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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포포를 만나러 가마쿠라로 가는 길

『츠바키 문구점』을 번역하다가 가마쿠라로 떠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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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요리를 소재로 한 소설로 힐링을 주었던 오가와 이토 씨, 이번에는 편지를 소재로 유통기한이 긴 평온함을 선물해주었다. 그녀의 소설은 언제나 착하게 살아야지, 밝게 살아야지, 긍정적으로 살아야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츠바키 문구점』도 그러하다. 더 많이 그러하다. (2017.09.11)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한 소설 『츠바키 문구점』에는 가마쿠라의 신사나 절, 맛집과 카페가 많이 등장한다. 심지어 ‘츠바키 문구점’을 제외한 모든 이름이 실명 그대로 나온다. 번역을 하는데 손은 키보드를 치고 있지만, 마음은 자꾸 가마쿠라 어느 신사나 카페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KTX 예매하여 부산 가듯이 제일 싼 항공권을 검색하여 예약하고, 며칠 뒤 휘리릭 도쿄로 날아갔다(작업 중에 소설 속 배경으로 여행을 떠난 것은 처음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의 마음속에도 가마쿠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침전물처럼 생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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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마쿠라역

 

휘리릭 날아가서 뚝 떨어진 도쿄 역. 가마쿠라는 도쿄 역에서 JR요코스카 선을 타고 오십오 분 걸린다. 신주쿠 역에서도 비슷하다. 생각보다 교통이 편리하고 가깝다. 나는 딱 하루 동안만 소설에 등장하는 곳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워낙 저질 체력이어서 몇 군데 갈 수 있을지 나 자신에게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필히 가야 할 곳으로 꼽은 데는 쓰루가오카하치만궁, 가마쿠라궁, 주후쿠사, 그리고 레스토랑 가든 하우스였다.

 

일단 역 앞 관광 안내소에서 한글판 가마쿠라 관광 지도를 한 장 얻었다. 착착 접힌 대형 지도로 모든 교통정보와 관광 정보가 상세하게 정리됐다. 심지어 유명 카페와 식당의 영업시간과 가격까지도. 이것 한 장만 있으면 가마쿠라 초행인 사람도 현지 주민처럼 척척 다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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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마치거리

 

관광 안내소 앞에는 버스 정류장이 있고 유명한 고마치 거리가 바로 보인다.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와 예쁜 카페와 식당이 즐비한 고마치 거리. 번화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고 그냥 아담한 골목길 같다. 포포가 바바라 부인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 달린 그 길. 가야 할 곳이 많으니 이 길은 그냥 통과하자, 라고 마음먹었지만, 마치 ‘츠바키 문구점’처럼 아담한 문구점을 발견하고 자석에 끌리듯 들어가서 편지지며 엽서 구경을 하느라 한참 시간을 보냈다. 손편지 보낼 일이 좀처럼 없지만, 여전히 편지지와 엽서를 보면 사족을 못 쓴다. 그렇다. 이 소설에 특히 애착을 느낀 것도 어릴 때부터 유난히 편지 쓰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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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러웨이

 

고마치 거리를 지나다 하치만궁으로 가려면 이쯤에서 꺾어야 하나 하고, 어느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 맛있는 카레 향과 함께 길게 늘어선 줄이 보였다. 혹시! 하고 보았더니, 역시 가마쿠라에서 가장 유명한 카레라이스 전문점 ‘캐러웨이’였다. 큐피 아빠가 가마쿠라의 카레집을 함께 탐방하자고 포포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 때 등장한 이름이기도 하다. 카레라이스는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얼마나 맛있는 냄새가 나는지 나도 줄 서서 먹고 싶어졌다. 그러나 꼭 가서 식사를 하기로 마음먹은 곳이 있었던 터라 아쉽지만 그냥 지나쳤다.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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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치만궁

 

포포가 봄이면 할머니와 꽃놀이를 갔던 곳이라는 와카미야 대로를 지나(양쪽으로 벚나무가 줄줄이 서 있다. 만개하면 정말 장관일 듯), 드디어 첫 목적지인 쓰루가오카하치만궁에 도착했다. 새파란 하늘, 주황색 도리이, 긴 계단 끝에 높이 있는 하치만궁, 배경은 초록. 그 선명한 색감이 너무 예뻐서 도리이를 통과하지 않고 한참이나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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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치만궁

