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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

『비하인드 도어』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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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스릴러들과는 조금 결을 달리하는 이 소설은, 한마디로 피 한 방울 없이도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나는 처음 번역 원고를 읽으며 엄청난 괴로움을 느꼈다. 육체적 폭력도, 잔인한 살인도 없이, 읽는 사람을 이렇게나 힘들게 하는 소설이라니. (2017.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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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주체적인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더욱 사랑받고 있다. 최근 극장가에도 「원더 우먼」, 「엘르」, 「악녀」 등 여성 주인공만을 내세운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더 이상 주변적인 인물로 머물거나, 남자 주인공을 돕거나, 희생되고 폭력을 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입체적이고도 주체적인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스릴러 소설에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영화로도 성공한 소설 『걸 온 더 트레인』 , 『나를 찾아줘』 에서는 입체적이고 주체적인 욕망을 지닌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 소설들과 『비하인드 도어』는 여자가 남자를 죽이지만 처벌받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녀들은 폭력의 대상으로 희생되지도 않고, 더 이상 인내하지 않는다. 자신의 욕망과 필요에 의해 치밀하게 움직인다. 독자조차도 그녀를 제대로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 가만히 앉아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는다. 치열하고 또 섬세하게 결정하고, 행동한다.

 

주인공 그레이스는 영화 <원더 우먼>, <악녀>의 그녀들처럼 초인적인 힘을 갖고 태어나거나, 남들보다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다. 남들과 같은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사는 여성이었다. 이야기의 초반 그레이스는 오히려 답답하고, 조금은 수동적이기도 하고 폭력 앞에 무기력한 여자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레이스에겐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너무나 사랑하는 동생이 있었다. 그레이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그 존재를 지키기 위해 무기력하던 절망의 상태에서 벗어나 점차 강해져 간다. 이 이야기는 어떤 강력한 악을 만나면서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려 애쓴 여성의 힘겨운 싸움의 기록이다. 나는 그녀가 특별하게 뛰어난 여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이야기가, 소설 속 그녀가 더 마음으로 와 닿았다.
 
일반적인 스릴러들과는 조금 결을 달리하는 이 소설은, 한마디로 피 한 방울 없이도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나는 처음 번역 원고를 읽으며 엄청난 괴로움을 느꼈다. 육체적 폭력도, 잔인한 살인도 없이, 읽는 사람을 이렇게나 힘들게 하는 소설이라니. 그리고 중간쯤 읽어나갈 때 생각했다. “교묘한 심리적 폭력은 때론 육체적 폭력보다도 더 끔찍할 수 있다.” 어쩐지 스릴러의 문법에서 조금 벗어난 듯한,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주체적으로 변해가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지는 심리스릴러. 그래서 처음 『비하인드 도어』의 원고를 읽었을 때, 틀림없이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좋아해줄 거라는 선명한 확신이 들었다.

 

소설 속 주인공 그레이스와 더불어 소설을 쓴 작가, B. A. 패리스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덧붙이고 싶다. 그녀는 5명의 딸을 키워낸 엄마다. 지난한 육아의 시간을 마치고, 엄마로서 또 아내로서 또 은행원, 교사로서의 시간을 마무리한 후 50세에 첫 소설인 이 작품을 써냈다. 지금은 작가로 그간에 쓰지 못한 열정을 불태우듯이 써내려가고 있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쉰 살이다. 나는 이 세월 동안 아이들을 키웠다.
나는 이제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

 

이 말에 담긴 세월이 아득해서, 그녀가 가진 욕망이 너무도 선명해서 잠시 멍해졌다. “나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다.”던 그녀에게 글쓰기는 어떤 것이었는지 서면 인터뷰로 물었다. 그녀에게 글쓰기는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가 아니라 오직 그녀 자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흔한 얘기긴 하지만 그녀가 쓴 첫 소설은 출간을 제안한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흔한 얘기가 아니다. 그녀는 자비를 들여 자신의 소설을 아마존 킨들로 출간했다. 몇 년 전부터 아마존에서는 작가들이 자신의 원고를 직접 전자책으로 출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거절당한 원고를 들고 좌절하고 골방으로 들어가는 모습 대신, 엄청난 행운과 우연으로 인해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는 마법 같은 이야기 대신,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소설을 독자에게 드러냈다.

 

그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의 소설은 영국 아마존 킨들에서 3일 만에 10만 부가 팔린 뒤, 출판사들의 뒤늦은 작가 대접(?)과 함께 종이책으로 출간되어 3개월 만에 50만 부가 판매되고 지금까지 영국과 미국 시장에서 100만 부가 팔렸으며, 45개국에 판권이 수출됐고, 영화 판권도 계약되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소중한 것을 지키려 싸우고, 지난한 역할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이뤄내고 마는 놀라운 이야기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후기를 쓰는 사이, B. A. 패리스 작가에게 답신이 왔다.

 

“그 동안 가족들을 부양하며 나 자신과 벌어진 어떤 틈새를 채울 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채울 그 무언가, 그것이 나에게 글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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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양한나(아르테arte 편집자)

말단 편집자

비하인드 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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