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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외교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외교 외전』 조세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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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모두 협조하도록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한국외교에 주어진 과제입니다. (2018. 0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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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렵다는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에 입성했다. 다른 동기들에 비하면 한참 뒤늦게 배운 일본어로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통역까지 맡았다. 외교관으로 일본, 중국, 예멘, 미국 등 전 세계를 떠돌아다녔다. 예멘 전쟁통에 이삿짐을 옮기고 교민들을 철수시키면서 십년감수도 했다. 퇴직 후 4년 만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임명장을 받고 위안부 TF 위원으로 활동했다. 한 사람, 하나의 직업이 갖기엔 버라이어티한 경험들이다. 외교부 생활 30년, 국제이사만 14번, 베테랑 외교관의 진짜 삶은 어떤 모습일까? 외교 외전』  조세영 저자를 서면으로 만났다.


대학 때 전공은 법학인데, 외무고시를 보셨습니다. 어쩌다 외교관이 되셨나요?

 

전공인 법학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외도를 한 셈이지요. 원래는 역사나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집안에서 강권하다시피 해서 제 희망과는 다르게 법학과에 진학했습니다. 대학 동기생 가운데 외교관이 된 사람은 저 혼자였습니다. 민간 기업이나 그런 쪽보다는 뭔가 ‘공적인 일’에 더 끌렸던 것 같습니다. 국가의 정책결정과정에 직접 참여해본다는 것이 멋있어 보였습니다. 외무고시 3차 면접시험에서도 그렇게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외무고시를 선택한 것은 국제정치나 국제법과 같은 시험과목이 제 적성에 맞고 흥미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해외유학을 가기도 쉽지 않았고, 지금처럼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닐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 시절에 외국으로 나가서 공부도 하고 일도 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책을 보니 외교관이 읽어야 할 자료나 써야 할 보고서가 상상을 초월하더라고요. ‘일을 위한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책에서 그 부분을 꼬집기도 하셨고요. 솔직히, 외교관을 때려치우고 싶었던 적은 없으셨나요?


외교관이라는 직업 자체의 만족도는 높았습니다. 물론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공부하는 자세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었습니다. 자료를 읽고 분석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은 마치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는 것 같다고 할 수 있지요. 일을 할수록 자기 내면에 축적이 되고 자기 발전으로 연결되고 게다가 국익이라는 공적인 목적에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직업은 흔치 않습니다. 일이 힘들다거나 보람이 없다거나 직업에 회의가 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일찍부터 공무원처럼 큰 조직 속에서 부속품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름으로 글 쓰고 책 쓰는 삶을 살아보고 싶은 꿈이 있어서 사표를 내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습니다. 젊을 때부터 그런 ‘생각의 씨앗’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외교관의 길을 접고 이렇게 책을 내게 되었죠.

 

외교부의 뛰어난 인재들을 물리치고 김영삼ㆍ김대중 대통령의 통역을 담당하셨습니다. 외국어를 잘하는 비결 하나만 알려주시죠.


어떤 분야에서 경지에 오른 사람을 보면 원래 그쪽에 소질이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약점이나 콤플렉스가 있어서 그걸 이겨내려고 노력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저는 일본어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외교부에 들어와서 뒤늦게 일본어를 배웠습니다. 아직 일본어에 자신이 없는데 언제 통역을 하라는 지시가 떨어질지 모르니까 평소에 바짝 긴장을 하고 다녔죠. 작은 크기의 일한사전을 사서 통째로 노트에 베껴 쓰기도 했고, 일본어 뉴스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서 반복해 들으면서 받아쓰기도 했습니다. 일본 연수 시절에 일본 TV를 열심히 본 것도 효과가 컸습니다. 죽어라고 약점을 보완하려 노력하다보니 어느새 인정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2017년 커다란 논란을 몰고 온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셨습니다. 총 9명의 TF 위원 중 1명으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직접 임명장을 받으셨습니다. 선생님이 TF 위원으로 임명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TF를 외교부 직원으로 구성하면 객관성을 인정받기 어려워 민간인사 위주로 임명해 객관성을 담보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저는 동서대학교 교수라는 민간인의 신분이지만 외교부에서 오래 일한 경력이 있는데다 위안부 문제를 직접 담당하기도 해서 내용을 잘 알고 있었어요. 외교업무의 흐름에 익숙하고 외교문서의 숨은 의미를 잘 해독해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 제가 평소에 쓴 글이나 논문이 2015년 위안부 합의의 내용과는 다른 방향을 주장하고 있어서 비판적 시각에서 합의 내용을 검토할 수 있는 입장이라는 것도 고려했을 겁니다.

 

2015년 12월 28일 일본과 위안부 합의를 이끈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에 대해 날선 비판을 날리셨습니다. “외교에서 상대방의 선의에 의지하는 것은 하수 중에서도 하수다”라는 부분에선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고요. 만약 선생님이 그때 외교부 장관이었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셨을까요?


위안부 문제는 ‘자존심’을 살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2015년 합의는 자존심을 살리지 못해서 실패했다고도 할 수 있지요. 마치 10억 엔이라는 돈을 대가로 문제를 해결해준 것 같은 모양새가 피해자와 우리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습니다.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된다는 표현이 들어간 것과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은 별도의 합의가 있었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제가 외교부장관이었어도 2015년 합의와는 달리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해결했을 것이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위안부 문제는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니까요. 그러나 저는 적어도 일본과 섣부른 외교적 타협을 하는 것만큼은 피하려고 했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외교를 잘한다’는 소리보다는 ‘못한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외교를 잘하는 나라’란 평가를 듣는 나라가 있나요?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그럴까요?


최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모두 협조하도록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한국외교에 주어진 과제입니다. 유연하고 실용적인 외교를 통해서만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긴밀한 동맹관계면서도 중국과 원만한 협조관계를 양립시키는 호주의 외교가 좋은 참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급속한 국력 상승에 대응해 스스로의 국익을 지키려는 다양한 외교안보 전략을 구사하는 베트남의 외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책을 읽으면서 외교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사람의 성격, 역량, 가치관 등에 따라 일의 결과가 달라집니다. 한 나라의 외교정책을 수행하는 외교관은 과연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요?


훌륭한 외교관이란 매뉴얼에 따라 틀림없이 일하는 기계공이 아니라 날씨와 계절의 변화에 잘 맞춰가면서 꽃과 나무를 가꾸는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외교관에게는 경직된 자세보다는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거죠. 나의 입장만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감정이입을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생깁니다. 오늘날의 외교는 외국 정부만 상대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국내 여론이 외교정책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국민의 마음을 함께 헤아려야 합니다. 물론 여론의 요구가 합리적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정부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의도와 목적을 오해하지 않으려면 끝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소통 능력은 외교관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소양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외교외전조세영 저 | 한겨레출판
현역 외교관들과 정책 결정자들에게는 외교 현장의 한 페이지를 담은 의미 있는 자료이자, 외교관 지망생들과 초년생들에게는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이해하는 데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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