 

쓰루가오카하치만궁에 가면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소설에도 나오는 그 은행나무였다. 배전으로 올라가는 계단 왼쪽에는 수령 약 1천 년에 높이 30미터, 둘레 7미터인 거대한 은행나무가 있었다. 가마쿠라 막부 3대 쇼군인 미나모토 사네토모의 암살범 쿠교가 이 은행나무 뒤에 숨어 있었다고 해서 ‘(쿠교가) 숨은 은행나무’라는 별칭이 있다. 역사의 무대이기도 했던 이 거대한 은행나무가 2010년 강풍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나무의 줄기를 4미터 정도 잘라 은행나무가 있던 자리 옆에 심어놓고, 원래 은행나무 자리에는 후계수를 심어놓았다. 그래서 전자를 ‘母은행나무’, 후계수를 ‘子은행나무’라고 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돌아가신 할머니의 대필업을 이어받은 포포와 비슷한 경우일지도. 마치 가마쿠라의 혼이라도 담긴 듯, ‘은행나무 재생 기원제’를 올릴 정도로 가마쿠라에서 애지중지하는 은행나무다. 역사와 사연과 정성이 담긴 은행나무이지만,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아, 이 나무가 그 나무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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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그펠트

 

가마쿠라궁에 가려고 버스 정류장을 찾아 큰길까지 걸어 나왔다. 사실 훌륭한 한글 지도도 길치인 내게는 무용지물이다. 환한 대낮에 더듬거리듯 걸어 나오다 무심코 시선을 돌렸더니 바로 앞에 ‘베르그펠트’가! 포포와 그 일행이 음력설 칠복신 순례를 할 때 식후 커피만은 꼭 그곳에서 마셔야 한다고 했던 남작의 추천으로 들렀던 그 카페. 삼십 년이나 된 곳이라고 한다. 카페 앞 미니 매대에서 배추를 팔고 있었다. 포기째 파는 게 아니고 4분의 1쪽짜리를 여러 개 늘어놓은 진짜 미니 매대다. 마침 주인인지 모르지만, 아주머니 한 분이 매대에 서 있어서 가마쿠라궁까지는 얼마나 걸리는지, 어디서 버스를 타는지 물어보았다. 말을 건 김에 『츠바키 문구점』에 이 가게가 나오더라고 했더니, “아, 종종 그 책을 읽고 오시더군요. 나도 책은 샀는데 아직 읽지 못했어요”라며 호호 웃었다. 역시 책을 읽고 조촐하게 순례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독일 빵과 소시지가 유명하다는데 잠시 들러서 먹어보면 좋았겠지만, 갈 길이 멀어서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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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마쿠라궁

  

버스로 가마쿠라 궁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쓰루가오카하치만궁의 그 컬러풀함과 달리 그냥 흔히 보는 일본의 신사였다. 이곳에서는 가마쿠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포포도 이십 대 후반이 돼서야 처음 해보았다는 ‘야쿠와리이시’를 던져보았다. 야쿠와리이시란 ‘액을 깨는 돌’이라는 뜻으로, 간장 접시처럼 얇고 작은 접시에 아픈 곳을 얘기하고(속으로) 입김을 불어넣어 옆에 있는 돌(야쿠와리이시)에 던져서 깨트리면 아픈 곳이 낫고 액이 날아간다나 뭐라나. 이용료는 접시 한 개에 100엔. 아주 얇고 작은 접시인데 희한하게 내 앞에 던진 어떤 아저씨의 접시는 제대로 깨지지 않고, 힘없는 내가 던진 접시는 산산조각이 났다. 그렇게 박살 날수록 좋은 것이라고 한다. 별것도 아닌데 기분이 좋았다. 칠복신 순례 때는 최고 연장자인 바바라 부인이 던진 접시가 가장 멋지게 깨졌다. 한 달 동안 계속됐던 기침감기가 가마쿠라에 다녀온 뒤 나은 것은 우연의 일치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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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든하우스

 

