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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옹기종기] 문인들의 작명소(G. 김민정 시인)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각설하고,』 김민정 시인이 최종적으로 만들고 싶은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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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옆에 자칭, 그리고 타칭 ‘난다 김’ 김민정 시인님이 나와 계십니다. 세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자, ‘난다’ 출판사의 대표를 지내고 계신 스타 편집자이기도 하죠. (2018. 04. 12)

[채널예스] 인터뷰_수정.jpg

 

 

네가 몇 개의 너로 분화하는 상상을 해봐. 아름다운 너, 추한 너, 건강한 너, 심약한 너, 밝은 너, 어두운 너, 밝으면서도 어두운 너, 노란 너, 네가 노랗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는 너, 놀라는 바람에 더 노래지는 너. 하나의 너 속에도 무수히 많은 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니? 모든 너들이 사랑스러워질 때까지 웃어봐. 네 웃음이 사방으로 뻗어나갈 때까지. 너는 지금 길을 만들고 있는 중이야. 너만의 길, 그러나 누구나 와서 발을 걸칠 수 있는 아무나의 길. 너의 분화는 이토록 뜨악하고 아름다워. 너는 분화를 통해 독특하고 유일해져.
(오은, 『너랑 나랑 노랑』 , 194-195쪽)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 드립니다. 시 쓰는 오은입니다. 깜짝 놀라셨죠?(웃음) 오늘부터 ‘예스책방 책읽아웃’에서 ‘오은의 옹기종기’ 진행을 맡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앞서 읽어드린 것은 저의 책 『너랑 나랑 노랑』 의 한 대목이었어요. 앞으로 ‘오은의 옹기종기’에서 보여드리게 될 ‘무수히 많은’ 저의 모습, 그리고 게스트들의 ‘무수히 많은’ 표정, ‘사방으로 뻗어나갈’ ‘사랑스러’운 ‘웃음’, 그래서 ‘누구나 와서 발을 걸칠 수 있는 아무나의 길’을 만드는 ‘뜨악하고 아름다’운 진행자 오은을 기대해달라는 의미입니다. 좁지만 아늑하고 정다운 ‘온기’ 가득한 스튜디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분화를 통해 독특하고 유일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즐겁고, 유쾌하게 때로는 묵직하게 여러분께 전달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김민정 편>

 

오은 : 먼저 소개부터 해드리겠습니다. ‘1976년 인천 출생. 소설을 전공하려고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갔다가 최승자 시인의 “오 개새끼, 못 잊어”란 문장을 보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98년 소설가 박민규가 편집장으로 있던 월간지 <베스트셀러>에 에디터로 취직했다. 다음 해인 1999년 『문예중앙』 으로 등단했다. 등단작 제목은 「검은 나나의 꿈」. 대학교 3학년 때 과제로 제출했던 작품이다. 김민정 시인의 트위터 아이디는 ‘blackinana’다.


잡지사 에디터를 거쳐 2004년 출판사 랜덤하우스중앙에 들어갔다. 편집자 김민정의 탄생이다. 그곳에서 문학잡지 <문예중앙>을 만들었고, ‘문예중앙 시선’ 시리즈를 새로 만들었다. 열일하는 와중에 심지어 시집까지 펴낸다. 2005년 첫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출간! 2009년부터는 출판사 문학동네에 들어가 ‘문학동네 시인선’, 청소년 문학지 <풋>을 기획해 펴냈고, 2011년 난다 출판사를 만들고 대표를 맡게 되었다. 이곳에서 ‘걸어본다’, ‘읽어본다’ 시리즈 등 다수의 시리즈를 기획했다. 그 사이, 2009년에는 두 번째 시집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까지 펴냈다. 정끝별 시인은 시인 김민정에 대해 ‘김민정은 시를 논다’고 표현했다. 강정 시인은 김민정의 시 미학을 ‘미친 희극미’라고 했고, 신형철 평론가는 ‘힘이 센 변종’이라고 표현했다. 뭐든 ‘김민정스럽다’. “A형인데다 네 자매의 장녀라서” 그런지 “스트레스를 밖으로 풀지 못하는 편”이다. 시는 그것을 표출할 수 있는 통로로 이른바 “정신적 땀구멍”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 출간한 세 번째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은 출간 일주일 만에 중쇄를 찍기도 했다. 2007년 박인환문학상 수상! 2016년 현대시작품상 수상! 시인 김민정과 편집자 김민정은 사이 좋게 쭉쭉 앞으로 나간다.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한강 『흰』  등을 기획하고 편집했다. 제목은 모두 김민정의 작품. 그는 자신을 “제목 짓고 싶어서 글 쓰고 책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보려고 하는 이상한 눈 하나가 뾰족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점쟁이에게 ‘사주에 돈은 많은데 다 남을 수발하는 팔자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렇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시집이 잘되는 것보다 내가 만든 책이 잘돼서 뒤에서 박수 치는 게 더 좋으니 ‘천생 편집자’인 것 같다. 고양이 ‘무구’와 ‘무아’의 집사이며, 주로 욕조에서 작업하기를 좋아한다. 물을 좋아하지만 한밤중 쏟아지는 큰비가 무섭다. 결국 정말 좋아하는 것은 사람이다. 인색하지 않은 사람을 좋아한다. 어른이 되면 헌책방을 하고 싶다.’

