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키샤 콜 자체를 담은 음반

키샤 콜 『11:11 Reset』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이전까지 즐겨들었던 이들도, 새롭게 접하는 사람들도 만족할 수 있는 친절한 작품이다. (2017. 12. 27.)

키샤.jpg

 

 

리셋(Reset). 앨범의 타이틀이자 ‘다시 맞추다’ 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하다’라는 이 단어는, 키샤 콜의 바람이자 목표다. 개인사만 놓고 보자면 굵직한 일들이 있었다. 2016년 끝자락엔 에픽(Epic)으로 레이블을 옮겼고, 다니엘 깁슨(Daniel Gibson)과의 이혼 문제도 마무리됐다. 제목 역시 이런 배경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주위의 상황은 변했지만 음악적 정체성만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트랙 리스트를 채운 것도 자신의 강점인 깊은 음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알앤비와 소울이다. 타이틀 「Incapable」은 후렴구 ‘Oh what a oh what a feeling/The one that I thought that I needed’에서 발견되는 자연스러운 그루브의 흐름, 노래의 포커스를 목소리에 둔 점이 지금까지도 그의 대표곡으로 손꼽히는 「Love」와 닮았다. 그러나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현악기 대신 부드러운 전자 피아노 음색을 강조해 터치가 가벼워졌고 21세의 앳된 목소리는 경륜이 녹아든 풍부한 음성으로 성숙했다. 이 밖에도 「Right time」, 「Emotional」은 국내에서 호응을 얻었던 「Fallin’out」이나 「I remember」 같은 익숙한 알앤비 스타일을 유지한다.

 

다른 한 편에선 디제이 칼리드(DJ Khaled) 등 현재 빌보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들이 피처링과 프로듀싱으로 참여해 힙합 기반 사운드를 내놓았다. 디제이 머스타드(DJ Mustard)는 「Act right」의 프로듀싱을 맡아 자신의 장기인 간소하면서도 선명한 비트를 선보였고, 드러마 보이(Drumma boy) 프로듀싱의 「Ride」는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루프와 ‘랄라라’로 이어지는 후크로 멜로디의 뼈대만을 제시해 리듬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Ride」는 그 성향이 뚜렷한데, 발음을 또렷하게 강조해 래핑처럼 들리도록 유도한 버스 부분과 종반부에 가세된 카마이야(Kamaiyah)의 랩으로 곡 전체를 촘촘하게 엮였다.

 

그는 이번 결과물에도 작사가로 참여하면서 자신의 상황을 녹여냈다. 헤어진 연인에게 자신의 심정을 전하는 「Incapable」의 상황과 그 속의 “어른스러워 질 때인가봐요(Its time to grow up)”라는 가사는 그의 삶과 병치했을 때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개인과 아티스트로서의 모습 전부, 즉 키샤 콜 자체를 담은 음반이다. 특별히 눈에 띠는 결정적인 곡은 없지만 모든 곡이 평균 이상이며,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능란하게 이야기를 풀어내거나 음악을 구사한다. 실력에 경험까지 더해지니 녹슬지 않는다. 이전까지 그를 즐겨들었던 이들도, 새롭게 접하는 사람들도 만족할 수 있는 친절한 작품이다.


강민정(jao1457@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