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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예스책방 책읽아웃>을 하며 깨달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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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명이 떠드는 팟캐스트는 외국어를 배우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모르던 작가가 말한 한 문장이 꽂히기도 하고, 책을 소개하는 말을 들으면서 저 책은 저런 내용이었구나, 하고 남의 언어를 배워간다. (2018. 04.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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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히 말하면 녹음실의 크기는 약 6.5㎡ 이다.

 

 


<예스책방 책읽아웃>은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책과 저자를 중심으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다. 나는 격주 금요일에 올라가는 '삼천포 책방'이라는 코너에서 책 한 권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을 글로 풀어서 설명한 적은 있어도 말로, 그것도 방송으로 이야기하려니 힘이 든다. 특히 마이크에 대고 말하려니 늘 마음 한쪽이 껄끄럽다.


정확히 불편함을 따라 들어가자면 여러 가지다. 일단 녹음이 되고 있고, 언젠가 이 녹음 파일이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다 어떤 한 부분이 문제가 되어 조리돌림을 당하지 않으려나 싶은 불안감과, 나름대로 방송으로서 자리가 주어졌고 남들은 가지지 못한 기회인데 그 자리를 함부로 잡담으로 채워도 되나 하는 미안한 마음과, 정치적 올바름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채 행여 다른 사람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면 어떡하나 싶은 부담감 같은 것들. 특히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실상 알맹이는 하나도 없는, 말'만' 잘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자꾸 든다. 물론 매번 녹진녹진하게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쓰러져 오늘 이야기한 것들이 이상하지 않았나 복기하고 다음번에는 이렇게 해봐야지 싶지만, 늘 생각만 하고 허둥지둥 다음 녹음을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안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왜 이렇게 아무도 안 듣는가 사이를 끝없이 진자처럼 방황한다. (어쩌라는 건지!)


하여, 요새 만나는 사람마다 팟캐스트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도움을 청하다 깨달음을 얻은 세 가지 말이 있는데,

 

모두가 모든 걸 할 수는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내용을 말하라
사람들은 남의 말에 관심이 없다

 

였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이만큼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답답하더라도 말을 시작하고, 나중에 더 좋은 말이 떠오르면 그때 가서 하면 된다. 할 수 없는 것까지 말을 하다 보면 거짓말이 되거나 말 같지도 않은 말이 나이 나오고 설상가상으로 재미가 없다. 완벽한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죽도 밥도 안 된다. 반대로 즐거워하는 것은 계속 이야기하게 되고,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는다. 읽으면 즐거운 내용, 하면 좋아하는 것들을 말하면 잘 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것은 김하나 작가님의 '하면 는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만큼 내 말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사람이 하나의 우주라면 우리는 서로 다른 우주의 언어를 쓴다. 외국어를 하려면 온 정신을 기울여 들어야 하듯, 남의 말을 들으려면 힘이 든다. 가뜩이나 바쁜데 힘을 내서 남의 말을 듣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까지 쓰고 나니, 정신이 번뜩 든다. 가만, 어쨌든 팟캐스트를 홍보하긴 해야 하는데, 이렇게 쓰면 결국 남의 말이니까 관심 없고 결국 안 들을 것이 아닌가? 우리는 왜 남의 말을 들어야 하는가?


굳이 끼워 맞추자면, 남의 말은 외국어이고, 여러 명이 떠드는 팟캐스트는 외국어를 배우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모르던 작가가 말한 한 문장이 꽂히기도 하고, 책을 소개하는 말을 들으면서 저 책은 저런 내용이었구나, 하고 남의 언어를 배워간다. 특히 책이나 문학 관련 팟캐스트는 다른 나라를 소개하는 가이드처럼, 아직 보지 못한 책을 안내받는 하나의 방법이다.


아직 팟캐스트가 익숙하지 않지만, 외국어라고 생각하고 힘을 다해 말하고 들으려고 한다. 희망이 있다면, 미숙한 말이라도 적어도 웃기기는 할 수 있다. 데이비드 세다리스의 『나도 말 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를 읽어보면 안다. 특히 프랑스어를 배우던 주인공이 '부활절'을 전혀 모르는 모로코 학생에게 프랑스어로 부활절을 설명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히는 장면을 신조로 삼고 있다.

 

폴란드 출신 여자가 프랑스어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려 했다.

"자기를 예수라고 말한 신의 아들을 위한 파티인데..... 젠장."

폴란드 여자는 역시 폴란드 사람인 친구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도와주기를 기다렸다.

"그 사람은 자기를 예수라고 불렀는데, 그러다가... 그러다가... 나무 두 개를 붙인 곳에 매달려서 죽었는데..."

다른 학생들이 끼어들어서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았다. 교황이 그 말들을 들었으면 기절했을 것이다.
"어느 날 죽어서 내 머리 위로 가서 아버지랑 살아."

"머리 길어. 죽은 다음에 첫날 다시 돌아왔어. 사람한테 잘 있다고 했어."

"예수, 좋은 사람."

"좋은 일 많이 해. 부활절 슬퍼. 지금 예수 죽었어." 

 - 데이비드 세다리스, 『나도 말 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 중


'삼천포 책방'을 하다 보니 글도 다른 곳으로 샐 뻔했다. 무엇이든 이야기하다 보면 무슨 내용인지 알아들을 날이 오겠지. 앞으로도 당분간 '삼천포 책방'을 계속하려고 한다. 책 소개가 미흡해도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들으면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최종 목표는 어쨌든 재밌을 것. 힘 빼고 하되, 너무 힘 빼지는 말 것. 그 사이 어딘가에서 애를 써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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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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