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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독자] 정상성의 신화를 해체하는 이단(異端)의 노래

<월간 채널예스> 10월호 - 『소멸세계』 무라타 사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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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세계 각국의 저자와 출판사들이 각자의 언어로 책을 만들고 있다. 그들의 서점에 놓인 책들은 아직 한국 독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책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읽는 사람은 번역자일 것이다. 그리고 번역자야말로 한 줄 한 줄 가장 꼼꼼하게 읽는 독자이기도 하다. 맨 처음 독자, 번역자가 먼저 만난 낯선 책과 저자를 소개한다. (20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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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155회)을 수상한 『편의점 인간』은 18년 동안 같은 편의점에서 일해온 주인공 후루쿠라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으로, 일본에서 한동안 큰 인기를 끌며 화제 를 모았다. 당시 작품의 내용만큼 화제가 된 건 작가 무라타 사야카 자신도 소설 속 주인공처럼 오랫동안 편의점에서 근무해왔다는 사실이었다. 군조신인 문학상, 노마문예신인상, 미시마유키오상 등 각종 문학상을 휩쓸고 아쿠타가 와상까지 수상한 현재에도 일주일에 3번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그녀는 친한 작가 동료들에게 ‘크레이지 사야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캐릭터만큼 작풍 역시 충격적이며 그로 테스크하다는 평을 받는다.

 

내가 처음으로 접한 무라타 사야카의 책은 『살인출산』이라는, 모순적인 제목의 작품이었다. 생명을 해치는 살인과 생명을 낳는 출산,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두 단어가 한 제목 안에서 공존하는 걸 보고 의아함을 느끼며 책을 집었던 기억이 난다. 책의 내용도 예상대로 충격적이었는데, 지금으로부터 머지않은 미래, 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자 성별 상관없이 10명을 낳으면 1명을 죽여 도 되는 시스템이 도입되는 사회의 이야기였다. 진정 ‘미쳤다’는 소리가 나오 는 설정이었다.

 

무라타 사야카의 ‘크레이지’한 작품 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과외 선생인 대학원생을 ‘수유’라는 행위를 통해 지배하려는 여자 중학생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 「수유」, 사회의 축소판인 작은 교실에서 느끼는 갑갑함을 동급생 남자아 이를 ‘장난감’으로 삼아 해소하려는 여자 중학생의 이야기인 『흰색의 마을의, 그 뼈의 체온의』, 인공적인 생식이 이루어지며 성욕은 ‘불쾌한 배설물’로 여겨 지는 세계를 그린 『소멸세계』 등 작가의 이력서는 설정만 들어도 헉 소리가 나며, 실제로 읽으면 정신이 아득해지는 작품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실험적인 작품들 속 등장인물 역시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정상’에서 한 발짝 비껴나 있는 이들이라, 솔직히 말하자면 작업하는 내내 물음표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불편한 감정에 시달려야 했다. ‘그녀는/그는 어떻게 그런 생각 을 했을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끊이지 않는 의문들은 작업을 끝낸 뒤에도 계속 이어졌다. 심지어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하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인물들을 묘사할 수 있다는 건, 바꿔 말하면 ‘정상’이라 일컬어지는 것들의 실체와 그 문제점을 적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의도된 불편함은 너무도 당연시되는 현실에서 강제적으로 눈을 돌리게 함으로 써 일상적으로 의식하지 못했던 억압적인 구조를 환기시키고 있다.

 

그 억압적인 구조란 작가의 말처럼 ‘보통 사람’이라는 규격에 맞지 않는 인간을 배제시키는 현대 사회의 질서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 ‘보통’의 폭력성을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게 되는 이는 사회의 약자들일 것이다. 약자인 여성의 입장에서 무라타 사야카는 사회의 ‘보통’, 즉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규범을 노골적이고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인 『소멸세계』는 성애가 사라지고 인공 수정을 통해 번식을 하게 된 사회를 그리고 있다. 일견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지배하는 규범이나 가치에 대한 긍정이나 회귀를 말하는 건 아니다. 남성 역시 인공 자궁을 통해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된 이 세계에서 모성은 더 이상 여성의 본능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본능이라 말해졌던 그것은 세계의 시스템에의 종속일 뿐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여성을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개개인이 아니라 어떠한 하나의 기호로서 뭉뚱그리고 있다.


결혼, 출산, 가족…. ‘본능’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정해진 틀에 구겨 넣는, 이교와도 같은 시스템을 해체하고 파괴함으로써 그 너머의 외부를 상상하는 욕망을 제시한다.

 

관습과 상식이 지배하는 세상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억지로라도 이 세상에 발붙이고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존재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던 외부를 꿈꾸게 하는 상상력. 그것이 무라타 사야카 작품의 힘이자, 지금 이 시대에 문학을 쓰고 읽는다는 행위에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소멸세계무라타 사야카 저/최고은 역 | 살림출판사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자, 무라타 사야카가 꿈꾸는 ‘유토피아’ “이곳은 ‘여성과 남성’ ‘결혼과 비혼’ ‘임신과 출산’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가치가 소멸하는 신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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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고은(번역가)

소멸세계

<무라타 사야카> 저/<최고은> 역11,700원(10% + 5%)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자, 무라타 사야카가 꿈꾸는 ‘유토피아’ “이곳은 ‘여성과 남성’ ‘결혼과 비혼’ ‘임신과 출산’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가치가 소멸하는 신세계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탐닉해온 『편의점 인간』의 무라타 사야카, 이번엔 ‘가족’과 ‘결혼’ 그리고 ‘출산’에 주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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