 

오은 :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1회에 출연하신 소감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김민정 시인님?

 

김민정 : 제가 정말 이렇게 살아왔나요?(웃음)


오은 :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해오셨네요. 바쁜 와중에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옹기종기’의 인터뷰는 조금 특별하게 진행이 될 거예요. 인터뷰 시작 단계에 ‘deep & slow’ 질문을 먼저 던질 겁니다. ‘deep & slow’, 그러니까 아주 심오한 질문(웃음), 천천히 생각해야만 답할 수 있는 질문을 드린다는 거죠. 인터뷰 마지막 단계에 답을 해주시면 됩니다. 자, 김민정 시인에게 드리는 ‘deep & slow’는 이것입니다. “최종적으로 만들고 싶은 책은?” 어렵죠?


김민정 : 어렵네요.(웃음)


오은 : 어렵지만 오늘 준비한 질문에 답을 하시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자 김민정에 대해 먼저 질문해볼게요. 최근에 『채식주의자』 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흰』 이 또 다시 맨부커상 후보에 올라 화제잖아요. 『흰』 을 기획하고 편집하셨죠? 어떻게 만들어진 책인가요?


김민정 : 이 책은 2013년부터 준비를 했던 책이었어요. 제가 워낙 문인들 책을 많이 만들다 보니까요. 컬러가 그 사람의 문학성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 발견했어요. 그래서 컬러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었죠. ‘문학동네 시인선’을 하면서도 시집 색을 그냥 정하는 게 아니거든요. 색에 특징이 반영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색깔에 대한 에세이를 내보자고 생각했던 건데요. 한강 작가님은 죽음의 문제에 천착해오기도 하셨고요. ‘흰색’을 쓰고 싶다고 하셔서 애초에는 에세이로 기획했었어요. 그런데 쓰다보니 소설이 되고 있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소설이 됐어요. 그러는 중에 갑자기 작가님이 2016년에 『채식주의자』 로 맨부커상을 수상하셨잖아요. 원래 『흰』  출간 계획이 2016년 5월이었거든요. 『흰』  출간 때 덕분에 많은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공부를 많이 하게 됐어요.


오은 : 저는 특히 좋았던 게 『흰』 이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에 있는 글 같았는데 외국에서는 책이 나오자마자 번역해서 그것을 소설로 파악했다는 거예요. 소설가의 의중을 간파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김민정 : 『흰』 의 원고가 완성된 때에 저와 데보라 스미스에게 같이 갔어요. 번역이 일찌감치 시작됐던 거죠. 작년 크리스마스 전에 나왔으니까 빨리 나온 편인데요. 데보라 스미스와의 긴밀함이 있었으니까 빠른 시일 내에 나올 수 있었고 이렇게 후보에 들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외국 언론 리뷰를 보니까 작가가 의도한 바를 귀신 같이 읽어주더라고요.


오은 : 편집자로 기쁠 때가 있으면 당연히 힘든 일도 있을 텐데요. 특히 이런 저자는 좀 힘들다, 하는 게 있을까요? 사람을 특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김민정 : 이중성이기도 한데요. 저는 모든 사람을 다 좋아하기도 하는데 사실 모든 저자가 다 어려워요. 앞에서 “안녕!”하고 헤어져도 뒤에 가면 눈치가 너무 보여요. 제가 만든 모든 책, 앞으로 만들 모든 필자의 눈치를 다 보고 있어요. 사람이 매사에 모든 사람한테 공평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이 일은 제가 조금이라도 공평하지 않았다고 느끼는 순간 죄책감이 들어요. 예를 들면 홍보를 좀 더 했어야 했나, 트위터에 한 번이라도 더 올렸어야 했나, 하는 거예요. 조금만 아차 하면 마음이 다급해지고요. 그런 게 저한테는 슬픔으로 남아요. 사랑이 딱 공평해지는 어떤 순간은 슬픔인 것 같아요.


