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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민 “당일 배송으로 받는 택배 수수료는 왜 이렇게 쌀까?”

『시간은 어떻게 돈이 되었는가?』 펴내
늘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마르크스 경제학이 전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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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에게 효율적인 것이 택배 노동자에게는 불공정한 것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사람들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생각하는 데서 경제학 공부를 시작해 보면 좋겠습니다. (2018. 0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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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돈’이며, 돈이 되지 못하는 시간에는 ‘잉여’ 딱지가 붙는다. 현대인 대부분이 늘 시간에 쫓기며 살지만, 정작 시간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은 얼마나 될까? 마르크스 경제학의 눈으로 세상을 분석하는 류동민 교수는 시간은 어떻게 돈이 되었는가?』 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시간’에 주목한다. ‘나는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받고 있을까?’ ‘AI에 일자리를 빼앗겨 노동시간이 사라져 버리면 어떻게 될까?’ 일상에서 시작하는 질문은 시간의 속성을 다루며 자본주의적 시간의 의미와 구조를 드러낸다. 과연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간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류동민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2018년은 카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시대의 변화에 스러지지 않고 오늘날까지도 마르크스 경제학이 큰 울림을 갖는 이유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마르크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제에 대한 비판을 논리적 극한까지 밀어붙이려 했던 인물입니다. 누구나 일상에서 직면하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인간 집단 사이의 투쟁 등을 나름의 과학적 방법으로 설명하고자 했지요.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를 감정적으로 비난했을 뿐이라는 주장은 그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갖는 편견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르크스의 주장에 동의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그의 근본적 비판과 방법론은 여전히 새겨 둘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마르크스 경제학’ 하면 보통 ‘자본-노동 관계’를 떠올리는데요, 이 책은 독특하게도 ‘시간’이라는 주제에 집중합니다. 이 주제가 선생님의 마음을 움직이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 부탁 드립니다.


우선, 마르크스의 『자본론』 이 지닌 서술 구조가 지나치게 철학적이어서 현대 독자들이 위화감을 느낀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아울러 현대 경제학이 희소한 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다룬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우리 삶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인 ‘시간’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생각했고요. ‘자본-노동 관계’이건 혹은 어떤 권력을 가진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의 관계에서건, 가장 불평등하게 배분되는 것이 시간이기도 합니다. 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은 제 맘대로 말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말을 속으로 삼켜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죠. 시간을 주제로 삼다 보면, ‘자본-노동 관계’뿐만 아니라 마르크스가 비교적 덜 중요하게 여겼던 온갖 권력관계도 포괄해서 다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머리말에서 “마르크스라는 치명적 권위에 의거하지 않으면서 마르크스처럼 말하기”를 이 책에서 시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처음 목표한 만큼 성공하신 것 같나요?


긴 호흡으로 책 한 권을 쓰다 보면, 애초에 목표한 것을 제대로 이루기는 역시 어려운 듯합니다. 무엇보다 제 능력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마르크스의 권위를 빌려 말할 수밖에 없던 부분도 있고요. 그러나 “할 만큼 했다.”라며 스스로 위로할 정도는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공감에 관한 해석을 담은 2장이나 메타포에 관한 9장이 그렇습니다. 물론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힐지는 별개의 문제겠지만요.

 

책에서 “첫 부분이 항상 어렵다는 것은 어느 과학에서나 마찬가지다.”라는 마르크스의 말을 인용합니다. 유독 경제학 분야는 지레 어려워하며 발을 딛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독자들이 많은데요, 경제학의 첫 부분에 서 있는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경제학에 접근하려면, 개인의 이익이나 손해라는 틀을 넘어서는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경제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상품인데, 보통 우리는 어떤 상품을 생각할 때 그것을 갖고 싶다거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식으로만 접근합니다. 그러나 상품을 생산하고 거래하는 과정에 관련된 인물들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고, 그(녀)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제야 비로소 우리는 상품을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당일 배송으로 받는 택배 수수료는 왜 그렇게 쌀까?’ 이 물음에도 사회적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 택배 회사와 택배 노동자, 소비자 사이의 역학 관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정의로움은 무엇인지, 효율성은 무엇인지 등을 비교해 볼 수도 있지요. 소비자에게 효율적인 것이 택배 노동자에게는 불공정한 것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사람들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생각하는 데서 경제학 공부를 시작해 보면 좋겠습니다.

