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스페이스 카우보이만의 음악을 찾을 때

스페이스 카우보이 『The M.A.S.K』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앨범이지만 이미 이전에 이루어진 시도 안에서 변용과 변주를 구사하여 크게 새롭지는 않다. (2017. 12. 20.)

스페이스 카우보이.jpg

 

 

러블리즈를 전담하는 윤상 사단의 작곡, 프로듀싱 팀 원피스(1Peice) 멤버인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원래 권혁성과 박성진 2인조로 출발한 일렉트로니카 듀오였으나 랩을 맡았던 권혁성이 나가면서 자연스레 박성진 1인 체제로 바뀌었다. 이후 박성진은 장혜진, 호란과 작업한 「Luv party」 「Circus」처럼 하우스와 2000년대 초반 일본 일렉트로니카 신의 흐름을 따르는 음악적 어법으로 2012년 정규앨범 <The Universe>를 채웠고, 이는 자연스레 러블리즈의 감성으로 일정 부분 흡수되었다.

 

권혁성이 있었던 2009년 첫 EP <Zero-Gravity>부터 지난 5월 배수정과 함께한 싱글 「Healer」까지 스페이스 카우보이의 음악은 멜로디 위주에, 상당히 일본 음악 스타일이었다. 시부야 케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하던 프리 템포, 다이시 댄스, 몬도 그로소 부류의 잔잔한 피아노와 직관적인 멜로디, 하우스와 재즈가 뒤섞인 불특정 전자 음악은 비단 스페이스 카우보이뿐만 아니라 타루, 페퍼 톤즈 등 국내 인디 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The Universe> 이후 5년 만인 이번 소포모어 앨범 <The M.A.S.K>는 기존의 행보와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우선 전부 연주곡으로 채웠으며, 각 트랙이 일본이 아닌 서구 전자 음악의 역사를 1970년대부터 개괄적으로 훑는다. 음반 초반에 배치된 「Teleport」와 「Union」은 조르지오 모로더보다는 크라우트 록을 탄생시킨 독일 실험주의 밴드 크라프트베르크에 가깝고, 중반에는 윤상과 공동 작업한 신스팝 「Border of your mind」와 프렌치 일렉트로니카 듀오 저스티스의 록스타일 신시사이저 음향이 정돈되어 있으며, 트로피컬 사운드로 무장한 퓨쳐베이스 스타일의 「Island」와 트랜스로 마무리하는 「To be continued」의 끄트머리를 통해 일렉트로닉 뮤직의 발전 과정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다.

 

다만 오리지널이 먼저 떠오르는 음반은 정체성이 약하다. 크라프트베르크의 1977년 작 <Trans Europe Express>의 기차 모양 커버와 어울리는 일본 지하철 역사 내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이 앨범에 수록된 「Europe endless」와 비슷한 도입부를 가진 「Teleport」, 저스티스 특유의 공격적인 무그 사의 신시사이저 베이스 음을 가져온 「Feedback」, 4년 전 이미 「Latch」와 「Omen」이라는 디스클로저-샘 스미스 조합이 휩쓸고 갔던 UK 개러지의 부흥을 뒤늦게 좇는 「Save as」와 같이, 선례가 아른거리는 음악들은 스페이스 카우보이만의 성질을 희석한다.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앨범이지만 이미 이전에 이루어진 시도 안에서 변용과 변주를 구사하여 크게 새롭지는 않다. 존재감을 과시하는 각 트랙의 초기 모델 때문에 한 음악을 그 자체로 감상하기 어렵다.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다.


 

정연경(digikid84@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앨리스 먼로가 그린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앨리스 먼로의 유일한 장편소설. '소녀와 여자들의 삶'에 주목한 작가답게, 캐나다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평범한 소녀의 성장 과정과 내밀한 감정을 특유의 통찰력으로 세밀하게 그려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앨리스 먼로 소설에 흠뻑 빠질 시간이다.

아직도 망설이는 당신을 변화시킬 마지막 마법

전 세계 2800만부가 판매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마법이 20년만에 다시 펼쳐진다! 변화라는 도전 앞에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용기를 줄 스펜서 존슨의 마지막 조언. 전작을 뛰어넘는 더욱 강력한 메시지와 통찰은 우리의 삶을 마법과 같이 바꿔놓을 것이다.

미리 가보는 평양

평화, 자유, 경제적 측면에서 통일이 되면 안 될 이유는 없다. 부침은 있었지만 한반도는 평화와 통합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북한에 관한 책도 여럿 나왔다. 이전에 출간된 책이 각론이었다면, 이 책은 총론이다. 정치 외교 경제는 물론 북한 사람들의 일상도 두루 소개한다.

가격을 들여다보면 욕망이 보인다

편의점 수입맥주는 왜 4캔이 만 원일까? 저가 볼펜의 대명사 모나미는 어떻게 프리미엄 제품이 됐을까? 생활 속 경제 질문과 가격표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을 가격이라는 키워드로 흥미롭게 파헤치며, 소비자와 판매자의 치열한 심리싸움을 경제학을 통해 풀어낸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