오은 : 그 슬픔이라는 게 필자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거잖아요.


김민정 : 그렇죠. 저는 이 편집자의 일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슬픔을 마음 한쪽에 머금고 가야 하는 쫓기는 일 중 하나 같아요. 하지만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오은 : 올해 선보인 ‘읽어본다’ 시리즈가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동시에 다섯 권이 출간되기도 했고요. 하반기에도 저희를 비롯해 서효인, 박혜진 편집자의 책도 나올 예정인데요. 어쩌면 이것은 ‘기획자’의 역량이 아닐까 싶거든요. 기획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고요.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기획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김민정 : 출판사 이름을 ‘난다’라고 지을 때 반대가 엄청 많았어요. 왜 이렇게 가볍게 짓느냐는 거였는데요. 저는 ‘힘난다’, ‘신난다’처럼 할 게 많다고 생각했어요. 변주를 생각했던 거예요. ‘걸어본다’ 시리즈도 무엇을 해본다는 시도에 호기심이 있었어요. 단정 짓고 확실하게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안함이 있어서요. ‘걸어보면 어떨까?’, ‘읽어보면 어떨까?’ 이런 의도로 기획했던 시리즈였어요. ‘읽어본다’는 사실 얘기하는 것에 비해 판매량이 많지는 않아요. 한 권을 읽기도 어려운데(웃음) 그 안에 너무 많은 책이 있잖아요. 그렇지만 ‘읽어본다’ 시리즈로 문화 운동을 하고 싶었어요. 읽고 쓰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죠. 종이, 손, 펜, 이런 것들의 귀함과 나의 것, 내 고유의 것을 생각하고 싶었고요. 기분 좋았던 것이 자기만의 독서 노트를 쓰려고 하는 분들이 생겨나는 것이 느껴졌다는 거예요. 앞으로도 해볼 것은 많을 거예요. 예를 들면, ‘먹어본다.’(웃음)


오은 : 좋은 것 같아요. 또 선물도 참 좋아하시는 분이 김민정 시인이죠.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만든 책 중에서 한 권을 선물한다면 어떤 책을 하고 싶으세요?


김민정 : 마음을 아주 잘 먹었을 때 직접 사서 선물하는 것이 사진작가 민병헌의 『민병헌 사진집 누드』 예요. 이 작가 분의 작업을 정말 좋아해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요. 따로 연락을 주신 거예요. 만났더니 저더러 누드를 찍자고 하셨어요. 제가 너무 놀라면서 거절하니까 일단 작업을 봐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봤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깜짝 놀랐어요. 몸이 자세히 나오는 누드가 아니고요. 뿌옇게 인체가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흰색이 있어요. 그런 거거든요. 보니까 갖고 싶은 거죠. 갖고는 싶은데 너무 비싸니까 방법은 하나밖에 없잖아요.(웃음) 책으로 만들어야겠다, 해서 만들게 된 책이 이 누드집이에요.


오은 : 그렇다면 쓰신 책 중에서는 어떤 책을 선물하고 싶으세요? 김민정 시인의 책 중에 무엇을 가장 먼저 읽으면 좋을까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민정 : 제 유일한 산문집 『각설하고,』 인데요. 시는 편하게 읽기 어려운 데다가 강요하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각설하고,』 는 조금 달라요. 제가 빠듯하게 살다 보니 작정하고 쓴 것이 아니고요. 신문에 편하게 읽을 수 있게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이거든요. 주제를 나름 생각해서 만든 책이기 때문에 아무 곳이나 펼쳐 마음에 드는 글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은 : 박준 시인은 편집자 김민정을 ‘문인들의 작명소’라고 칭했어요. 실제로 시집 제목을 부탁하려고 문학동네에서 시집이 나오는 게 아닌데도 부탁 드리는 경우가 왕왕 있었잖아요. 저도 그런 적이 있고요. 제목 짓기에 미쳐있다는 김민정 자신이 생각해도 이건 진짜 잘했다, 생각하는 제목이 뭔가요? 혹시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일까요?

