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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이 책을] 마감일 땐 마감을 모르고

<월간 채널예스>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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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추천 도서는 유독 꼽기가 어려웠습니다. 왜 이렇게 좋은 책이 많이 나오는 거죠? 출판사 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하며, 저희의 이목을 끈 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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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 안녕하세요 지혜 님~


지혜 : 안녕 못합니다! ㅠ.ㅜ


의정 : 지난 달 저에게 붙어있던 마감 귀신이 이제는 지혜 님에게 옮겨 갔나요? ㅠㅜ


지혜 : 그런가 봅니다. 마음이 바쁩니다. 일이 많아도 한 템포 쉬자! 여유를 갖는 편인데요. 추석연휴의 여파일까요. 일이 쌓였습니다. 다음주 초나 되어야 여유가 생길 것 같아요.


의정 : 급할 때면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도 안 들리죠.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얄미워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제가 고른 책이 지혜 님에게 조금, 아주 쪼끔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지혜 : 오오 기대 뽐뿌! 의정 님의 눈에 들어온 이 달의 책, 과연 무엇입니까?

 

의정 : 제목부터 마음에 드는,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입니다.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죠. 띄엄띄엄 인생 기술, 도대체 뭘까요.


지혜 : 띄엄띄엄! 오랜만에 들어보는 표현이네요. 띄엄띄엄은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띄엄띄엄 살아도 된다는 겁니까?


의정 : '독자여! 띄엄띄엄 살아라!'는 아닌 것 같고, '띄엄띄엄 살 수밖에요~ 룰루~' 하는 느낌입니다. 마감을 앞둔 지혜 님의 책도 궁금한데요?


지혜 : 알베르토 망구엘의 『은유가 된 독자』입니다. 9월에 나온 책인데요. 틈틈이 보다가, 책 좋아하는 『채널예스』 독자 분들에게 제격인 책이라, 택했습니다.


의정 : 은유라면, 혹시 <은유의 다가오는 것들>을 연재 중이신 은유 작가님?! ... 죄송합니다 무리수였습니다. 띠지에 소설가 장강명 추천 "책 좀 읽는 진지한 독자들에게 권한다"라고 적혀 있네요. 과연 어느 정도나 진지한 책인가요?


지혜 : ㅋㅋ 맞아요. 진지합니다. 속독은 어려운 책이에요. 그래서 저도 ‘띄엄띄엄’ 읽었어요. 그런데 일부러 그랬죠. 망구엘은 전작 『독서의 역사』(이 책은 편집자 분들의 교과서라고 불립니다)로 유명한대요. 『은유가 된 독자』에서는 서양문학을 근간으로 독자의 개념을 설명합니다. 독자를 '여행자, 은둔자. 책벌레'로요. 요 세 단어가 마음에 훅 들어오는 분들이라면, 후회 없는 선택이실 겁니다. 내 독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죠.


의정 : 여행자면서 은둔자... 어렵네요. 알베르토 망구엘을 검색해보니 시력을 잃은 보르헤스에게 4년 동안 책을 읽어주는 일을 했다고 나옵니다.

 

지혜 : 10대 후반에 서점 점원으로 일하며 책과의 연을 쌓았다고 해요. 신문사 기자로 일한 후에 출판사 편집자, 번역가로 일했으니 정말 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이죠. ‘세계 최고의 독서가’라는 명성이 있으신 분이니, 아마 지금도 책을 읽고 있지 않을까요? 그 분의 서재가 심히 궁금합니다.


의정 : 지금은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고 계신다니, 지금은 주무실 시간이 아니실지... 흠흠. 진지함이 이상하게 옮아갔네요. ㅋㅋ 『은유가 된 독자』에서는 좋은 책을 추천하기도 하나요?


지혜 : 책을 추천하기보다는 고전에 나온 등장인물을 독자로 해석하죠. '은유가 된 독자'로요. ㅎㅎ 이 제목은 그런데 진짜 멋지지 않아요? 은유가 된 독자라니!  아아, 슬슬 의정 님의 책 소개도 듣고 싶습니다! 제가 오늘은 진지한 책이니까요~ 의정 님은 재밌게 좀 소개해주세요!


의정 : 분위기 전환! 제 책은 '도대체' 작가님의 책인데요, 자기소개부터 재밌습니다. 한량 기질 아버지와 부지런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두 분의 중간이 되지 못하고 '게으른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한량'이 되었다고 합니다. 인터넷신문 기자, 웹라디오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작사가, 1인 사업가 등 정말 다양하게 활동하셨다고 하네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중에서 어떻게든 웃기는 점을 발견해내려고 하는 분이에요.

