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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록해주지 않는 엄마 감정부터 들여다봐요

『한밤중의 육아일기』 허지애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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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엄마’라는 직업이 처음엔 생산직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좀 더 겪어보니 관리직이었고, 어느 순간에는 ‘완전한 서비스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2017.10.26.)

 

한밤중의 육아일기  사진 1.jpg

 

‘육아일기’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날짜는 아이가 태어난 지 며칠 되었는 지로 세고, 먹이고 재우고 씻기는 단순한 일들이 얼마나 스펙터클해질 수 있는지 하소연하며, 뒤집고 기고 서고 말하는 아이의 발달 상황을 꼼꼼히 기록하는 가운데 바쁜 육아 일상 틈틈이 엄마로서의 보람과 행복을 슬쩍 끼워 넣는 그런…. 하지만 소로소로 허지애 작가의 『한밤중의 육아일기』는 그런 보통의 육아일기와는 좀 차이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보다는 육아를 경험하며 갖게 되는 복잡다단한 감정과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는 과정을 더욱 섬세하게 그렸다. 미숙한 초보 엄마로서의 실수와 마음 졸임, 엄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답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 아이를 키우면서 비로소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된 친정엄마에 대한 애틋함, 전업주부 신세이지만 언젠가 백조처럼 날아오를 날을 그리는 경력단절녀로서의 꿈, 연애와 결혼, 출산과 육아를 함께하며 조금씩 색이 바뀌어가는 남편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 네이버포스트에 연재된 소로소로 허지애 작가의 〈하루 한 컷 한 줄 일기〉는 이처럼 초보 엄마의 육아 감정을 생생히 담아내 2만 팔로워, 누적 조회수 500만을 기록하며 수많은 엄마들의 열렬한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한밤중의 육아일기』를 쓴 허지애 작가는 지금 이 시간에도 고군부투하고 있는, 하지만 아무도 기록해주지 않는 오늘을 살아내는 엄마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육아일기와 달리 육아를 하고 있는 엄마의 생각과 감정을 더 자세히 다룬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확실히 유년시절을 한 번 더 겪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 시절 좋았던 경험, 후회스러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를 대하게 되는데, 인생을 다시 한 번 새롭게 살아볼 수 있는 기회죠. 1인분의 몸과 마음으로 2인분 이상의 삶을 챙기며 고군분투해야 하니 참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속으로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저는 ‘엄마’라는 직업이 처음엔 생산직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좀 더 겪어보니 관리직이었고, 어느 순간에는 ‘완전한 서비스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보람과 감동의 순간도 많지만 대부분의 시간 아이 앞에서는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로 살아야 하죠. 그래서 제 육아일기에는 엄마로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절제해야 했던 제 감정 특히 저 자신이 아니면 아무도 기록해주지 않을 것들을 모두 쏟아부었어요.

 

육아일기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 꾸준히 일기를 쓰곤 했는데, 아이를 낳고 겨우 두 달이 지나 남편 직장 때문에 제주로 내려가게 되었어요. 문득 영화 〈서편제〉에서 주인공 아버지가 딸이 깊은 소리를 내도록 하기 위해 눈을 멀게 했던 내용이 떠오르더라고요. ‘아, 지독하게도 외롭게도 해주는구나. 일기에 한이 서리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죠.


낯선 제주도에서 혼자 아이를 돌보며 두어 시간 간격으로 젖을 물리고 5분 짬을 내서 볼일을 보고 다시 젖을 물리려고 밥을 챙겨 먹으면서 문득 ‘어미’로만 살아가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그리곤 어미가 아닌 그냥 사람으로 뭔가를 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쳐 올랐죠. 엄마 노릇을 하느라 지쳐 내 안에 쌓여가는 응어리를 풀 곳이 필요했죠. 처음엔 웹툰을 연재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단 핸드폰에 있는 사진들을 모아 〈고강도 옥중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림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지 않아서 〈하루 한 컷 한 줄 일기〉 시리즈도 시작했어요. 덕분에 이렇게 한 서린 일기를 책으로까지 내게 됐네요.

 

한밤중의 육아일기 사진 2.jpg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는 일상을 한 장의 그림과 한 줄의 글로 포착해내는 콘셉트가 흥미로운데요, 책을 쓰면서 어떻게 영감을 얻고 소재를 찾는지 궁금합니다.


