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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안 “현재 가진 걸 모두 버려야 한다면”

장르소설 『암보스』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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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거울의 이면’이었어요. 출간 과정에서 제안한 게 ‘두 사람’, ‘대면’ 등이었고요. ‘암보스’는 최종에 선택된 제목이에요. 그래도 모두 공통점이 있죠. (2018. 0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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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심리묘사와 흡인력 넘치는 전개로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암보스』 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암보스는 스페인어로 '양쪽'이라는 뜻으로, 육체가 뒤바뀐 두 여성이 연쇄살인 사건에 얽히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스릴러 소설이다. 장르적 특성을 잘 살려낸 반전과 완벽한 구성, 압도적인 서사를 바탕으로 스토킹, 성폭력, 우울증 등 억압받는 여성의 복잡한 심리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신예 작가 김수안의 놀라운 필력이 돋보이는 『암보스』 는 황금가지의 새 시리즈인 '수상한 서재'의 첫 작품으로서, '수상한 서재'는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탄성을 자아낼 만한 국내 창작 장르 소설만을 엄선하여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첫 작품이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수상작이라고 들었습니다. 첫 작품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을 쓰셨는데,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현실 한가운데 사는 사람들의 머릿속 상상 쪽에 관심이 있어요. 그러니까, 출근하면서 ‘아, 이런 건물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한다거나, 떨어지는 은행잎만 봐도 꺄르르 웃는 학생들을 보며 ‘저 때로 돌아가고 싶다’ 한다거나,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이를 보며 ‘인생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상상이요. 사람은 누군가를 부러워해요. 자신에게 없는 걸 갖고 싶어 하고요. 그걸 가지고 이야기를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 질문은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다면 행복할까?’가 아니라 ‘내게 지금 없는 것을 모두 갖는 대신, 현재 가진 걸 모두 버려야 한다면 그래도 행복할까?’여야 했습니다. 그래야 공정하니까요. 그리고 자연스레, 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 되는 스토리를 구상하게 됐습니다.

 

질문에 있듯 ‘암보스’는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수상작이에요. 1천 편이 훌쩍 넘는 응모작들 사이에 던져 넣어야 할 스토리인 만큼,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해서 이 소재에서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아닌, 불안하고 차가운 이야기를 펼치기로 했습니다. 몸이 뒤바뀐 두 사람을 어떤 살인사건에 연루시키고, 사건이 벌어지고 해결되는 과정에서 그들 각자가 행복에 대한 답을 찾도록 하자고요.


『암보스』 라는 제목이 가지는 함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이 제목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셨는지, 어떤 의미로 제목을 지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원제는 ‘거울의 이면’이었어요. 출간 과정에서 제안한 게 ‘두 사람’, ‘대면’ 등이었고요. ‘암보스’는 최종에 선택된 제목이에요. 그래도 모두 공통점이 있죠. 맞은편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 아, ‘암보스’는 두 사람, 양쪽 등의 뜻을 가진 스페인어에요. 질문이 생기면, 그 다음에는 특정한 이미지가 따라와요. ‘암보스’의 출발점이며, 쓰는 내내 변화하지 않은 이미지는 의자에 앉은 두 사람이 마주보는 모습이에요. 소설 속에는 한나가 유진과 마주앉은 장면, 혼자일 때는 거울이나 검은 유리창을 통해 유진의 모습을 만나는 장면이 여러 곳에 있어요. 사실 그 둘만 놓고 보면 ‘ambas’가 맞지만, 소설에는 그 둘 말고 다른 조합으로 이루어진 장면들도 여럿 있거든요. 그 모두를 아우르는 제목이 ‘암보스’였어요. 좀 어려운가요? 아마 책을 읽고 나면 왜 제목을 이렇게 정했는지 아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독특한 구성이 눈에 띄어요. 보통 스릴러 소설은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 중심인데 죽음의 문턱에서 육체가 뒤바뀐 두 여성의 플롯과 연쇄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과정 두 가지 플롯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런 독특한 구성으로 작가가 강조해서 말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축이 되는 미스터리가 ‘누가 범인인가, 왜 그런 살인을 저질렀는가’ 만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두 여자의 이야기예요. 굳이 꼽자면 ‘그들은 왜, 어쩌다가 연쇄살인사건에 연관되었는가’ 쪽이 더 중요한 축입니다. 그 과정을 통하고서야 둘은 인생과 행복에 대한 각자의 답을 찾게 되니까요. 그래서 이런 플롯이 나왔습니다.

 

이 이야기의 중심인물인 이한나와 강유진. 이 둘은 너무나 다른 환경과 생각을 가진 인물인데요, 이 두 인물 중 어떤 인물에게 더 애정이 가셨나요?

 

‘ambas’예요! 둘은 어느 날 죽기로 결심해요. 한나는 화재 현장에서 탈출을 포기하고, 유진은 건물 옥상에서 투신합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깨어나 보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어요. 그것도 자신이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것들을 모두 가진 다른 사람이요. 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던 건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기도 해요. 그렇게 유진은 한나의 상황 속으로 던져져 지난 30년간 만난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한나는 유진의 부탁대로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는 생활을 하게 됩니다.