 

지혜 : ㅋㅋ 웃기는 점이라니! 정말 우울할 때 보면 좋을 책일 것 같네요. 책은 첫 책이십니까? '도대체'라는 필명을 만들게 된 사연이 궁금해요~


의정 :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멋대로 상상의 날개를 펼쳐 보자면 '도대체 내 인생은 왜 이러나~' 하시다 필명으로 사용하신 게 아닐까요? -.-; 살다 보면 '도대체'를 중얼거릴 일이 많아지잖아요.


지혜 : ㅋㅋ 그렇죠. 그런데 말이에요. 요즘 '자신을 위로하는 책'이 많이 나오잖아요. 너무 사서 걱정하지 말고 현재에 집중하자. 회사인간이 되지 말자. 너부터 챙겨라.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사실 저는 예전부터 이렇게 살고 있어서) 쉽게 손에 가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 책만의 장점이 있을까요?


의정 : 이 책의 장점은 위급 상황(퇴사 충동, 파산 위기, 소개팅 폭망) 발생 시 차분히 따라할 만한 위기관리 매뉴얼로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테면.


[리빙 포인트] '내가 지금 왜 이 짓을 하고 있나'란 생각이 든다면', 이 짓을 안 했을 때도 딱히 더 나은 일을 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침착해지세요. (106쪽)


같은 말을 해주는 거죠. 이번 생이 망했다고 농담하면서도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있는 분한테 추천합니다.


지혜 : '리빙 포인트’라는 표현이 재밌네요. 작가님 소개 글에 “취미는 자화자찬” 이라고 나와 있네요? 저자 캐릭터가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아까 의정 님이 『은유가 된 독자』 추천평을 쓰신 장강명 작가님의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전체 문장을 읽어 드릴게요.


'진지한 독자'라는 멸종위기종의 일원으로서, 위로 받는 기분으로 읽었다. 어딘가에 숨어 있을 나의 동족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제가 평소 추천평을 열심히 보는 편이거든요? 의리로 썼나, 정말 좋아서 썼나. 이건 백퍼센트 후자로 보입니다.


의정 : 어딘가에 숨어 있을 나의 동족들이라니, 어쩐지 짠하면서도 지혜 님 소개로 서로 만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네요. 제 책은 요조 작가가 추천사를 써 줬는데요, 이 추천사도 정말 좋아서 쓰지 않았나 합니다.

 

지혜 : 옷! 이런 인연이~ 요조 작가님은 장강명 작가님과 현재 팟캐스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21세기북스가 만들고 있는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 와우, 오늘은 왠지 두 책의 인연이 깊네요. 추천평 얼른 이야기해주세요!


의정 : 그럼 귀를 쫑긋해주세요!


내 트잉여 인생을 걸고 자신 있게 말하건대, 여태껏 도대체 씨보다 고집스러운 유머감각을 가진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 어떤 슬픔과 분노의 사건사고들도 그녀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무해한 애들이 되곤 했다. 당신의 해독작용도 이 책이 도울 것이다.


의정 : 트잉여가 추천하는 트잉여의 책입니다. 트잉여들이라면 재미 보장합니다.


지혜 : ㅋㅋㅋ 제가 요즘 트위터를 전혀 안 하고 있는데, 해야 할 것 같아요. 정보수집 차원에서. '고집스러운 유머감각'이라니.ㅋㅋ 도대체 어떤 유머일지 궁금합니다. 저자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알베르토 망구엘 작가의 이야기를 찾아 보다 보니, 매우 흥미로운 이력이 있습니다. 작가님은 편집자로도 일했지만 소설 한 편을 응모해 당선이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자신에게는 소설가보다 독자의 삶이 맞다고 생각해 소설가의 길과 멀어졌다고 합니다. 독자로서는 참 다행이네요.  『은유가 된 독자』를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제가 실은 책에 관한 책, 독서에 관한 책을 무지 지루하게 여깁니다만.... 『은유가 된 독자』에서는 정말 많이 밑줄을 그었습니다.


의정 : '밑줄을 그었습니다...'로 끝난다면, 밑줄 그은 부분을 소개해 달라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


지혜 : ㅋㅋ 바로 들어갑니다. 70쪽에 보면 전자책과 종이책을 비교합니다. 프랑스의 전자공학 분석가 '장 사르자나'는 동료 '알랭 피에로'와 함께 “구글의 진화가 일반 독자들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했는데, 종이책 읽기와 전자책 읽기의 차이를 여행 방법으로 비교했습니다. "종이책을 읽는 독자는 그리스인들처럼 늘 해안을 바라보며 항해한다. 반면 전자책을 읽는 독자는 우주 여행을 떠나 까마득히 먼 곳에서 지구를 한눈에 바라본다' 즉 종이책을 읽는 독자는 시야가 좁고, 전자책을 읽는 독자는 시야가 넓다는 것. 하지만 우리의 망구엘 님은 정반대의 입장을 밝힙니다. 자, 여기서부터 형광펜을 준비하세요!


