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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을 아시나요?

윤이상 탄생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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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좇느라 정작 내가 어디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입만 열면 우리라면서 우리 안 어디에도 나는 없다. (2017.11.24)

출처_언스플래시.jpg

       언스플래쉬

 

오래전 독일에서 있었던 일이다. 갑자기 저녁 약속이 취소되어 무작정 숙소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공연장을 찾았다. 마침 시작 시간이 임박하여 무슨 공연인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표를 사서 어두운 객석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날 본 공연은 그 지역 출신 무명 작곡가의 신작 발표회였다. 호기심에 잠시 집중했지만 곧 피로감이 엄습했고 인내의 한계에 도달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루하기도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살펴보니 객석은 빈자리가 없었고 모두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무대를 응시하고 있었다. 다행히 공연은 길지 않았지만 곧바로 작곡자와 청중 사이의 질의응답 시간이 길게 이어졌고,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열띤 토론으로 한 시간을 더 끌었다.

 

공연장을 나와 잠시 목이라도 축이려고 가까운 맥줏집에 들렀더니 그곳 역시 빈자리가 없었다. 그냥 나오려는데 누군가 손짓을 해서 돌아봤더니 방금 전 객석 옆자리에 앉았던 중년 남자였다. 그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서툰 영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취기가 돌 무렵 그에게 공연에서 들었던 음악이 좋았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졸기는커녕 이해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데 왜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그렇게 열심히 보고 들으며 토론까지 지켜봤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더불어 사는 한 사회의 구성원 누군가가 무슨 까닭이 있어 다른 이들에게 무엇인가 말하려 한다면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말을 끝까지 들어줄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여름 베를린에서 또 한 번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모두들 긴 여름휴가를 떠난 다음이라 시내에는 온통 관광객뿐이었고 이름난 공연장이나 이름난 공연 단체의 공연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젊은 음악가들을 발굴하여 무대에 세운다는 연주회가 있다고 해서 연주회장을 찾았더니 이번에도 그 넓은 객석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무대에 선 어린 바이올리니스트는 그 흔한 콩쿠르 입상 경력조차 없었지만 그 또래의 다른 어떤 연주자도 갖지 못한 기량과 음악성을 들려주었다. 더욱이 연주 곡목 모두가 새로운 창작곡인 데다가 후반부에는 인도 전통 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즉흥 연주를 하는 도전과 모험까지도 주저하지 않았다. 객석은 열광의 도가니였고 커튼 콜과 기립 박수가 수없이 되풀이되었다. 그렇게 이름도 없던 한 사람의 음악가가 이름을 얻게 되었고, 그날부터 그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게 될 것이다.

 

저물어가는 2017년은 작곡가 윤이상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갑자기 100주년을 기념한다는 이런저런 행사들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뒤늦게 행사를 위한 행사를 서두르다 무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 두고 이제 와서 웬 호들갑이냐며 못마땅해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윤이상이 도대체 누구냐며 궁금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틀림없는 사실은 이날까지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서 작곡가로 활동한 사람을 통틀어서 윤이상만큼 세계 무대에서 널리, 그리고 또 높이 인정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의 존재가 가지는 의미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보다는 그가 유학 가서 공부하고 활동했던 독일과 독일 사람들이 그와 그의 음악을 더 잘 알고 있으며, 몇몇 일본 연주자는 같은 동양인이라는 점을 앞세워 윤이상 음악의 전문가로 행세하고 있다.

 

우리는 윤이상을 잘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공부하거나 음악가로 활동하는 사람 중에서 그의 음악을 단 한 번이라도 들어본 이를 찾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남들이 세계적이라 하니 대단하다 싶은 것이고, 그런 그가 하필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서 자랐다니 뿌듯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훌륭해서 자랑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그의 삶을 알아야 하고 그의 음악을 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과연 내게도 그렇게 느껴지고 여겨지는지 음미하고 생각하며 판단할 문제다.

 

어느 때보다도 참으로 어지러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남을 좇느라 정작 내가 어디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입만 열면 우리라면서 우리 안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제라도 나를 찾아야 한다. 나를 찾아서 다시 세워야 한다. 나로부터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또 한 해를 맞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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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승찬(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학 교수)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음악학과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서양음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전공 교수, (사)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로 일하고 있으며 음악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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