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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연락한 작가

『플랑드르 화가들』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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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너무 두꺼워지면 안 된다며 마케터가 마지막 순간까지 압박을 해왔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버텨 간신히 412쪽에서 타협을 했다.(2017.07.25)

 

플랑드르.jpg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작년 늦가을 어느 날, 정말 오랜만에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는 작가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언젠가 서점에서 『루르몬트의 정원』이란 에세이를 보고, 네덜란드에 대한 책이라기에 바로 집어 들었던 적이 있다.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는 저자가 쓴 생활 에세이였는데, 유익한 내용도 많아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왠지 마음이 끌려서 저자의 메일로 이메일을 보냈다. 또 다른 집필 계획이 있는지, 그렇다면 두 번째 책은 뮤진트리에서 만들고 싶다고. 저자는 내 제안을 마음에 품고 있겠노라고 답을 보내 왔고, 그로부터 6년이 흐른 후 그 두 번째 원고가 준비되었다는 메일을 보낸 것이다. 이번에는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화가들의 도시에 대해 썼다는 설명과 함께.

 

그 6년 동안 나는 60여 권의 책을 만들었는데, 내가 선택한 책들은 늘상 재미보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잘 팔리는 쪽보다는 MD가 안타까워하는 책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어쩌다 내가 고른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고른, 나의 기준만이 아닌 책을 낼 때면, 주변 사람들에게 호언하곤 한다. 이번 책은 잘 팔릴 거라고. 물론 잘 되면 ‘잘 결정한 덕’이고, 살짝 아쉬우면 ‘다양한 시도’인 거다.

 

하여간 『플랑드르 화가들』의 원고는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저자가 엄선한 그림과 틈틈이 답사하며 찍은 사진을 글 앞뒤에 적절히 배치하느라 여러 차례 수정을 거듭한 끝에 도톰한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일부 그림에 대해서는 저작권 사용 허락도 받아야 했고, 최대한 해상도가 높은 파일을 찾는 수고로움도 꽤 감수해야 했다. 책이 너무 두꺼워지면 안 된다며 마케터가 마지막 순간까지 압박을 해왔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버텨 간신히 412쪽에서 타협을 했다. 어쩔 수없이 들어낸 그림과 사진들은 아깝지만 블로그와 포스트에서 다시 되살려보기로 마음을 달래며.

 

저자는 사진을 들어내자고 할 때면 특히 말줄임표가 이어지는 카톡을 보내오곤 했는데, 발품 팔아가며 찍은 사진들이니 왜 안 그렇겠는가.

 

그러나 이번 책 역시 나의 취향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호언을 살짝 물리긴 해야 할 모양이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화가들 12명과 그들의 도시를 이야기하는데 음식이나 맛집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고,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설명도 길지 않다. 작품 설명이야 인터넷을 검색하면 넘치도록 많으니 구구절절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겠지만, 전체를 훑어봐도 맥주라는 단어 몇 번 나오고 치즈에 대한 언급은 고작 두 번이 전부다.

 

네덜란드 하면 마을의 광장에 쌓여 있는 넙적하고 둥그런 노란 치즈 덩어리들이 떠오르고, 벨기에는 그 어느 곳 못지않게 맛있는 맥주로 유명한 나라 아닌가.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소개할 때 불고기와 비빔밥이 우선 거론되지만 정작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즐기는 음식은 아니듯이, 저자 역시 10년 넘게 네덜란드에 살다 보니 그들이 아끼는 진짜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그래서 저자는 세상 그 어느 도시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도시를 사랑했던 화가들과, 오늘날까지 그들을 자랑스러워하는 도시의 이야기에만 집중하기로 한 것일까. 덕택에 우리는 렘브란트ㆍ루벤스ㆍ얀 판 에이크처럼 우리가 익히 아는 화가들뿐만 아니라, 개성 넘치는 농민화의 대가 브뤼헐, 「슬퍼하는 남자」를 그린 엔소르, 그리고 몬드리안, 마그리트 등의 삶과 그림과 흔적들을 이 책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도시의 골목마다 다양한 갤러리들이 있고, 그림은 특권층의 기호품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느끼고 즐기는 소품이라 생각하는 곳, 전통을 간직하고 소박함을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면서도 첨단의 디자인을 선보이는 사람들, ‘플랑드르 화가들’만으로도 충분히 자손만대 누리고 살 플랑드르 사람들. 이쯤에서 다른 호언은 물리더라도 한 가지만은 장담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반 고흐의 준데르트와 제임스 엔소르의 오스텐더는 꼭 가보고 싶어질 거라는 것.

 

“어휴, 그거 또 독특한 취향이시라니까요~”
“아 글쎄,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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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남주(뮤진트리 편집자)

‘일희일비하지 말자’를 일상의 지침으로 삼고, 책을 고르고 만듭니다.

플랑드르 화가들

<금경숙> 저16,200원(10% + 5%)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중심으로 활동한 플랑드르 화가 12명의 삶을 살펴보고 그들의 도시들을 탐색한 책이다. 북해 연안의 저지대에서 그들만의 독자적인 화풍을 일궈 낸 플랑드르 미술의 거장들. 저마다 ‘화가들의 도시’임을 최고의 자랑으로 내세우는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유서 깊은 도시들. 이 책은 그 도시에서 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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