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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클라우드, 부조리한 운명의 통찰

디어 클라우드 'My Dear, My 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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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음악을 통해 극복할 힘을 실어준 디어 클라우드의 언어는 아직 유효하다. (2017.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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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가난으로 살 수 있나요 / 없는 사람은 아파서도 안 돼요 / 돈도 실력이다 아찔한 그 한마디에 / 떳떳한 꿈이 바랜 하루가 가네 (「21세기 히어로는 어디에」)

 

“돈도 실력이야.”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를 우롱하는 듯한 말이 사람들에게 분노와 패배감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실력주의의 허상과 국가 불신, 평등 가치의 위협 등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그 한 마디'. 2집 <Grey>의 수록곡 「Never ending」의 동화가 구체화 된 「21세기 히어로는 어디에」는 1964년 밥 딜런이 자신의 앨범 <The Times They Are A-Changin'> B 사이드에서 다룬 해티 캐롤의 죽음(「The lonesome death of Hattie Carroll」)에 담긴 냉소적 시선을 모방한다.

 

상처를 보듬어주고 밝은 미래를 기약하던 데뷔 10년 차 4인조 혼성 밴드 디어 클라우드가 2013년 두 번째 EP <Let It Shine> 이후로 약 4년 만에 침묵을 깨고 하는 말이 '날 하나도 모르면서 떠들잖아'라니. 생각해 보건대, 새 정부가 들어섬과 동시에 밴드가 공백기에 접어들었고, 다시 입을 열게 된 2017년 역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해다.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던 문화계 압박에 음악인으로서 이들이 할 수 있었던 최대의 응수가 바로 침묵이었으리라.

 

음반 전반에 자조적인 분위기가 깔려있기는 하지만 밴드는 여전히 밝은 미래를 기약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극도의 절망 속에서 기적은 오지 않는다며 체념과 회의를 거듭하는 「Runaway」 조차 구원자를 갈구하는 모순적인 염원이 상승하는 곡조에 맞춰 올라가는 나인의 목소리에 담겨있고, 어둡고 침전하는 감성을 드러내기 위해 한 음 한 음 라디오헤드 풍으로 건드리는 기타리스트 용린의 우울한 연주 대신 화려한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이 외피를 감싸며 가사 속에 숨겨둔 희망의 단초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 구원이자 희망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걸로 이미 충분해 / 그 말이 네겐 필요해 / 그대로 네가 되어줘' (「Wallflowers」)

 

「21세기 히어로는 어디에」, 「Runaway」, 「Wallflowers」, 「네 곁에 있어」로 이어지는 하나의 서사는 우리네 삶과 똑 닮았다. 끝없이 바위를 굴리는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처럼 어떠한 부조리에도 삶을 지속해야 하는 운명에 대한 통찰. 그렇다면 거대한 돌을 여럿이서 나눠 굴린다면 어떻게 될까. 디어 클라우드는 적극적인 연대를 주창한다. 숨을 천천히 고르고, 낮게 읊조리는 나인과 잔잔한 피아노 도입부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와 유사하면서도, '어둠 속에서도 손잡아준' 그대를 믿고 일어서겠다는 'My dear'의 함의는 희망, 즉 「Shining bright」다. 당신에게 받은 구원으로 인해 나는 다른 누군가의 구원이 되고, 결속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가사는 진일보했으나 사운드는 아쉽다. 2011년 3집 <Bright Lights>에 이어 스트링 비중을 늘리고 신시사이저를 도입한 「안녕 그대 안녕」과 「Shining bright」의 과한 악기 편성으로 인해 보컬이 반주에 묻히고 주 멜로디가 희미해져 다소 산만하며, 특히 큰 공연장에 어울릴 법한 아레나 록 스타일의 「Shining bright」 후렴에 등장하는 갑작스러운 전자음은 감정을 지나치게 고조시켜 오히려 몰입하기 힘들다. 부피가 커진 만큼 각 사운드 계층의 지분이 좁아졌고 베이스 음은 거의 들리지 않아 소리가 중심 없이 부유한다. 벅찬 감동을 전하기 위해 웅장하고 거대한 편곡을 지향했지만, 중용(中庸)을 지키지 못했다.

 

이제 옛날의 디어 클라우드는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밴드는 더 크고, 구체적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옷을 바꿔 입었다. 「미안해」와 같은 대중 친화적인 발라드를 부르고, (시대의 흐름과는 반대될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뉴웨이브와 포스트 록으로 회귀하는 인디 신의 흐름을 반영해 날카로웠던 록 사운드가 자취를 감추어 한층 부드러운 선율이 흐른다. 모두를 포용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여전히 '디어 클라우드'인 이유는 바로 가사다. 데뷔작 <Dear Cloud>부터 꾸준히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고 이들을 외면하지 않으며, 기만이 아닌 진실을 담아 마음을 전한다. 10년간 음악을 통해 극복할 힘을 실어준 디어 클라우드의 언어는 아직 유효하다.


 

정연경(digikid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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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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