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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팝 아이콘, 레이디 가가

탑 아티스트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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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면에서 아이콘의 칭호를 얻는 데 부족함이 없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역량, 자신을 포장하고 알리는 전법, 민첩한 스탠스 변경까지 빠짐없이 영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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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2일,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레이디 가가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공개됐다. <레이디 가가 : 155cm의 도발>이란 제목의 작품은 공개 즉시 음악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영화에는 앨범 <Joanne>과 슈퍼볼 하프타임 쇼 제작기, 엉덩이 부상과 섬유근육통으로 힘들어하는 모습 등이 가감 없이 담겼다. 팝 스타 레이디 가가와 인간 스테파니 조앤 저마노타를 동시에 조명한 작품 덕분에 <Joanne>은 발매 10개월이 지나 다시 한번 아이튠즈 차트 상위 10위에 들었다.

 

비틀스부터 마돈나, 비욘세 등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가수로서의 모습과 수더분한 일상을 함께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이미 수많은 선례를 가진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더욱 주목을 받은 것은 공개 방식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필름을 극장 개봉, 유료 케이블 채널 방영이 아닌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한 스타는 그가 처음이다. 모바일 디바이스 시대에 발맞춰 최근 폭발적 성장을 기록 중인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제작, 배급까지 끌어낸 전략이 빛을 발했다.

 

돌아보면 그는 항상 스마트했다. 일렉트로닉 댄스가 주류 팝계에 등장하던 2008년, 복고적 신스 사운드를 활용한 댄스 팝으로 시장을 선점했고, 케샤와 케이티 페리 등에 한발 앞서 기상천외한 패션으로 개성파 스타의 선봉장이 됐다. 위기 대처 능력도 수준급이었다. 가가 표 댄스와 옷차림이 지루해질 즈음 거장 토니 베넷과 재즈 앨범을 취입해 보컬리스트로서 입지를 다지는가 하면, 댄스 가수의 색깔이 흐려지자 록과 컨트리를 도입한 음반으로 변신을 노렸다. 밀레니엄을 통틀어 그만큼 뚜렷한 캐릭터를 가진 가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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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간해선 주목받기 어려운 팝 시장에서 레이디 가가는 등장부터 강렬했다. 전설적 밴드 퀸의 히트곡 'Radio ga ga'에서 착안한 예명부터 시선을 끌었다. 그레이스 존스(Grace Jones)를 연상케 하는 의상, 데이비드 보위의 <Aladdin Sane>에서 힌트를 얻은 듯한 얼굴의 번개 문양, 카일리 미노그와 유사한 포즈 등 시각적 충격도 남달랐다. 비록 레퍼런스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했지만, 앞선 아이콘들의 이미지를 과감히 재활용하는 패기에서 신인의 설익음은 찾기 어려웠다. 금발 뱅 헤어, 리본 모양 머리, 커다란 선글라스 등은 초기의 그를 빠르게 알리는 데 일조했다.

 

이렇듯 레이디 가가에게 패션은 떼어내기 어려운 주요 키워드가 됐다. 생고기로 만든 드레스, 테이프로 중요 부위만 가린 의상 등 그를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룩이 대거 탄생했고, 도나텔라 베르사체, 알렉산더 맥퀸 등 여러 디자이너의 뮤즈로 자리 잡았다. 옷 잘 입는 음악인, 맵시꾼은 많았지만, 음악만큼이나 패션, 특히 하이패션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름을 각인시킨 이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는 언제나 거침없이 격식을 파괴했으며, 화려하고 비범했다. 갓 등장한 신인 시절부터 감히 데이비드 보위, 마돈나의 후예로 거론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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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의상만으로 현재의 위상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진정한 레이디 가가의 존재 가치는 음악에 있다. 레트로 신스 팝을 끄집어낸 데뷔에서 고딕 팝과 메탈, 파워 팝까지 폭넓게 소화한 소포모어, 다채로운 일렉트로니카의 변주를 시도한 '아트 팝'과 정통 재즈, 컨트리와 로큰롤까지. 다섯 장의 정규 앨범을 내는 동안 매번 다른 스타일을 오가면서도 결코 어설프게 흉내만 낸 적은 없다. 레드원(RedOne)과 디제이 스네이크(DJ Snake), 릭 루빈(Rick Rubin)과 마크 론슨 등 늘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와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디자인해 앨범을 채웠다. 그 덕에 'Poker face'와 'You and I', 'Perfect illusion' 등 대표곡 면면의 스펙트럼은 무엇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다.