1. 종이책을 읽으면 물리적 특징과 물적 존재를 의식할 수 있으므로, 현재 읽고 있는 페이지를 다른 페이지, 심지어 다른 책과도 연관시킬 수 있다. 2. 논점과 캐릭터를 마음속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3. 광대한 정신 공간에서 아이디어와 이론들을 연결할 수 있다. 반면 전자책을 읽을 때 우리는 대체로 미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


(끄응~ 길지만 넘넘 소개하고 싶어서 길게 인용해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 제가 전자책을 못 읽는 이유, 안 읽는 이유를 깨달았어요. 괜히 무리하지 말고 그냥 종이책이나 열심히 읽자! ㅋㅋ


의정 : 책에서 지혜를 찾으신 지혜 님이군요. 미국에서 처음에 전자책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모두 이제 종이책은 없어질 거라고 했지만, 지금은 전자책을 읽는 비율이 감소하고 다시 종이책 판매가 증가한다고 하네요.


지혜 : 그래도 전자책은 꾸준히 성장하긴 할 거예요. 지금 10대들은 전자기기가 더 익숙한 세대니까요. 그런데, 저는 망구엘 작가님의 ‘물리적 특징과 물적 존재’로의 해석, 이런 생각까진 못했단 말이죠. 종이책이 더 잘 읽힐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았다고 할까요? 전 전자책으로 읽으면 독서가 휘발된 느낌이 들어요. (덧, 전자책 좋아하는 분들의 반론! 받습니다)


의정 : 저는 주로 급하게 봐야 하는 책이나, 굳이 나중에 한 번 더 안 볼 것 같은 책은 전자책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결국 전자책, 종이책 상관 없이 읽을 사람만 읽는다는 현실ㅠㅜ


지혜 : 책을 안 읽는 사람도 이해가 됩니다. 사실 저희도 '왜 너는 이 책을?'에서 이렇게 찬사를 늘어놓지만, 정작 서로의 책을 빌려 보거나 하진 않잖아요. 그런 것입니다. 정말 필요하지 않으면, 연이 없으면 읽을 수 없기도 해요. 책은 운명적인 거라서요. (뜬금)


의정 : 하지만 지금은 운명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운명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기억 속에 차곡차곡 접어놓는 것이죠. 아... 그러고 보니 3년 전에 지혜 님이 이런 책을...(아련아련) 하면서 운명이 될 수도 있지 않겠어요?ㅋㅋ


지혜 : 10년 후에 '왜 너는 이 책을? 코너에 들어오면 재밌겠네요. 내가 이 나이에, 이 때에 이런 책을 읽었구나, 좋아했구나 추억하면 흥미롭겠어요. 그나저나 급 궁금! 이번 달 '왜 이 책'의 강력한 또 다른 후보 책은 없었나요?


의정 : 오 좋은 질문이에요. 저는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과 노예 소녀 탈출기였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생각했으나, 아무래도 가볍고 즐겁고 공감이 많이 될 만한 책인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를 골랐습니다. 지혜 님은요?


지혜 : 김혜진 소설가의 신작 장편 『딸에 대하여』, 아무튼 문고 시리즈 중에 『서재』, 펜연필독약이라는 신기한 출판사에서 나온 『와인을 위한 낱말 에세이』 등을 염두에 두었답니다! 아, 진짜 이렇게 좋은 책들이 많은데. 왜왜왜 모두 2쇄를 못 찍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가! ㅠ.ㅜ


의정 : 전국의 진지한 독자님들, 안 진지한 독자님, 독자는 아니지만 곧 될 수도 있는 사람들, 여기 보십시오. 2쇄를 기다리는 책들이 있습니다.


지혜 : ㅋㅋㅋ 의정 님! 이제 외근 가실 시간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의정 : 역시나 작가의 말로 대체해 보겠습니다.


돈이 없을 때야말로 '인생이란 무엇인가'란 의문이 드는 때인데 돈을 버느라 일하기 바빠 고민할 틈이 없다. 한숨 돌릴 때는 그딴 의문이 떠오르지도 않으니 결국 답을 찾을 수 없다. - 168쪽


패러디하자면, 마감을 앞둔 때야말로 마감이 뭔지 의문이 들지만 마감을 치느라 바빠서 마감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독자 여러분~ 감기 조심하시고, 우리는 다음 달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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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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