소재야 널렀죠. 아이와 함께하는 1분 1초가 제 일기의 소재가 됩니다. 때로는 장면이 먼저 생각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내용이 먼저 생각이 나기도 해요. 두 가지가 동시에 떠오를 땐 일기가 일사천리로 완성되죠. 그렇지 않을 땐 생각 모드에 들어갑니다. 아이를 돌보는 틈틈이 잠자리에 들 때까지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해요.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요.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어려워요. 아이와 붙어 있다 보면 생각할 틈이 잘 나지 않으니까요. 광고 용어 중에 “인사이트”라는 것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여 선생님의 치마 속을 거울로 보려하는 남학생들의 인사이트는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듯 치마 속을 보고 싶은 호기심이 아니에요. 그보다는 친구들 사이에서 영웅이 되고 싶은 심리가 더 커요. 이 육아일기를 쓰면서 스스로 제 행동에 대한 인사이트를 파악하는 일이 제일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렸어요. 자기 마음은 원래 자기 자신도 잘 모르는 법이니까요.
 

흔히 ‘낮버밤반’, 낮에 버럭하고 밤에 반성한다고 하는데, 이 책을 보면 아이에게 크게 화를 내거나 잘못한 일을 뒤늦게 후회하고 반성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결혼 전 제가 느꼈던 감정의 폭이 0에서 10까지였다면 엄마가 되고 나서 느낀 감정의 폭은 마이너스 100에서 플러스 100이었어요. 이런 저와는 정반대로 남편은 감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스타일이에요. 항상 50 정도의 중간에서 왔다 갔다 해요. 정말 존경스러워요. 아빠와 엄마의 차이라기보다는 성격의 차이인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다혈질인가 봐요. 그런데 우스운 건 제 자신이 다혈질이라는 걸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다는 점이에요. 아이를 낳기 전에는 감정이 0에서 10 사이만 왔다 갔다 하니 이런 제 모습을 알 턱이 없었죠. 육아를 하면서 비로소 알게 된 부분이에요. 이렇다 보니 육아일기에도 버럭 한 후 뒤늦게 후회하는 이야기가 많이 담겼어요.

 

한밤중의 육아일기 사진 3.jpg

 

특히 친정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드러난 일기에서는 코끝이 찡했습니다. 엄마가 되고 나서 친정어머니에 대한 생각이나 이해가 보다 깊어진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제가 욱하고 다혈질인 것에 반해 친정엄마는 오히려 감정을 숨기는 것에 익숙한 분이죠.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다 보니 엄마의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서도 잘 몰랐어요. 그런데 엄마가 되고 보니 ‘예전에 우리엄마가 이래서 그랬던 거구나…’ 하고 뒤늦은 깨달음을 얻게 되곤 했어요. 일회용 기저귀 쓰면서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며 하는 육아도 이렇게나 힘든데 우리 엄마는 정말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돌이켜보면 그 시절 엄마는 자기편이 별로 없었고 생활 속에 자기 자신도 없었던 것 같아요. 책이 나오니 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참고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


『한밤중의 육아일기』를 쓰면서 처음에는 딸 윤아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엄마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요. 나아가 우리 엄마의 엄마인 할머니 이야기까지도요. 신기하게도 아이를 대하는 엄마의 마음은 엄마의 입장에서가 아닌 아이의 입장에 섰을 때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남편의 육아 참여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남편은 육아에서는 뒷전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게다가 아이를 낳고 나면 남편과의 관계도 연애 때나 신호 초기 때와는 아무래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책에서 매우 솔직하게 다루고 있더라고요.


대부분의 일기는 영감이 떠올라서 쓰는데 어느 날 ‘남편에 대한 고마움’에 대해서도 한번 일기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노트에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라고 쓰고 일기를 써보려고 했는데 결국 밑줄만 수백 번 긋다가 말았어요. 아직까지도 그 주제에 대한 일기는 못 썼어요.


연애기간이 길어서 서로에게 많이 무뎌진 것도 있고, 남편 성격이 무던하고 기복이 없는지라 재미없을 때도 많았는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지금은 오히려 그런 남편을 존경하는 단계에 있어요. 저를 대하는 부분에서는 물론 서운한 점이 없진 않죠. 가끔 윤아에게 뽀뽀를 퍼붓는 남편을 보면 ‘자식이 많은 집도 아닌데 어째서 내 차례는 안 돌아오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거든요. 하지만 아빠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윤아를 키우는 3년 동안 우는 아이에게 한숨 한 번 쉰 적 없는 양반이에요. 그런 변함없는 모습 자체가 제게는 늘 도움이 많이 돼요. 물론 막상 그러한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일기로 쓰려고 하면 밑줄만 긋게 되지만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엄마들이 육아로 고군분투하고 있을 텐데요, 그런 엄마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육아란, 죽을 만큼 힘들었다가, 죽기 직전까지 힘들다가, 죽지 않을 만큼만 힘들게 돼요. 그러니 우리 모두 파이팅.


 

 

한밤중의 육아일기소로소로 허지애 저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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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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