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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유, 첫번째 분리 연습

아이들의 수용 능력과 자기-통제의 욕구는 정말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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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유하기 이전까지 아이와 내가 채워온 수유의 시간이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는 점이다. 그 만족감이 이후 여러 분리의 단계에서도 힘이 되어주리라고 믿는다.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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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가 그렇게 논쟁적인 이슈인 줄은 아이를 낳고 키우기 전엔 미처 몰랐다. 나는 의외로 교과서적인 인간이라 여러 육아책에서 WHO와 UNICEF라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2년 이상의 모유수유를 권장한다는 내용을 보고 나서 바로 모유수유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몇 가지 어려움들이 있었으나 결정한 대로 밀고 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 모유수유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지면의 제약을 핑계 삼아 요점만 말해보면, 어쨌든 나의 경우에 모유수유는 아이와 좀더 연결되어 있고 싶은 욕구를 달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아이와 장시간 떨어져 있어야 하는 직장맘들에게 모유수유를 권하고 싶다)

 

부모가 되는 일의 어려움 중 하나는 타인(아이)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들을 끝도 없이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답은 없지만 자신들에게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해 모든 부모는 각자가 지닌 최선의 지혜를 동원한다. 수유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만큼이나 단유의 시기와 방식을 결정하는 것 역시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언제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아이와 엄마와의 관계가 달라진다. 아이는 자라면서 단계적으로 부모의 품을 빠져나가는데 단유는 (출산을 제외하면) 초기의 가장 중요한 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상관계 이론에서 초기 분리의 경험에 주목하는 것, 특히 멜라니 클라인이 ‘젖떼기’의 경험을 강조한 것은 매우 그럴듯하다.

 

나는 여러 사람들(회사 동료, 시터 아주머니, 남편)의 배려와 여러 도구(가령 핸즈프리 기능을 탑재한 자동유축기)와 기술(가령 통곡 마사지 기술)의 도움에 힘입어, 직장에 다니며 2년간 모유수유, 이른바 ‘완모’를 할 수 있었다. 아이가 18개월 되던 여름부터 그해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와서 잘 컸다고 선물을 주고 대신 엄마 쭈쭈는 가져갈 거라고 간혹 이야기한 적이 있다. 사실 그냥 되는 대로 지어낸 이야기였을 뿐 정교하게 고안된 계획은 전혀 아니었다. 그러다 정말로 12월 하순 아이가 감기에 걸렸는데 모유를 먹으면 설사 증상이 심해져서 바로 단유를 감행하게 되었다. 즉흥적인 결정이라 아이가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못한 것 같아 걱정을 했지만, 실은 내가 더 걱정이었다.

 

대한민국 영유아 엄마들 전체가 가입되어 있는 듯한 인터넷 카페 ‘맘*홀릭’에 따르면, 단유법에는 ‘곰돌이 단유법’과 ‘밴드 단유법’ 등이 있다. 말 그대로 엄마 쭈쭈에 곰돌이를 그려놓고 이제 쭈쭈는 곰돌이 것이라 못 먹는다고 하거나, 밴드를 붙이고 엄마 쭈쭈가 아파서 못 먹는다고 하는 방법이다. 그림에 소질이 없는 나는 후자를 택해, 잠들기 직전 수유 타임에 아이에게 이제 더 이상 쭈쭈를 먹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는 서럽게 울었지만, 쭈쭈를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는 상황 자체는 수용했다. 안고 두 시간쯤 노래를 부르며 달래주자 아이가 잠들었고, 그 후로 거의 두 시간에 한 번씩 깨서 울다 지쳐 잠들기를 반복했다.

 

그동안 항상 수유를 하며 아이를 재웠기 때문에(육아책에서 절대로 하지 말라는 방법이지만 이것만큼은 책대로 할 수가 없었다. 이에 대해서는 또 언젠가 쓸 기회가 있으리라), 실은 이때가 아이가 누워서 잠드는 것을 내 눈으로 처음 본 순간이었다. 너무나 감동적일 것만 같은, 머릿속으로 늘 상상해보려 해도 잘 되지 않던 모습이었는데, 어쩐지 너무 평범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광경이어서 의아했다. 그러나 그 기적의 의미를 충분히 곱씹어보기도 전에, 우리 삶에서 그런 순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고 웅변하듯, 아이는 갑작스럽게 잠에서 깨어 대성통곡을 하곤 했다. 인생은 새옹지마, 일희일비 하면 안 된다는 삶의 교훈을 육아를 통해 가장 생생하게 깨달았다.