가마쿠라궁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가마쿠라 역으로 돌아왔다. 이제 슬슬 다리도 아프고 식사도 할 때가 됐고, 세 번째 목적지에 갈 시간이었다. 그렇다. 세 번째 목적지는 포포와 바바라 부인이 자전거를 타고 고마치 거리를 달려서 아침을 먹으러 간, 가마쿠라 역 뒤편에 있는 카페 레스토랑 가든 하우스! 알고 보니 가마쿠라 가이드북에 자주 실리는 유명한 곳이었다. 입구에 ‘멍멍이 웰컴’이라는 간판이 있어서 집에 두고 온 우리 나무(시추) 생각이 났다. 넓은 정원과 건물이 멋스러운 우아한 레스토랑으로, 실내에도 정원에도 손님들로 가득. 무려 12월 중순의 날씨인데 정원에서 식사를 해도 괜찮을 만큼 날이 따듯했다. 포포는 “가든 하우스는 슈퍼마켓 기노쿠니야의 모퉁이를 돌아 스타벅스 바로 앞에 있다. 이 계절, 저 너머에 펼쳐진 한가로운 정경의 산을 바라보면서 정원 테라스 자리에서 하는 식사는 즐겁다”라고 했다. 나도 기왕이면, 하고 정원 테라스 자리에 앉았다. 의자마다 따듯한 무릎 담요가 놓여 있었다. 음식도 맛있고 깔끔하고 예뻤지만, 세세하게 웰빙에 신경을 많이 쓰는 식당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를테면 함박스테이크에 나오는 샐러드는 채 썰어서 익힌 당근만 수북하게, 밥은 100퍼센트 현미, 딱 봐도 건강식이다. 가격은 그리 싼 편이 아니다. 런치타임에 1,600엔 정도가 가장 저렴한 가격대였다. 혹시 빈곤 여행을 한다면 식사는 캐러웨이의 카레라이스를 추천한다.

 

가든 하우스에서 우아하게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에 바바라 부인이 잘 가는 기노쿠니야에도 들어가보았다. 기노쿠니야는 고급 슈퍼마켓(전국 체인점)이다. 일본에서 가난한 신혼 시절을 보낼 때, ‘아, 이런 데서 장 보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 하고 동경했던 곳이다. 진열된 물건의 때깔과 급이 다른 만큼 가격이 여느 슈퍼마켓보다 많이 비싸다. 이날은 연말 와인 파티용 음식들이 죽 진열되어 있었다. 역시 기노쿠니야구나, 감탄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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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후쿠사

 

그다음에 간 곳은 주후쿠사였다. 가마쿠라 역에서 걸어서 칠 분 정도 걸린다. 직진이어서 길 찾기는 쉽다. 가마쿠라 막부를 연 미나모토노 요리토모의 부인이 지은 절로, 포포의 할머니가 가마쿠라에서 가장 좋아한 곳이라고 한다. 할머니에 대해 나쁜 기억만 있는 포포에게 유일하게 할머니가 어린 시절에 업어준 따스한 기억이 있는 곳이다. 중문까지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어 참배 길을 산책하는 정도만 할 수 있다. 울창한 숲 사이로 구불구불 난 좁은 길이 마치 그림엽서처럼 예쁘다. 가마쿠라 5산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찰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는 아니어서 고즈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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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꽃

 

아, 가마쿠라에는 곳곳에 동백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학교 운동장 철망에도, 가정집 담장에도, 가게 앞에도. 그래서 『츠바키 문구점』이라는 제목을 작가는 생각했을까. 가마쿠라는 이렇게 다녀오고 말 곳이 아닌데, 다시 한 번 여러 날 동안 여유롭게 갈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 소설을 읽고 당장 가마쿠라로 떠날 계획을 세우는 분도 계실 테고, 떠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갈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분도 계실 것 같아서, 가시는 분들에게는 가이드가 되고(될까요?) 못 가시는 분들에게는 대리만족(턱도 없겠지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옮긴이의 글을 허접한 여행 후기로 대신했다.

 


 

 

츠바키 문구점오가와 이토 저 / 권남희 역 | 예담
문구를 파는 평범한 가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대로 편지를 대필해온 츠바키 문구점을 중심으로 가마쿠라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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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권남희(번역가)

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저/<권남희> 역12,6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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