 

화자는 한나이지만, 내용상 더 중요한 인물은 유진이에요. 이 인물이 모든 사건의 시작점이며, 살인사건 해결의 열쇠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그 이름도 ‘진실을 아는 자’라는 뜻을 담아 지은 거예요. 제일 먼저 탄생시킨 인물이고, 이야기의 뼈대를 세워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퇴고하면서 대부분의 캐릭터를 손봐야 했는데, 유진만은 굳건했고요. 정말 고마웠죠. 모든 면에서 대비되는 캐릭터로, 한나는 유진의 특성을 반대로 조합해서 만든 인물입니다. 외모, 성격, 직업, 환경, 가치관 등등 모든 면을 뒤집었죠. 유진과는 반대로 손이 많이 갔고 비슷한 비중을 만들어주느라 어렵기도 했습니다. 즉, 유진은 고마운 캐릭터이고 한나는 시간을 많이 할애한 캐릭터예요. 무엇보다, 제가 둘 모두에게 미안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양쪽 다 마음이 갑니다.


따라서 이 질문에 대한 제 답은 ‘ambas’입니다.


결말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혹시 퇴고 과정에서 출간된 책에 쓰지 않은 다른 엔딩이 있었나요?

 

결말에 대한 고민이 정말 컸습니다. 정확히는 소설의 전개 방식에 대한 고민이었죠. ‘암보스’는 미스터리 또는 스릴러 소설의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규범이랄까요, 대부분의 독자에게 익숙한 방식을 따르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야기가 초현실적인 요소를 등에 업고 시작되더라도 미스터리 소설의 엔딩에서는 그 초현실적인 요소가 현실에서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설명이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알고 보니 과학적인 근거가 있었다거나, 트릭이 있었다거나, 주인공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다거나, 그 모든 사건이 소설이나 게임이나 시뮬레이션이나 기타 등등의 내용이었다거나요.

 

그런데 ‘암보스’는 판타지 소설이기도 해요. 그 초현실적인 설정을 끝까지 유지합니다. 이 둘은 정말로 몸이 뒤바뀐 거예요. 누구 하나 착각하지 않았고,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그들에게는 진짜 현실입니다. 이 소설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멘토링 지원을 받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이에 대한 이질감이 언급된 적 있어요. 해서 결말에 대한 몇 가지 대안을 놓고 궁리했는데, 적용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대안을 적용하는 동시에, ‘암보스’를 통해 던지고자 했던 질문을 유지하는 일이 저한테는 불가능했거든요. 고민을 많이 한 끝에 결말을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굳이 과학이나 의학, 트릭으로 풀지 않았어요. 그러므로 책에 쓰지 않은 엔딩은 제 머릿속에만 있습니다.

 

평소에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시나요? 평소 좋아하거나, 요즘 읽고 있는 책(또는 영화, 드라마)이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네, 좋아합니다. 저는 시리즈물은 선호하지 않아요. 좋아하는 작품들은 있지만, 작가를 콕 집어서 좋아하지는 않고요. 결말의 의외성보다는 과정의 탄탄함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인물의 마음을 섬세하게 다루는 쪽이 취향이고요, 음울하고 퇴폐적인 분위기도 좋아합니다. 요즘은 공부용 책들을 보느라 딱히 거론할 소설이 없어요. 대신 스트레스 받으면 집어 드는 작품들은 있어요. 티에리 종케의 독거미, 미셸 뷔시의 검은 수련, 장 자크 피슈테르의 편집된 죽음,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검은 선은 몇 번을 읽어도 늘 만족하며 책을 덮을 수 있어요.

 

다음 작품이 궁금합니다. 준비하고 계신 작품이 있으신가요?

 

네. 작업 중입니다. ‘암보스’를 완성하는 단계에서 정말로 많은 깨달음을 얻었어요. 반성의 감옥에서 아직 못 빠져나왔습니다. 자연히 다음 목표는 전작에서 잘했던 점은 취하고 그렇지 못한 점은 보완한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으로 정해졌어요. 그러다 보니 ‘암보스’와는 많이 다른 결과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아닌 한 사람, 젊은 여성이 아닌 중년 남성, 판타지가 아닌 현실 기반의 이야기를 준비 중이에요. 동일한 점은 마찬가지로 개인의 욕구에 중점을 둘 거라는 사실입니다. ‘암보스’가 어둡다는 평을 들었는데, 다음 것은 훨씬 더 어두운 이야기가 될 거고요. ‘회피하는 인간’을 소재로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릴게요. 첫 소설입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너그러이 보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에 더 발전한 이야기로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암보스김수안 저 | 황금가지
장르적 특성을 잘 살려낸 반전과 완벽한 구성, 압도적인 서사를 바탕으로 스토킹, 성폭력, 우울증 등 억압받는 여성의 복잡한 심리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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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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