 

책의 인용문을 보면 경제학 서적 외에도 문학 작품에서 다양한 레퍼런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안나 카레니나』 를 읽고도 경제학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고 새로웠습니다. 평소 문학 작품을 읽으실 때 ‘경제학자만의 독해법’이라 부를 만한 특징이 있을까요?


모든 사회과학은 일종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학은 정치 현상, 경제학은 경제 현상에 관해 일관된 논리를 갖춘 ‘이야기’를 제시하지요. 『안나 카레니나』 는 작가의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우리 삶을 총체적으로 그려 내는 데 성공한 고전 문학입니다. 이 작품에는 영원한 악인도 영원한 선인도 없습니다. 안나 카레니나는 연인을 만나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온갖 번민이 따라오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날리는 마지막 순간에조차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며 어리둥절해 합니다. 바로 그런 복잡미묘함,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음’이 우리 삶의 본질일 겁니다. 그러므로 훌륭한 문학 작품을 읽는 일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경제학이라는 ‘이야기’를 만들고 다듬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내 이야기만이 진리라는 아집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고요.

 

최근 ‘가상화폐’ 이슈가 경제 분야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이 책의 4장에서도 화폐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요, 혹시 이 논의를 최근의 가상화폐 논쟁에 적용해 볼 수 있을까요?


책에도 썼듯이, 많은 사람이 그것은 ‘화폐’라고 생각하는 순간, 하찮은 종이 쪼가리도 어엿한 화폐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그때 그것은 하나의 ‘물신(Fetish)’이 되지요. 다만 확실한 점은 가상화폐 그 자체가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투기의 역사처럼, 어떤 계기로 사람들의 믿음이 깨지면 가상화폐 역시 순식간에 신기루로 드러날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개인 차원에서 투기적 자산을 잘 운용하면 실제로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지만 몇몇 개인이 아무리 많은 투기적 이익을 얻어도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생산되는 재화나 부(富)가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책에 쓴 표현을 빌리자면, 사회적 시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뜻이지요. 물론 가상화폐는 매우 새로운 현상이므로 그것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갈지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놀라운 속도로 테크놀로지가 발전한다고 해서 가상화폐가 안전하다고 믿을 근거가 저절로 주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정치적 민주주의의 역사가 이제는 경제 영역으로도 확장되어야 한다.’라는 〈에필로그〉의 메시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제민주화’에 대해 이 책의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 드립니다.


정치적 민주화도 그렇지만 경제적 민주화는 아직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입니다. ‘이것만 되면 경제민주화는 완성된다.’라는 특별한 충분조건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주의’보다 ‘민주주의화’라는 말이 더 적합한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흔히 시장주의자들은 자유로운 시장 자체를 민주주의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유 경쟁은 최선이거나 적어도 차선은 된다는 주장이죠. 경제민주주의, 이를테면 ‘시간의 민주주의’를 꿈꾸는 것은 어쩌면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처럼 궁극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향한 꿈을 버린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비유를 하나 들어 보죠. 영원한 사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영원한 사랑을 꿈꿀 때, 불완전하고 덧없는 사랑이라도 비로소 지속될 수 있을 겁니다. 경제민주주의도 마찬가지겠죠.


 

 

시간은 어떻게 돈이 되었는가?류동민 저 | 휴머니스트
우리 일상에서 시작하는 질문은 시간의 속성을 다루며 자본주의적 시간의 의미와 구조를 드러낸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간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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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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