동안 다른 세상과 단절돼 있어서 정통 이슬람교도들이 주도하는 도시 교육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출생과 할례, 결혼, 제대, 출옥 등과 같은 다양한 상황에서 거의 항상 혼자 춤추지 않고 집단으로 춤춘다. 또한 명절이나 축제, 세시풍속, 예식과 관련된 춤들도 있다.

 

부락들이 서로 고립되어 있는 탓에 딱히 전형적인 터키의 전통 춤이라고 말할 만한 것은 없으며 지역마다 다른 지역과는 다른 고유한 포크댄스가 존재한다. 터키 서부는 제이벡 단스(zeybek dansı)가 특징이다. 마치 땅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듯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천천히 돌다가 한쪽 무릎을 땅에 살짝 대는 춤이다. 처음에는 팔을 옆구리 근처에 두었다가 나중에는 어깨 높이로 올리며 동시에 손가락을 튕긴다. 남자들만 추는 엄숙한 춤이기도 하다.


할라이 단스(Halay dansı)는 아나톨리아 남동부에서 추는 춤이다. 사람들이 일렬로, 또는 반원형으로 서서 서로의 손이나 어깨를 붙잡는다. 한 명이 지도자 역할을 맡아 스텝을 조절해 자신이 선택한 방향으로 무리를 이끈다.

 

아나톨리아 중부에서 나온 춤 중에는 숟가락 춤이라고 하는 카쉬크 오유누(ka?ik oyunu)도 있다. 사람들이 나무 숟가락을 양 손에 두 개씩 쥐고 마치 스페인 사람들이 캐스터네츠를 연주하듯 숟가락을 부딪쳐 딱딱 소리를 낸다.

 

호론 단스(Horon dansı)는 터키 북부와 흑해 연안에서 유래한 춤이다. 이 춤은 빠르고 긴장된 움직임들과 마치 물에서 나오는 물고기처럼 전신을 부르르 떠는 동작으로 이루어진다. 이 지역 거주자들이 대부분 어부나 선원이기 때문에 참으로 적절한 동작이라 하겠다.

 

가장 낭만적인 포크댄스는 터키 남부의 차이다 츠라 단스(?ayda ?ıra dansı)다. ‘들판에서 불 밝히는 사람들의 춤’이라는 뜻을 가진 이 춤은 여자들만 추는 춤으로, 모두 쟁반 위의 촛불을 들고 춤을 춘다. 주로 결혼식 전날 신부의 집에서 신부의 앞날을 축복하기 위해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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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전형적인 주택가 풍경. 좁은 골목길에 차도 다니고 손수레도 다니고 아이들도 길고양이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Imagetoday

 

 

터키의 음악


18세기의 여행가 아론 힐은 이렇게 썼다. “누구든 터키 땅을 여행하다 보면 반나절도 못 돼서 수염을 길게 기른 준엄한 이슬람교도가 커다란 참나무나 사이프러스 나무 아래 다리를 꼬고 앉아 단조로운 기타 가락을 튕기며 자기만족에 빠져 구슬픈 노래를 읊조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동안 그의 불쌍한 말은 좀 더 실질적인 만족을 찾아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다.”

 

그 구슬픈 노래를 누구나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터키 음악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헝가리 작곡가 벨라 바르토크는 터키 민속음악이 자신이 아는 어떤 음악보다 풍요로운 음악이라고 밝혔다. 풍요롭지만 익명성 속에 묻혀있는 음악. 터키 음유시인들은 수세기 동안 길쭉한 손잡이가 달린 3현 악기 사즈(saz) 하나만 들고 이곳 저곳을 방랑하며 우연히 만난 관중 앞에서 즉흥적으로 만든 노래를 불렀다.

 

음악의 종류


터키 고전 음악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만들어진 지적이고 의식적인 음악의 유형으로, 주로 오스만 제국 시대에 궁전과 대도시에서 듣던 것이다. 당시 사용했던 악기 중에 우드(ud)라는 것이 있다. 십자군이 돌아갈 때 이 악기를 가져가면서 ‘루드’라고 불렀고 이것이 다시 루트가 되었다. 그러니까 루트는 ‘다이븐’이라고 불리는 소파 침대와 튤립, 체리, 앙고라 울과 아울러 터키의 유산인 것이다.

 

터키 젊은이들은 대부분 터키 대중음악을 듣는데, 분위기는 동양적이지만 템포와 사용하는 악기는 유럽적이다. 특히 여름에는 시장에서건 식당에서건 버스에서건 이스탄불의 여객선 안에서건, 테이프에 녹음된 중저음의 여자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진다. 겨울에는 젊은 운전자가 터키 대중음악을 쿵쿵 울리며 지나갈 때마다 도로 아스팔트가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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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루스 산맥 북쪽의 고원지대에 있는 카파도키아. ‘요정의 굴뚝’이라 불리는 기암괴석들과 함께 천연 동굴이 많아 과거에 기독교인들이 은신처이자 기도처로 즐겨 사용했다. 지금은 동굴 탐사 및 열기구 관광으로 인기 있는 여행 명소가 되었다. @Imagetoday

 

 

오스만 시절 친위보병 예니체리가 연주하던 메흐테르 음악은 과거의 영광을 기념하는 용도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특수 수레에 장착한 대형 드럼을 포함해 66개의 악기로 구성된 메흐테르 군악대는 행진하는 터키군의 선두에서 사기를 북돋고 적군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한번은 영국에서 어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점심을 먹으며 동양 음악과 서양 음악 중 어떤 것이 더 좋은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어리석은 광경을 본 적이 있다. 국적을 알 수 없지만 편협하게 유럽적 관점만을 고집하던 한 학생이 터키 학생에게 말했다. “우리에겐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 등이 있어. 너희에겐 누가 있지?” 터키 학생은 상대 학생이 언급한 명망 있는 음악가들에 필적할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해 당황한 눈치였다. 아마도 그는 가장 훌륭한 터키 음악가는 익명의 음유시인이라는 사실과 터키 메흐테르 음악이 하이든의 <군대교향곡>과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과 <터키 바이올린 협주곡>, <후궁탈출>, 그리고 베토벤의 <9번 교향곡>에 영향을 줄 만큼 훌륭한 음악이었다는 사실을 몰랐거나 기억해내지 못한 것 같다.


이 글을 쓴 아른 바이락타롤루(Arın Bayraktaroglu)는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강사와 조교수로 오랫동안 일했으며 1982년부터 지금까지 캠브리지 어학원 원장을 맡고 있다. 전문 분야는 민속방법론과 대화 분석으로, 학술지에 글을 발표했을 뿐 아니라 터키어 및 터키 문화에 관련한 저서를 여러 권 썼다. 영국인인 그녀는 지금도 터키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매년 상당한 시간을 터키에서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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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도서출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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