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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독자] 아자 가트를 소개합니다

<월간 채널예스> 11월호
『문명과 전쟁』 저자 아자 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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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히 두껍기만 한 게 아니라 정보량이 많고 서술의 밀도도 높다. 같은 이스라엘 사람인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와 비슷한 책이겠거니 짐작하고 읽기 시작하면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천천히 숙고하면서 읽는 독법을 권한다.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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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 가트, 국내 독자들에게 생소할 이 학자는 이스라엘 사람이다. 이스라엘이 어떤 나라이던가? 1948년 서방의 지원을 받아 건국된 이래 아랍권에서 ‘공공의 적’으로 찍혀 중동 국가들과 무려 네 차례나 전쟁을 치렀고 팔레스타인과는 지금까지도 무력 분쟁을 벌이는 나라다. 이런 엄혹한 지정학적 현실 탓에 이스라엘은 국가안보를 가장 우선하며 군사문화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이스라엘인은 남녀 모두 징집되어 군복무를 해야 하고, 현역을 마치고도 장기간 예비군 훈련을 받으며 유사시 즉각 동원된다. 이스라엘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도 2016년 기준 6.2퍼센트(한국은 2.4퍼센트)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저자 소개에 앞서 다른 나라의 안보 상황을 말한 이유는 아자 가트가 이스라엘 텔아비브 국립대학의 ‘에제르 바이츠만 국가안보 석좌교수’이기 때문이다. 자주국방이 지상 과제인 나라에서 전직 대통령의 이름이 붙은 안보 교수직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은 곧 가트가 이스라엘에서 손꼽히는 안보와 군사, 외교 전문가이고, 전쟁을 책으로만 배운 상아탑 학자가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가트는 이스라엘 방위군 예비역 소령이기도 하며, 성인이 되기 전 두 차례 중동전쟁을 경험했다. 군사사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도 전쟁이었다. 『문명과 전쟁』 서문에서 가트는 초등학교 2학년이던 1967년에 겪은 제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전쟁이라는 주제에 사로잡혀 평생 천착해왔다고 말한다.

 

이 두꺼운 책의 뚜렷한 특징은 전쟁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들을 저자 스스로 납득할 정도로 설명하려는 철저함이다(아울러 번역하는 내내 역자들을 괴롭힌 특징이기도 하다). 인간은 왜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는가? 싸움은 인간 본성의 소산인가 문화적 발명품인가? 그리고 인류 역사에서 문명의 중요한 발전 단계들과 전쟁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가? 가트는 이 거대한 문제들을 단순화해서 다루지 않는다. 그의 말마따나 “전쟁은 그 외의 모든 것들과 연관되어 있고, 그 외의 모든 것들은 다시 전쟁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인류 발전 전반과 관련해 전쟁을 설명하고 전쟁의 발달을 추적하는 작업은 거의 모든 것의 이론과 역사가 되어버린다.” 이 작업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가트는 본령인 군사학은 물론이고 진화론, 진화심리학, 동물행동학, 인류학, 고고학, 역사사회학, 정치학, 국제관계학 등 다양한 분과들을 연구했고, 저술에 무려 9년을 들였다(주의 분량만 해도 한국어판 기준 160쪽에 달한다).

 

이처럼 ‘문명과 전쟁의 공진화(共進化)’를 면밀히 추적하는 저자는 ‘진화론적 관점’에 선다. 이 말은 곧 진화의 최우선 목표인 생존과 번식을 위해 경쟁해야 하는 자연의 통칙에서 인간도 처음부터 예외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인간의 폭력적 분쟁은 같은 종의 개체들이 부족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싸움이고, 인간의 공격성은 자원 획득에 도움이 되도록 진화한 성질이다. 그런데 인간은 개인 대 개인만이 아니라 집단 대 집단으로도 싸운다. 더 강한 무력을 보유한 집단이 더 많은 자원을 차지해 약한 집단을 제거하거나 제압하거나 병합한다. 따라서 사회는 잠재적 분쟁에 대비해 무력을 조직하고 또 유지해야 하며, 결국 더 강한 무력을 보유한 사회가 진화적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가트는 문명 진화의 전반적인 추세가 부와 권력의 축적과 집중이었다는 것, 부와 권력을 얻는 주요하고도 필수적인 수단이 무력이었다는 것을 수많은 사례와 논거를 들어 여실히 보여준다.

 

진화론적 관점에 선다는 것은 선과 악, 좋음과 나쁨을 따지는 가치판단을 배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트는 인류 문명의 ‘진보’나 ‘발전’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진화’한다고 말할 뿐이다. 전쟁과 폭력이 사라질 장밋빛 미래를 그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가트는 인류 역사 속 폭력의 감소 추세를 논증하면서도 ‘평화의 승리’를 점치는 섣부른 환상을 경고하고, 평화가 어떤 조건에서 유지되었고 어떤 이유로 깨졌는지, 장차 평화를 위협할 요인으로는 무엇이 있는지를 다각도로 고찰한다. 가트의 이런 시각은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건국 이래 ‘안보 딜레마’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한국의 안보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법을 하나 권할까 한다. 이 책은 단순히 두껍기만 한 게 아니라 정보량이 많고 서술의 밀도도 높다. 같은 이스라엘 사람인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와 비슷한 책이겠거니 짐작하고 읽기 시작하면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천천히 숙고하면서 읽는 독법을 권한다.

 

 



 

 

문명과 전쟁아자 가트 저/이재만, 오숙은 역 | 교유서가
문명과 전쟁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공진화해왔는가?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였다.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명과 전쟁이 어떻게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공진화해왔는지를 추적하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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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재만(번역가)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했고, 역사를 중심으로 인문 분야의 번역에 주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신』 『성서』 『유럽 대륙철학』 『종교개혁』 『정복의 조건』 『세계제국사』 『철학』 『역사』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 『제국의 폐허에서』 『공부하는 삶』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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