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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어느새 소속사의 간판

레드벨벳 'The Red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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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앨범이라는 제약을 감안하면 수록곡들의 면면은 준수하다. 다만 「빨간 맛」외에는 대중의 관심도 차트 장악력도 약한 점이 아쉬울 뿐이다. (2017.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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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벨벳의 이번 앨범 가사를 찾아보다가 「빨간 맛」 노래 가사를 각 멤버 파트에 따라 색으로 분류해놓은 글을 보았다. 「빨간 맛」은 크게 보면 각 멤버들이 한 번씩 돌아가며 부르는 절과 모든 멤버들이 합창을 하는 후렴구로 이루어진 곡인데 독특한 점은 후렴구가 특별한 화음 없이 유니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훅의 멜로디가 큰 임팩트를 주는 노래이고 랩 파트를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벌스들이 눈에 덜 띄기 때문에 일률적인 합창으로 진행되는 훅은 묘한 감상을 준다. 각 멤버의 개성을 살리는 방향이 아니라 레드 벨벳으로의 일체감에 더 중점을 둔 듯한 느낌적인 느낌.

 

싱글 리뷰에서의 설명을 되풀이 하는 감이 있지만 「빨간 맛」은 좋은 곡이라는 사실부터 이야기 해야겠다. 곡의 도입부부터 포인트(정확히 말하자면 후렴구 멜로디)를 확실히 부각시키는데 곡 구성과 완급 조절이 좋아서 훅의 멜로디가 잘 살아난데다가 후반부 웬디가 ‘그러니 말해’ 하면서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덕분에 드라마틱한 곡 전개가 완성되었다. 데뷔곡 「행복」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무난한 팝 노선을 택한 덕분에 거부감 없이 누구에게나 잘 들리는 노래다.

 

여타 수록곡들은 「여름」이라는 주제에 포커스를 맞추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기존의 미니앨범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인다. 「You better know」는 타이틀보단 한층 차분한 분위기를 택하면서도 후렴구를 통해 호소력을 얻는다는 점에서 이전 앨범의 「Little little」을 떠올린다. 「Zoo」는 빌보드 차트 상위권의 EDM 음악을 과감하게 차용하는데 제법 잘 따라한 결과물이다. 레퍼런스 자체가 식상하고 뻔하다는 한계에 눈을 감을 수 있다면 소위 말하는 트렌디한 팝을 레드 벨벳의 목소리로 듣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바다가 들려」 역시 차분한 마무리를 하면서 레드 벨벳 앨범 특유의 완결성을 거둔다. 미니 앨범이라는 제약을 감안하면 수록곡들의 면면은 준수하다. 다만 「빨간 맛「외에는 대중의 관심도 차트 장악력도 약한 점이 아쉬울 뿐이다.

 

앨범에 대해서는 준수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빨간 맛」의 여운이 너무 좋은 나머지 <Russian Roulette>이 떠오르기도 하는 등 앨범 자체에 실망하는 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동안 레드 벨벳의 스탠스는 조금씩 달라진 듯하다. 바야흐로 걸그룹이 살아남기 어려운 시기가 다시 온 것이다. 얼마 전만 해도 첫 출발하는 걸그룹의 태반은 허수였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탓에 이제 갓 데뷔하는 걸그룹이라도, 신생 중소기획사라도, 평균 이상의 인지도를 가진 인원 하나씩은 포함하고 있다. 한 그룹내의 팬덤이 멤버 전체에 고르지 않고 몇몇 멤버를 핵 삼아 기형적으로 형성되었고, 한정된 대중은 기존의 그룹들조차 제대로 소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좋든 싫든 걸그룹들은 지속적으로 데뷔하는 뉴페이스들을 상대로 파이 싸움을 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미 파급력과 인지도가 충분한 레드 벨벳에게 급선무는 지속가능성의 획득일지도 모른다. 같은 소속사 출신 선배 걸그룹들에게 지금 당장 활발한 활동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SM은 레드 벨벳의 지속적인 성공에 힘쓸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선 멤버 중 튀는 개인을 만드는 것보단 그룹 전체를 부각시키는 것이 효과적인 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 서두에서 언급한대로 <The Red Summer>는 레드 벨벳이라는 하나의 그룹에 방점을 더 찍는 앨범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들의 타겟이 센세이셔널한 성공보다 롱런 자체에 있다면 <The Red Summer>는 적절한 방향이다. 콘셉트 결정에 갈팡질팡하던 새내기 그룹이 어느새 소속사의 간판 걸그룹이 되는 3년이라니, 시간이 새삼 빠르다.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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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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