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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걸 알면서도 책을 내는 미련한 편집자

『중국인은 왜 시끄러운가』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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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7개 언론사 북섹션에 리뷰가 실리는 기염을 토하며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작가도 책 기사를 한꺼번에 이리 많은 받은 건 처음이란다. 이 추세로 팔리면 다수의 예상을 뒤엎고 중쇄도 찍을 거 같다. (201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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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서 불쑥 문자가 왔다.

 

― 저 책 좀 내주세요.

 

오기사(오영욱 작가)가 이번엔 또 무슨 엉뚱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나? 친분 있는 출판사들이 여럿일 텐데 왜 굳이 나한테? 어쨌거나. 영욱is뭔들.

 

― 넵! 무슨 책을 내면 되나요?
― 중국 책이요.

 

주… 중국…? 순간 당황했다. 중국 책이면 한자 엄청 많은? 나 중국 한 번도 가본 적 없는데. 중국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데. 언제나 경솔한 나는 내용도 묻지 않은 채 벌써 내겠다고 답해버렸으니… 아니 뭐, 책 내기로 굳게 약속하고 계약서에 도장 찍고도 안 나오는 책이 부지기수잖아! 일망의 희망을 안고 조금 더 캐물었더니, 그는 이미 원고를 다 썼고 사진도 잔뜩 찍었고 스케치와 카툰도 수십 컷 그린 상태였다.

 

졸아든 마음으로 원고를 받아 읽었다. 난데없는 중국 얘긴데 뜻밖에 재미가 있었다. 분량이 좀 적긴 했지만 내용도 알찼다. 세계 30개국을 여행하고 베스트셀러 여행에세이 3권을 쓴 저자의 위엄은 옛말일지 몰라도 오기사 캐릭터가 어디 가겠나? 2년 동안 중국 11개 도시를 오가며 쓴 관찰기는 시종일관 유쾌했다. 간결한 문장으로 요점을 정리하고, 뼈있는 농담으로 정곡을 찌르고, 세계 각국의 고도(古都)을 두루 경험한 작가답게 능수능란한 비교분석도 해주고, 건축가이기에 가능한 관찰들도 신선했다. 평범해 보이는 골목 풍경에서도 그는 격하게 공감 가는 이야기를 참 쉽게 찾아냈다. 그는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중국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덩달아 나도 중국이 새롭게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원고의 내용 대부분에 대해 독자의 자세로 읽기만 하다 편집을 끝내는 건 도리가 아니지 않을까. 그렇다고 무슨 의견을 내기엔 워낙 아는 것이 없었다. 원고는 깔끔해서 손댈 곳도 없었다. 일없는 편집자 코스프레는 집어치우고 마케터 노릇이나 하자 싶었다. 중국에 대한 관심이나 반응을 조사해보기로 (뒤늦게) 맘먹고, 이곳 저곳 서점에 갈 때마다 MD들에게 살짝 원고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반응이 안 좋았다. 사실은 몹시 안 좋았다.

 

― 에세이 MD: 중국여행기요? 여행에세이로 중국은 되게 안 팔리는 나란데… 차라리 인문이 낫지 않을까요?
― 인문 MD: 역사문화기행이요? 중국 책은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데, 이건 좀 가벼운 에세이네요.
― 여러 MD들: 지금 사드 때문에 난린데, 왜 하필 중국이에요?

 

모두가 담당이 되지 않기 위해 서로서로 미루는 듯한 의혹마저 일었다. 그날 밤, 용기를 쥐어짜 작가에게 메일을 보냈다. 이 책, 망할 거 같아요. 다들 중국을 너무 싫어해요. 그냥 비호감인가봐요. 그러자 답이 이렇게 왔다.

 

― ㅋㅋㅋㅋㅋ 그래서 대표님한테 내달라고 한 거예요. 망할 걸 뻔히 알면서도 책을 내는 미련한 편집자잖아요.

 

그렇지, 그와의 전작(前作)이 좀 미련했지. 아니, 솔직히 뉴스에 나올 정도로 미련하긴 했어.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니야? 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흑.

 

그때부터 막 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망할 것을 예고 당했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다들 우스워했지만 작가가 지어온 제목 그대로 가고, 분야는 내 맘대로 인문으로 정하고, 그에 맞춰 원고를 보강해달라고 요청했다. 일주일 후, 사진 때문에 연락했는데 작가가 메신저로 답을 했다. “원고 보충하려고 지금 상하이에요. 담주에 베이징 가서 또 써올게요. 힘내세요~” 그랬다. 미련한 편집자는 난생처음으로 한없이 긍정적인 저자의 위로와 달램을 받으며 책을 만드는 희한한 체험을 했던 것이다.

 

손이 빠르고 부지런한 작가는 한 달 만에 인문서 콘셉트에 맞게 원고지 300매쯤을 더 써서 보냈다. 돌이켜보면 『중국인은 왜 시끄러운가』는 낙천적인 저자와 미련한 편집자의 대책 없는 의기투합 덕분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다행히 7개 언론사 북섹션에 리뷰가 실리는 기염을 토하며 절찬리에 판매중이다. 작가도 책 기사를 한꺼번에 이리 많은 받은 건 처음이란다. 이 추세로 팔리면 다수의 예상을 뒤엎고 중쇄도 찍을 거 같다.

 

무릇 여행기란 그곳에 가본 적이 없어도 그곳에 대해 얼마쯤은 알게 되고, 그 삶과 사람들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기사의 중국 책은 그 역할을 정확히 해내고 있다. 책을 만든 편집자가 그 첫 번째 사례임을 증언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작가가 고지도(古地圖)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책에 왕창 넣고 싶어 했는데, 내가 많이 뺐다.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늘 그렇듯, 후회는 없다.

 

<내가 만든 책> 한눈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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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수은(스윙밴드 대표)

국내 유수의 출판사들을 전전하며 편집자 생활을 했지만, 미련한 탓인지 자주 잘렸다. 아직 20년차도 안 됐는데,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창업했다. 출판사 이름은 고심 끝에 먹칠을 해도 대수롭지 않을 만한 것으로 가뿐히 정했다. 대개는 지하소극장에서 음울한 펑크록을 연주하는 인디밴드의 심정이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체조경기장을 뛰어다닌다. 음악서적전문출판사는 아니다.(가끔 투고 원고가 들어와서 밝힌다)

중국인은 왜 시끄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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