 

팝송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잘 들리는 선율에 기인한다. 가수 이전에 작곡가였던 레이디 가가는 이 지점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바탕으로 유려한 코드 진행을 펼치고 강한 인상을 남기는 코러스를 집어넣는다. 'Just dance', 'Bad romance', 'Telephone', 'Born this way', 'The edge of glory' 등 노래마다 후렴의 세기가 보통이 아니다. 올 초 그에게 오랜만에 톱 5 히트의 기쁨을 안긴 'Million reasons'는 어떤가. 처음부터 끝까지 막힘없이 흘러가면서도 힘이 들어가는 부분이 명확하다. 근래의 팝 발라드 중 이보다 근사한 훅을 가진 노래는 많지 않다.

 

레이디 가가의 또 다른 힘은 보컬 퍼포먼스로부터 발휘된다. 날씬한 댄스 팝과 포근한 재즈에서 톡 쏘는 목소리로 컨트리 록까지 커버하는 다재다능한 가창은 단연 발군이다. 낭랑하게 비트 위를 넘실대며 곡을 전개하다, 하이라이트에서 소리를 짜내듯 목을 긁는 창법으로 감정을 터트리는 방식이 그의 시그니처. 즉, 레이디 가가는 옥구슬 굴러가는 산뜻함과 신경질적이면서 육중한 타격감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독특한 가수다. 그의 목소리는 장르의 제한이 없을 뿐 아니라, 한 곡 안에서도 여러 가수가 부르는 듯한 풍부한 표현까지 가능케 하는 특급 무기다.

 

탁월한 보컬리스트는 크로스오버에서도 존재감을 뽐낸다. 2015년 제87회 아카데미상에서의 <The Sound of Music> 헌정 공연과 이듬해 같은 시상식에서 부른 'Til it happens to you'가 대표적이다. 그는 드라마틱한 성량, 섬세한 테크닉으로 곡의 감정선을 훌륭하게 해석하며 시청자에게 감동을 안겼다. 올해 제59회 그래미상에서 메탈리카와 함께한 'Moth into flame'은 일명 '메탈 가가'라는 별명을 탄생시키며 또 하나의 시금석이 됐다. 휘트니 휴스턴과 엘튼 존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그는 디바와 로커를 오가며 자신만의 하이브리드 보컬을 구사한다. 전통적 기교에서 나오는 감동과 송곳처럼 뾰족한 카리스마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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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선택한 방법은 그들이 섹시하거나 상큼한 걸 원하면 항상 그걸 기괴하게 비틀어서 적용하는 거였죠. 그럼 주도권이 여전히 내게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예를 들어서 <VMA>에서 섹시한 모습으로 파파라치에 대해 노래하라면 온몸에 피를 철철 흘리며 유명세 탓에 마릴린 먼로가 어떻게 됐나 상기시킬 거예요.”

레이디 가가는 자신의 말대로 한 번도 활동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페르소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다가도 주저 없이 바꿨으며, 때로는 가장 솔직한 본연의 모습까지 재료로 사용했다. “나에겐 뿔이 난다.”며 볼과 어깨 등지에 뿔을 달던 <Born This Way>와 어린 나이에 사망한 고모를 추모하며 본명을 걸고 나온 <Joanne>의 자아는 정반대에 위치한다. 내내 괴상한 차림새로 다니다가 “다들 화려한 제 모습을 거의 10년쯤 봐 왔잖아요. 지겹더라고요. 몹시 지루하게 느껴졌죠.”라며 미련 없이 평범함을 택하는 모습은 그래서 더욱 파격적이었다.

 

엄밀히 말해 그가 새롭게 창조해낸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거의 없다고도 볼 수 있다. 그의 지난 궤적에는 데이비드 보위와 엘튼 존, 그레이스 존스, 신디 로퍼와 마돈나, 카일리 미노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의 흔적이 산재한다. 포스트 모더니즘과 현대 미술, 오트 쿠튀르의 요소들도 상당수 눈에 띈다. 레이디 가가의 정체성은 이러한 과거 유산들을 정리하고 배합해 재창조한 데 있다. 그 때문에 영국의 비평가 사이먼 레이놀즈는 자신의 저서 『레트로 마니아』에서 레이디 가가를 '궁극적인 재조합 아티스트'이자 복고와 현대의 가치를 동시에 꾀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팝 우상'으로 정의했다.

 

모든 면에서 아이콘의 칭호를 얻는 데 부족함이 없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역량, 자신을 포장하고 알리는 전법, 민첩한 스탠스 변경까지 빠짐없이 영리하다. 똑똑한 아티스트에게 사회적 영향력이 따르는 것 또한 당연하다. 이는 앞선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한참 선배인 비욘세 정도가 그와 대적할만한 유일한 상대다. 2008년 '따라뚜룹'으로 시작된 155cm 단신의 도발은 채 10년도 되지 않아 음악과 사회 곳곳에 불을 지피며 계속되고 있다.

 

 


정민재(minjaej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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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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