 

김민정 : 원래 제목이 말도 안 됐어요.(웃음)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는 교정지를 정말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읽으면서 잘해주고 싶다고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오은 시인은 우리말, 우리 언어 조합을 정말 뛰어나게 잘해요. 감각이 뛰어난데 너무 뛰어나니까 혼자 앞질러 가고 있는 거죠. 이걸 묶어서 뭐라고 불러줘야 할까 고민을 하느라고 교정지를 들고 목욕탕에도 들어가고, 시장도 가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파주 교하에 있는 허름한 카페에 혼자 있었는데 갑자기 확 왔어요. 우선 오은 시인에게 허락을 받았고, 받자마자 트위터에 시집 제목을 올렸죠. 리트윗 되는 반응을 보고 확신을 했고요. 이렇게 오래 고심한 제목이 있는가 하면 박준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같은 경우는 초교 보자마자 바로 밑줄 그어서 나왔거든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제목 짓는 걸 좋아해서도 그렇겠지만요. 원고를 보다 보면 제목으로 하고 싶은 구절이 종이 위에 물이 번져서 글자가 크게 보이는 것처럼 갑자기 크게 보이는 느낌 같은 게 올 때가 있어요.


오은 : 그게 빨리 보이면 그 책은 잘 되는 것으로 파악하면 될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 책을 내게 되면(웃음).


김민정 : 제가 이래서 편집자 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거예요.(웃음) 그런데 제목 짓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어요. 사전을 보면 어마어마하게 단어가 많잖아요. 그걸 모아놓으면 갑자기 새로운 것처럼 끼쳐지는 느낌이 있어요. 그 느낌이 일단 탐이 나고요. 누군가 맞는 사람한테 주고 싶어요. 특히 시집은 한 번에 쓴 것이 아니잖아요. 몇 년의 작업이 묶인 건데요. 거기에는 그 사람의 몇 년 동안의 인생이 담겨 있어요. 예를 들어 20대가 끝났다면 20년을 정리하는 시집이 되기도 하거든요.


오은 : 요즘 생활인 김민정에게 가장 큰 관심사 혹은 화두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요?


김민정 : 건강, 죽음이에요. 지금 주변에 아픈 사람이 너무 많아요. 이 봄이 유독 그런 것 같아요. 알려졌지만 황현산 선생님도 암 투병 중이시고요. 저희한테 투고를 하시고 어떤 여성 시인은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유고 시집을 유족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데요. 또 시집을 준비하고 있던 어떤 시인이 말기암이라는 소식까지 들으니 참 마음이 조급해요. 제가 아프면 안 되니까요. 허락을 받아 얘기하는 것이지만 독일에서 살고 있는 허수경 시인이 지금 많이 아프세요. “민정아 기회가 되면 여기저기 알려줘. 이유는 하나야. 내가 너무 사랑을 많이 받았어.”라고 하시더라고요. 잘 견디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한테 해달라고 해서 전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사는 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어요. 건강에 대한 생각이죠.


오은 : 시인 김민정에게 시란 어떤 것인가요? 예전 한 인터뷰에서는 ‘정신적 땀구멍’이라는 표현을 썼고, 세 번째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을 펴내면서 ‘무용한 열정’에 대한 이야기도 전하셨는데요.


김민정 : 만약 편집자로만 지내고 시를 안 썼다면 아마 더 나쁜 사람이 되어갔을 것 같아요. 아직까지 시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가지고 있는데 잘 꺼내보지 않는 눈 같은 게 있는 거죠. 그 눈을 순간순간 감시자처럼 꺼내는데요. 얼마 전 갑자기 응급실에 가게 됐는데 그때도 그냥 노동자 김민정이 병실에 있었던 거라면 지루하고, 힘들고, 짜증났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병동을 관찰하고 있는 거죠. 귀가 쫑긋쫑긋, 눈이 번뜩번뜩 하면서 시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대신 이 상황 속에서 얻어지는 것들을 알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인 건데요. 저는 또 다른 의미의 리포터 같아요. 


오은 : 처음에 드렸던 deep & slow 질문을 다시 한 번 드릴게요. 최종적으로 만들고 싶은 책은? 이 답을 마지막으로 들어볼게요. 오늘 이야기에서 혹시 답을 찾으셨나요?


김민정 : 저는 지금도 만들고 싶은 책이 없어요. 만들겠다고 작정해서 만든 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 안에서 가장 사랑했던 것은 제 호기심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마 최종적으로 만들고 싶은 책은 ‘나’겠죠. ‘나의 호기심’이겠죠.


오은 : 멋집니다. 사실 호기심이라는 것이 없으면 관찰할 때도 무심하게 지나갈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병원에서도 그렇게 사람들을 관찰하시고, 시도 생각하시고,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것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니까 뭔가 처음과 끝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오늘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김민: 감사합니다.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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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은(시인)

2002년 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너랑 나랑 노랑』 『유에서 유』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등을 썼으며, 현재 강남대학교 한영문화콘텐츠학과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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