 

비슷한 패턴으로 1주일 정도를 지내는 동안 엄마인 나의 평균 수면시간은 3시간이 될까 말까 했다. 하루는 좀 괜찮고, 하루는 안은 채로 밤새 서 있으라 하고, 그렇게 애 비위 맞춰가며 열흘쯤 버티다 보니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도 천천히 마음 정리가 되었던 것 같다. 젖떼기는 아이에게만이 아니라 엄마에게도 충격이다. 또 아이의 신체적 리듬만큼이나 엄마의 신체적 리듬도 총체적으로 재조정되어야 하는 사건이다. 아이가 어떻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어떻게 스스로 잠들어야 할지 몰라 울부짖을 때, 그 아이를 안고 흔들고 노래를 부르며 엄마도 어떻게 이 아이와 나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할지 가늠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본질적인 신뢰관계, 애착관계는 변함이 없음을 서로 충분히 확인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이제 조금씩 품에서 빠져나가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기간. 그 열흘은 그런 기간이었다.

 

2주쯤 되는 날부터 아이를 안아서 달래지 않고 그냥 눕혀서 재우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도 인터넷카페에서 다른 엄마들의 알려준 여러 스킬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어느 시점부터 아이는 혼자서 스르륵 잠들게 되었는데, 그게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우리가 정말로 간절히 소망하는 어떤 순간이란, 예술적인 어떤 ‘멈춤’의 시간이 아니라, 이렇게 일상을 통과하며 자연스럽게 흐르는 시간이라는 생각도 했다. 결국 아이는 새벽에 깨서도 조금 칭얼거리다가 금방 잠드는 착한 아기가 되었고, 나 역시 2년간의 밤중수유로 새벽에 몇 번씩 깨던 습관을 버리고 밤새 깨지 않고 통잠을 자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한 달여에 걸친 단유가 마무리되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아이들의 수용 능력과 자기-통제의 욕구는 정말로 대단하다. 아이는 그 후 단 한 번도 젖을 달라고 맨 정신에 요구한 적이 없다. 젖을 떼고 3주쯤 지난 무렵 너무 졸린데 잠을 못 이뤄서 미칠 것 같았는지, "엄마 쭈쭈 줘, 엄마랑 코 자자!"라고 딱 한 번 실언한 적은 있다. 그러나 그 전후로는 단 한 번도, 젖 달라는 의미를 함축하던 모든 종류의 언어 사인을 한 적이 없다. ‘엄마 가서 코 자자’, ‘엄마랑 코 자자’, ‘빨간 소파(밤중 수유 장소)에서 코 자자’, ‘쭈쭈 주세요’, ‘왼쪽 쭈쭈, 오른쪽 쭈쭈’ 등등 이전에는 입에 달고 살았던 이 모든 말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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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옛날 그 시절이 어렴풋이 기억나고 그리울 때면 이렇게 상황을 정리해서 말로 반복해보기도 했다. “엄마 쭈쭈 아파. 키티 밴드 붙였어. 그래서 **이가 울었지?” 그래서 내가 “맞아. 그런데 여울이는 이제 다 컸으니까 괜찮지?”라고 하면 또 내 머리를 막 쓰다듬으며, “괜찮아, 괜찮아~”라고 하는 일종의 반복 의식(儀式)이었다.

 

단유를 하면서 나는 육아에서 하나의 큰 고비를 넘었다고 느꼈다. 한편으로는 아이가 너무 빨리 쑥 커버렸다는 허전함도 한동안 지속되었다. 하지만 이런 연습을 통해 아이가 한 인간으로 독립하고 우리가 잘 분리될 수 있겠구나 싶은 설렘도 맛보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유하기 이전까지 아이와 내가 채워온 수유의 시간이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는 점이다. 그 만족감이 이후 여러 분리의 단계에서도 힘이 되어주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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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희진(인문서 편집자)

6세 여아를 키우는 엄마이자, 인문서를 만드는 편집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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